달이 참 좋다,그렇게 말하고 싶어서창을 닫다가엉거주춤 딸아이를 불렀다이런 건 왜 꼭누구한테 말하고 싶어지는 걸까?아이가 알아차렸는지엉거주춤 허리를 늘여 고개를 내밀었다시인이자 어린이문학 작가인 장철문 선생님의 시 전문이다. 어른들은 시인처럼 ‘참 좋’은 것을 아이들과 함께하고 싶어 한다. 정확히 말해, 전해 주고 싶어 한다. 그래서 때로
몇 년 전에 오바바 전 미국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제 행사를 훌륭하게 개최한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질문의 우선권을 주었는데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던 사건(?)은 아직도 큰 충격으로 남아있다.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중국 기자가 일어나서 우리나라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질문 기회를 얻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에 질문이 중요 업무이기도 한 기자들마저 질문
2000년대 초, MBC의 오락 프로그램 이 ‘기적의도서관’이라는 어린이 전용도서관 건립을 추진했다. 이 프로그램은 국민의 독서열풍을 일으켰고, 방송에 소개되는 출판사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등 독서 문화와 출판시장에 미친 영향력 등이 컸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도서관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였다.도서관은 칸막이
이제 곧 3월이다. 방학 내내 밤늦게 자고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던 아들 녀석의 새 학기가 걱정된다. 느슨해진 몸이야 조금 더디더라도 천천히 제 자리를 찾아갈테지만, 규칙과 공부 외에 아이들의 딴 생각엔 관심 없는 학교가 그 시간을 기다려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고백하건데, 나 역시 성실해보이지 않는 녀석의 생활 방식에 딴죽을 걸며 눈
눈 보기 어렵다는 순천에 눈도 제법 내리고, 섣달 추위라 그런지 바람이 무척 거세다. 이제 몇일 후면 설날이다. 해가 바뀌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한 지 어느 새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까치 설날’말고 ‘우리 설날’을 주장하며 다시 각오를 다진다. 올해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자주 가야겠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 글쓰기를 꾸준히 해야겠다, 숨 가쁘지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다 이라는 예능 프로를 봤다. 스타들이 우르르 몰려 나와 시끌벅적 떠들거나 준비된 뻔한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가 아니어서 눈길이 갔다. 카메라 앞이긴 하지만 술을 매개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류의 프로그램이었다. 초대 손님은 최근 개봉한 영화 홍보차 출연한 배우였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
하루 뉴스를 놓치면 기사를 모아 놓고 공부해야 할 정도로 매일 달라지는 요즈음이다. ‘박근혜 퇴진’ 촛불이 켜진 지 이제 한 달. 불통 대통령의 버티기가 계속될수록 ‘시민’들의 ‘결의’ 역시 날로 높아져간다. 지난 주말, 눈 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촛불은 변함없이 타올랐고 더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무한경쟁과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우
도덕 시간. “성냥 한 개비의 불을 잘못하여 한 동네 삼십여 집이 불에 타 버렸으니, 성냥 단 한 개비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야 하느니라.” 열심히 설명해 준 선생님이 채 교실 문 밖도 나가기 전에 “한 방울씩 떨어진 빗물이 모이고 모여 큰 홍수가 나는 것이니, 누구든지 콧물 한 방울이라도 무섭게 알고 주의해 흘려야 하느니라.” 하고 크게 소리치는 학생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안 곳곳을 정비하고 물건들을 정리한다.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 무더웠던 여름이 아직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아침 저녁 다른 것을 느끼며 옷장을 열었다. 늘 입던 옷들만 챙겨 입게 되거나 막상 골라 입으려면 마땅한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옷들이 부지기수다. 쇼핑
아들이 올해 고등학생이 되었다.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던 초, 중학교와 달리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 학교에 진학하게 된 아이는 이른 등교 시간과 야간 자율학습으로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빡빡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치는지 학기초부터 잦은 두통과 구토, 가슴 통증 등을 호소하며 조퇴도 여러 번 했다. 그때마다 아픈 아이의 조퇴 여부를 묻는 담임
책을 읽다가 굳게 믿고 있던 ‘당위’에 대해 ‘딴죽’을 거는 시선, 낯선 질문을 만나게 되는 순간 당황스럽다. 애써 외면하면서 책과 삶을 분리하며 아무런 의심 없이 좋은 주제를 알았다고 스스로 만족해보기도 하지만, 꿈, 사랑, 우정 등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주제는 시험지 답으로나 가능할 뿐, 실제 내 삶에서는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인 것 같아 혼란스러울
아이들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부모다. 물론 집 밖을 나가 만나게 되는 여러 관계들, 특히 학교라는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서 훨씬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는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부모와 자식간의 보이지 않는 역학관계는 분명 존재하는 것 같다. 아이들의 삶을 존중하면서 나와 전혀 다른 우리 아이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
모든 생명이 각기 모양과 제 몫을 갖고 태어나기 마련이라면, 살아가면서 우정을 나눌 친구를 만난다는 건 나와 다른 삶을 경험하고 배우는 좋은 방법인 것 같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더 깊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샬롯과 윌버가 그랬던 것처럼.무녀리(한 태에서 태어난 여러 마리의 새끼 가운데 맨 먼저 나온 새끼를 가리키는 순우리말로 다른 새끼들에
주인공 안공주는 6학년이다. 공주는 어렸을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빠는 일용직으로 일을 하다가 술 때문에 재활원에 들어간 후로 혼자 살고 있다. 공주는 밥이 없거나 함께 먹을 반찬이 없어서 때때로 굶기도 한다. 그래서 공주는 집에서 밥을 못 먹는 때를 대비해 학교 점심시간에 급식을 많이 먹어둔다. 친구들 눈치가 보이기는 하지만 밥을 꾹꾹 눌러 퍼 담아
다른 아이들보다 유난히 감수성이 예민하고 몹시 방어적인 아이인 주인공 할링카. 아빠도 엄마도 없어 이모의 보호를 받고 지내다가 요양원과 보육원을 거치면서 세상에 대한 냉소와 인간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게 된다. 할링카 뿐만 아니라 보육원에는 저마다 조금씩의 아픔을 안고 있는 아이들이 한 방에서 부대낀다. 밤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우는 레나테, 성
어린이는 결코 부모의 물건이 되려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어느 기성사회의 주문품이 되려고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네는 훌륭한 한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고, 저는 저대로 독특한 사람이 되어 갈 것입니다. 그것을 자기 마음대로 자기 물건처럼 이렇게 만들리라, 이렇게 시키리라 하는 부모나, 지금의 사회의 필요에 맞는 기계를 만들리라 하여 그 일정한 판에 찍어내
도회지에서 시골 마을 작은 학교로 발령을 받아, 6학년 담임을 맡게 된 김 선생님. 김 선생님과 처음 만나던 날, ‘공부는 뒤떨어지나 정직하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보선이는 김 선생님의 책상에 진달래꽃을 한아름 꺾어다 꽂아놓았습니다. 그 뒤로 꽃이 채 시들기도 전에 보선이는 새로운 꽃으로 바꿔놓습니다. 아이들이 김 선생님께 꽃의 이름을 묻지만 대답을 해
어느 마을에 원인모를 몹쓸 돌림병이 돌았다. 그 병은 사람들 가슴이 돌덩이처럼 차갑게 굳어져 서로 마음을 닫고, 문을 닫아걸어 말도 안 나누고 서로 쳐다보기 조차 싫어하는 그런 무서운 병이었다. 마을의 어른인 할아버지가 나서 마을 한복판에 섶나무를 쌓아 불도 피워보지만, 가슴이 돌덩어리가 된 마을 사람들은 예전처럼 모여들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해님에게
그림책은 짧고 간결해서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다. 긴 호흡을 이해해야 하거나 오랜 시간 집중하지 않아도 된다. 보통 이야기는 다음에 올 이야기가 궁금해서 정신없이 앞으로 읽어가게 된다. 지나온 이야기를 되돌아보며 천천히 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림책은 놓친 그림을 보기 위해 앞 페이지로 되돌아가서 다시 보는 일이 쉽다. 반복해서 보고 되돌아보면서 생각을 깊게
초등학교 고학년 서술형 시험문제다.“닥쳐 꺼져 OOO야~ / 야 OO OO”아이는 ‘뒷통수를 후려갈기고 싶다’고 적었다. 시험지를 채점한 선생님은 ‘뒷통수’와 ‘후려갈기다’에 빨간색 색연필로 밑줄을 긋고, ‘Oh No~'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틀린 문제에 새로 적어 넣은 답은 ‘기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