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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 알사과 한 알 속에는한 그루 사과나무가 들어있다햇살 따스하고 강물 푸르른 날사과 한 알 붉어질 때한 알의 사과 속에는또 한 그루 어린 사과나무가 살고 있다바람 불고 가을비 내리는 날붉은 사과 익어가는 동안사과 한 알 속에 스며있는그대 푸른 문장文章이여오랜 우물에 묻어둔스물 무렵 능금향 사랑이여한 그루 사과나무사과 한 알 속에는그대 뜨거운 가슴 깊은
시
나종영
2018.06.22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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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4월, 조금 이른 아침간밤에 춘설이 내렸나산길에 눈이 조금 쌓여 있다바람 조금 차갑고햇살 조금 따뜻하다차가운 것 조금따뜻한 것 조금서로를 조금씩 내놓고흥정을 붙이더니어르고 달래더니이내 알맞게 섞인다 그 사이초록이 조금 짙어진다 안준철순천효산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며, 시집외 몇 권,교육산문집 외 몇 권을
시
안준철
2018.05.0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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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 동천누군가 던진 돌멩이 하나 품고자신의 몸이 녹을까봐노심초사하며 누워있는 강을 보네.꽁꽁 언 결심이 풀어지고가슴에 구멍이 나도록 말없이 견디는 당신이 언젠가 무심코 던진 사랑도내 가슴에 오래 박혀있네.내 가슴에 묵직하게 얹어놓은그 단단한 미움 덩어리 하나이제 생의 저 밑바닥에그저 가만히 내려놓을 때가 되었네.새로 자라난 물풀이 머리를 끄덕거리고붕어들이
시
이상인
2018.03.0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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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난 사람아아침부터 화가 난다는 사람아화나다를 세 번만 읽으면 환하다로 읽히네섬진강 큰고니 힘찬 나래짓 담아 보내니화난 마음 거두고 환한 날 만드시기를 김인호광주출생시집 등 펴냄,순천작가회의 회원
시
김인호
2018.02.26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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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ㆍ12- 카르페디엠 한 번도 그대는 내일! 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결코 그대는 어제! 라고 뒤돌아보지 않았다한 줄기 새파란 천둥번개였다거친 바위를 퉁탕거리는 계곡물이었다지금도 온몸이 뜨거운 능소화로 피어나는 정오물 속에 한목숨 풀어헤쳐버리는 물푸레나무수평선에 젖물리는 돌고래 푸른 영혼이었다 1998년 ‘사람의 깊이’에 가족 외 5편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
이민숙
2018.01.25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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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강가를 걷다군가를 잃고, 어둡고 또 어둡던 시절, 그 어둠 속 눈부시게 흐르는 강물을 보았지. 강둑에 앉아 지상의 마지막 빛들이 어떻게 사라지는지를 보았지. 검붉은 노을마저 어둠에 묻히면 파편처럼 흩어진 빛들은 모두 강물로 모여 은하수가 되어 흘렀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사무쳐오는 시간, 이 어둠 속 깊은 궁륭의 끝으로 사라진 이들은 어디서
시
박두규
2018.01.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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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 않은 감 우연히 마을을 지나다가나무 우듬지에 아스라이 달린두어 개 부러 따지 않은 감을 보면내가 한 일이 아닌데도괜스레 마음 뿌듯해지지만 까치밥으로 남긴 주먹만 한 감이서너 개를 넘고 예닐곱 개도 넘어 수십 수백 개 홍등을 달아놓은 듯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때는혹여 감나무 주인에게무슨 변고가 생긴 건 아닌지아예 빈 집은 아닌지내 일이 아닌데도별
시
안준철
2017.12.1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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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의 당신- 박영발 비트에서 불이 당신을 타오르게 하고바람이 당신의 이목구비를 기억하게 한다이 숲 속에 서 있는 모든 나무들은당신이 육필로 새긴 메모들일지니 쓰러진 나무들이라도 염해서한 짐 지게로 옮겨와 아궁이에 던지면그 불길 속에 비로소당신의 얼굴 어른거리니 우리는 만나서 서로 살 맞대어야만불타오르거니이승에서 따로 섰던 나무들이저승의 초입에서 서로 만나
시
송태웅
2017.11.1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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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깊은 잠의 나를 깨웠을까세상의 온갖 시름들이 흘러와 몸을 부리는 바다, 그 잔잔한 파도의 끝자락에 서서 발끝으로 밀려오는 당신을 본다. 바다 속 깊이 가라앉은 내 오랜 슬픔도 잠에서 깨어 수면 위로 오른다. 거친 바람의 정처를 꿈꾸던 시절과 그 어리석음과 당신의 숨소리마저 잊고 살아온 천년의 세월이 아련하다.무엇이 깊은 잠의 나를 깨웠을까. 하얗게
시
박두규
2017.11.0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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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고개 쑥 내밀고 발 주춤하며 당신 있을 자리 내다보는 사람 있어이 세상에 희미한 그림자로만 지나가는 사람은 없다는 듯이그때쯤 당신의 빛깔과 향기를 닮은 꽃들 우수수 내려와내가 상처라고 생각한 것도 실은 당신이 내게 준 생의 선물이었음을그대 시린 계곡물에 반쯤 몸을 담그고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아
시
송태웅
2017.10.2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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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동네 뒷산에서 만난곱게 늙으신 얼굴에 비하면허리가 많이 휘어지신 할머니는검게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는나무 그루터기를 열심히 찍고 있는저에게 다가오시더니왜 예쁜 꽃을 찍지 않고썩은 나무를 찍고 있느냐고나무라시듯 물으셨습니다.그래서 저는 썩은 나무라서 찍고 있다고저 나무 그루터기가꽃처럼 예쁘지는 않지만조용히 썩어가고 있는 모습이흙으로 곱게 돌아가는 모습이
시
안준철
2017.09.2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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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당신 상황은 어떤 상황이라도 완벽하다.오늘밤 떠들며 술 마시는 당신이내일 아침 졸지에 이승을 떠난다 해도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꽃망울 주렁주렁 올라온 어느 봄날느닷없는 눈사태가 설중매를 만들듯그래, 그런 거지.우연이라고 생각하지만 모두가 필연이고세상살이가 이토록 처연하다 해도사실은 완벽한 상황인 거지.이 완벽한 나, 완벽한 현실을늘 아니라고, 아
시
박두규
2017.09.1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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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친구남동생 사업 보증으로다섯 식구 단칸방으로 쫓겨나지푸라기라도 잡듯 짚을 엮으며얼기설기 살아가는 그녀짚 꼬느라 부르튼 손으로두부, 계란 팔러 다녀보지만단칸방 면치 못하고집주인 구박에 마음이 쫓겨이판사판씨펄 절로 튀어 나온다그래도 한 이십 년 허우적거리니산모롱이 풀꽃처럼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눈에 밟힌다는 그녀
시
김연희 조합원
2017.09.0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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