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저리 울어밤새워 하얀 무명 손수건을 걸어 놨을까 사월의 아침 햇살을 타고새 떼들 날아간 푸르른 창공에 순결한 목숨인 양 피어난 목련꽃 송이가슴에 보듬으면 흰 적삼 자락 고운 눈물이 밸까 누가 울다 지쳐저리도 하얗게 타는 마음을 소복소복 풀어 놨을까 접동새 목메어 울고눈이 시리도록 꽃피고 지던 마을빈 나뭇가지 가슴 붉은 이 산하에.
납월 홍매 나 종 영납월 홍매 보러 남녘 금둔사에 갔더니홍매는 피어 한창인데 늦게 핀 동백이 먼저 져서물 위에 길을 내고 가더이다흐르는 것은 흐르는 대로 가고바람 한 줌 봄햇살 한 줄기 남아그리운 것들을 더 그리워하게 하더이다어느 봄날 홍매 보러 낙안 금둔사에 갔더니 동백은 피어 떨어지고슬프고 어린 기러기 한 쌍 먼 하늘길을 날아가더이다흐르는 것은 흘러 산구름 넘어가고대숲 바람 봄향기 한 타래 남아사랑을, 사랑을,더 깊게 사랑하게 하더이다.
순천 시인 서정춘, 팔순 기념 시집 『하류』 출간 「여기서부터, - 멀다 / 칸칸마다 밤이 깊은 / 푸른 기차를 타고 / 대꽃이 피는 마을까지 / 백년이 걸린다」 (시 ‘竹篇·1-여행’ 전문 )「죽편」의 서정춘 시인이 팔순에 여섯 번째 시집 『하류』(도서출판b, 2020)를 출간했다. 노시인의 열정에 중앙에서는 여기저기 상찬의 목소리가 넘쳐난다. “시인 서정춘의 신작 시집 『하류』에는 그 흔한 해설이나 표지 추천사 없이 짤막한 시 31편만 단아하게 실려 있다. 시인 서정춘은 전래 서정시 전통을 고도로 절제된 형식으로 구축하며 높은
그날도 오늘처럼 보름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나를 향해 처음 뜨는 달이었다. 첫보름달! 희디흰 설원 드넓은 평원에 쌓인 눈, 저 멀리 한 떼의 말이 신세계를 건너가고 있었다. 여행객들은 도대체 할 말을 잃고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아니 곧바로 환성이 터져나왔다. 와~~~!!! 눈이다 눈이다 말이다 달이다 보름달이다~~!!! 진실한 말은 ‘문장’이 아니다.
아버지는 항만부두 노동자였다새벽이면 아버지는매일 부두로 나가 닻을 올렸다굵고 힘센 큰 손으로배를 밀고 떠나보내고 맞이하는 일한평생 당신의 업이었다 배운 것 없어 몸뚱아리가 전부였던 아버지다섯 아들 굶기지 않으려고닻으로 비틀거리는 몸뚱아리 붙들며눈 뜨면 부두에 나가당신의 몸무게보다 더 큰 짐들을 지고 날랐다 아버지의 닻은 다섯 아들이었다 닻을 내리고 집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