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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모두의 꿈을 응원하며『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 최순희 옮김 / 시공주니어
심명선  |  isee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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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호] 승인 2016.07.14  13:2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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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명선
어린이책시민연대 전 대표
책을 읽다가 굳게 믿고 있던 ‘당위’에 대해 ‘딴죽’을 거는 시선, 낯선 질문을 만나게 되는 순간 당황스럽다. 애써 외면하면서 책과 삶을 분리하며 아무런 의심 없이 좋은 주제를 알았다고 스스로 만족해보기도 하지만, 꿈, 사랑, 우정 등 책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주제는 시험지 답으로나 가능할 뿐, 실제 내 삶에서는 출구를 찾기 어려운 미로인 것 같아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헛간과 곳간이 가까운 오래된 돌담에는 들쥐 가족의 보금자리가 있다. 농부들이 이사를 가자 헛간은 버려지고 곳간은 텅 비게 된다. 겨울이 다가오자 들쥐들은 겨울을 준비하며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다. 프레드릭만 빼고.

겨울이 되고, 들쥐 가족은 모아 둔 열매와 곡식으로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나 곡식은 곧 다 떨어져 버리고, 돌담 사이로 찬바람이 스며들며 누구 하나 재잘대고 싶지 않게 된다. 그러다 들쥐들은 햇살과 색깔과 이야기를 모은다고 했던 프레드릭의 말을 떠올린다. 프레드릭은 커다란 돌 위로 기어 올라가더니, 찬란한 금빛 햇살과 아름다운 색깔 얘기를 시작한다. 어느 새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고 마음 속에 그려져 있는 색깔들을 또렷이 볼 수 있게 된다. 공연이라도 하듯이 말하던 프레드릭이 이야기를 마치자, 들쥐들은 박수를 치며 감탄한다.

“프레드릭, 넌 시인이야.”
얼굴을 붉히며 수줍게 프레드릭은 말한다. “나도 알아.”

   
 

다양한 사유와 삶을 아름답게 그린 들쥐 가족 이야기 『프레드릭』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 예술의 가치를 넘어 <개미와 베짱이>류의 이야기를 통해 배운 ‘성실’과 ‘게으름’의 개념과 그 옳고 그름을 비틀어 버린다.

‘열심히 일한 그대, 떠나라!’를 당연히 받아들이는 우리 사회에서 꿈! 다양성! 말은 멋지지만, 밤낮없이 일하는 들쥐들에 비해 프레드릭의 행동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다른 들쥐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도 하면서 틈틈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하는건 아닌가? 자신의 몫을 다른 친구들에게 떠넘기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게으름뱅이가 복을 받는 옛이야기를 현실과 동떨어진 어이없는 이야기로 치부하고, 경쟁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 여기며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을 위한 길임을 의심치 않는 사회에서 이상한 일도 아니다. 농부가 이사를 가고 비어 버린 헛간과 창고는 평온하게 살던 들쥐들에게 위기감을 준다. 불안한 들쥐들은 밤낮없이 먹을 것을 쌓아 겨울을 대비한다. 그 옆에서 빛과 이야기, 색깔을 모으는 프레드릭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아무런 값어치도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어쩌면 모두가 같은 꿈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게으르다는 것은 프레드릭처럼 좋아하는 일이 다르다는 것일 뿐이다. 사회가 사람에 대해, 사유에 대해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으로 나누어 생각하면 생명에 대한 존중은 일어날 수가 없다. 직업에 대해 우열을 나누어 생각하고 사회가 욕망하는 어떤 것만 우위로 인정하면, 경쟁을 멈출 수 없고 욕망에 대한 결핍은 채울 수 없다. 낙오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 모두를 얼어붙게 하고, 귀를 닫게 만들고 서로에게서 등을 돌리게 하여 내 삶을 더 강퍅하고 위험하게 한다. 이 위협을 넘어서는 길은 함께 들어주고 모색하며 삶을 나누는 길에 있다.

들쥐들은 눈을 감고 조는 듯 앉아 있는 프레드릭을 향해 그냥 묻고 가만히 대답을 듣는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나도 일하고 있어. 난 춥고 어두운 겨울날을 위해 햇살을 모으는 중이야.”

“프레드릭, 지금은 뭐해?”
“색깔을 모으고 있어. 겨울엔 온통 잿빛이잖아.”

“프레드릭, 너 꿈꾸고 있지?”
“아니야, 난 지금 이야기를 모으고 있어. 기나긴 겨울엔 얘깃거리가 동이 나잖아.”

하지만 삶의 불안과 온갖 사회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우리들에게 나를 열고 소통하는 이 단순한 행위는 참으로 어렵고, 편견은 때때로 내게 독이 되어 되돌아오기도 한다. 엉뚱해 보이는 프레드릭은 내가 불안에 떨며 놓치고 있는 것, 영혼의 양식을 가꾸는 시인이다.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사랑이란 어떤 것인지를, 어떤 생명이라도 그 존재로서 아름답고 귀하다는 단순하지만 절대적인 삶의 진리를 탐구하는 행복한 예술가이며 철학자이다. 프레드릭을 마음에 품고 나도 시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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