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부터 윤장렬씨의 기고를 싣는다. 윤장렬씨는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베를린에서디지털 환경에서 언론의 역할과 한국과 독일, 정치와 경제를 주제로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며칠 전 한국 언론에서 “금투세 폐지”라는 기사를 읽었습니다.금융투자소득세란 주식이나 펀드로 얻은 수익의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것입니다.그런데 새해 첫 증권시장에 대통령이 참석해 내년부터 시행될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합니다.그 이유는 “과도한 부담의 과세가 선량한 투 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시장을 왜곡 한다면, 시장원리에 맞게 개선
이즈음 산속에 있는 토굴 같은 집이 참 좋다. 갖가지 푸성귀도 풍성하고, 이런저런 꽃이 피어 있으며 시원하기조차 하다. 낡은 대나무 의자에 앉아 앞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멍해지며, 그야말로 멍 때리는 기분에 젖어 든다. 요즘처럼 폭우가 잦은 날이면 잠시 비가 갠 사이로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운무가 앞산을 온통 덮는 풍경을 보며 아, 구름 속에 있구나, 하는 걸 느끼게 한다. 호사스러운 기분에 빠져들며 이런 황홀경 속에 살아도 되나, 싶을 만큼 흥겹기도 하다.산속에 돌집을 지은 지가 꽤 된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기도 하지만 가족의 지인
내 나이도 어느덧 이순(耳順)에 가까워지고 있다. 공자께서는 이순은 귀가 순해져서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말을 객관적으로 듣고 이해할 수 있는 나이라 하셨다. 60은 최고의 경지에 도달하는 과정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평생을 장애인으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요즘 가끔 사는 일이 결코 녹록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타인들의 시선폭력과 차별의 언사(言辭)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롭다. 그런데 언제부터 장애인이라고 비하(卑下)하는 말과 놀림에서 초연해진 것일까? 아니 사실은 지금도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느 때처럼 오월이 다시 돌아왔다. 산천이 완전히 푸르게 물드는 이때가 오면, 주변에서는 오월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보답이라도 하듯 지역에서는 5·18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들의 준비가 분주하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는 오월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의문을 품게 되었다.오월정신에 대해 설명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있다. 하지만 그저 말이기만 하면 그것이 진리여도 의미가 없다. 그 정신이 진정 생명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들 삶에 대입이 되어야 하며, 자신의 언어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오
옛날에 매우 성공한 다섯 사람이 있었다. 그들은 재력, 권력, 정보력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세상 누구도 그들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대다수가 그들을 우러르고 숭배하였다. 그들의 뜻은 세상을 지배했고, 그들의 옷차림은 곧장 유행을 낳았고, 그들의 행동과 태도와 기호가 대중이 모방하는 기준이 되었다.그런데 어쩌다가 그들이 함께 똥통에 빠져버렸다. 똥통은 아주 깊고 지독했으며 쉽게 나올 수 없었다. 수 시간 죽을힘을 다해 겨우 기어 나올 수 있었다. 나와서 여러 번 목욕을 했다. 온갖 탈취제와 향수를 써서 반복해서 씻어냈다. 그런데
교육부는 2월 7일 ‘오미크론 대응 2022학년도 1학기 방역 및 학사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새로 바뀌는 학사운영은 오미크론 변이 유행에 따라 비상 상황 발생 시 지역과 학교 중심의 신속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리고 대응체계 마련을 위해 학교별로 비상조직체계 구축 및 자원 확보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연속성계획(BCP)을 2월에 수립하였다.2년 전 코로나19가 발발하고 지금까지 교육부가 보여주었던 모습을 보면 이번 발표는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시 학교 현장에 유행했던 말 중에 하나가 ‘네이버 공문’이다. 코
세 아이가 있었다. 모두 피리를 불며 놀고 싶어 했다. 안타깝게 피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이 피리는 내가 가져야 해. 우리 중 내가 피리를 가장 잘 불거든. 멋진 피리 소리를 들려줄게” 두 번째 아이가 말했다. “아니야. 내가 가져야 해. 내가 만들었잖아. 얼마나 힘들게 만들었는데” 세 번째 아이가 말했다. “너희들은 다른 악기가 많잖아? 난 이 피리 아니면 놀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이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인 아마르티아 센이 ‘정의의 다원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보인 사례다. 그는 사회의 상황에
2021년 7월 20일, 10·19사건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사건 발생 73년 만의 쾌거였습니다. 그러나 1948년 같은 해에 발생했던 제주4‧3이 진상규명을 위해 4·3특별법이 공포된 것이 2000년 1월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간 21년 이상 많은 세월이 흘러 축하를 드리면서도 동시에 적지 않은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그동안 여수와 순천을 중심으로 많은 분이 10·19특별법을 만들기 위해 고생했습니다.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주에서는 1989년 문을 연 4·3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와 언론이 처음
작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20대와 30대에 속하는 청년 고독사가 102건이나 일어났다고 한다. 사나흘에 한 건씩 발생한 셈이다. 2017년에 60건이었던 것이 그새 그렇게 늘었다. 이 수치는 무연고 사망의 경우만으로, 연고가 있는 죽음까지 더하면 청년 고독사는 실제로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이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도 이례적으로 많은 것이고, 그 중 40%가 자살이라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청년 고독사는 장년이나 노년 고독사에 비해 훨씬 뒤늦게, 밀린 방세나 공과금을 독촉하려는 사람에
순천만 국가정원 노동자 복직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순천만 국가정원(이하 국가정원)에서 해고당한 노동자들과 신규 채용된 32명을 포함한 전원이 고용되었다. 이를 두고 시민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이라며 순천시의 행정을 비판했다. 더불어 속칭 ‘떼법’의 선례로 남아 악용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과연 노동자들은 떼를 쓰고 있는 걸까? 순천시는 정말 떼법에 넘어간 걸까? 먼저 순천시와 위탁업체 간의 ‘근로조건이행확약서’를 보자. 3항을 보면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
폐플라스틱·폐비닐이 기름 된다고분자화합물인 석유화학제품은 저온 열분해 과정을 통해 다시 석유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저온’이라 함은 연소 시 800도 이상의 고열반응이 필요한 소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온이라고 할 수 있는 300~400도 수준으로 용융·열분해시킨다는 의미입니다.밀폐된 반응로에 석유화학제품을 넣은 후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가열 용융하면 LPG가스와 경유를 얻을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품질에 따라 중질유 또는 경질유를 얻게 되며 생수 페트병과 같이 양질의 재료인 경우 휘발유에 준하는 품질의 결과물을 얻을 수
가족과 함께 종종 찾았던 순천만 습지와 국가정원의 아름다움은 늘 기억 속에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2019년 순천에서 가졌던 강연이 인연이 되어 오랜 기간 순천시에서 겪고 있는 폐기물 처리 문제와 관련하여 여러 관점에서 논의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어쩌면 또 하나의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1. 2009년으로 돌아간다면 SRF를 다시 선택하시겠습니까?지금 만약 시계를 거꾸로 돌려 순천자원순환센터를 준비하던 당시로 돌아간다면 'SRF(고형연료화)' 사업을 다시 선택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로 둔갑했던 S
‘학습중심 현장실습’에서 왜 죽어야 합니까?지난 10월 6일 여수 웅천 요트장에서 여수해양과학고 3학년 故 홍정운 학생이 현장실습 도중 사망한 참담한 일이 일어났다. 2017년 제주에서 현장실습 중이던 故 이민호 학생의 희생을 계기로 산업체 파견형 현장실습을 폐지하고, 현장실습 교육 프로그램에 따라 안전관리 등이 가능한 ‘학습중심 현장실습’으로 바뀐 지 불과 4년 만에 다시 현장실습생의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교육부가 내건 새로운 대책인 ‘학습중심 현장실습’은 이미 현장 곳곳에서 ‘교육이 아닌 또 다른 저임금 노동’임이 확인되고
순천만가든마켓(주)은 순천시를 정원산업의 거점 도시로 만들기 위해 순천만 국가정원 부근에 국비 37억 원, 도비 19억 원, 시비 237억 원 등 총액 284억 원을 들여 순천형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연면적 3,935㎡(약 1,200평) 규모로 국내 최초 정원자재 및 정원수 판매장과 공판장 그리고 사무동을 갖추는 사업이다. 운영 방법은 순천시가 10억 원을 출자해 시민주주를 모집하고, 창립총회를 열어 이사회 구성과 정관을 승인한 후 법인을 설립하게 된다.그동안 순천만가든마켓 추진 과정은 순탄하지
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 정부 약속을 스스로 훼손한 재벌 특혜입니다.박근혜 적폐세력 국정농단 중심이었던 이재용은 삼성 불법승계를 부인하고, 현재 삼성물산 불법합병, 프로포폴 투약혐의 등으로 재판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현행범을 풀어준 것입니다. 대통령이 나서지 않고 법무부 장관을 통해 가석방이라는 꼼수로 이재용 특혜를 진행했습니다.이재용 가석방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 촛불국민과 했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입니다. 후보시절 재벌총수의 중대한 경제범죄에 대해 사면은 물론 가석방 특혜도 부적절하다 언급했고, 적폐청산과 재벌개혁을 주요한 과제로
2020년 8월 8일 섬진강 물 폭탄 과다방류로 인한 수해 참사 그날로부터 1년하고도 수일이 지났음에도 배상은커녕 수해 원인조차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환경부는 수해 직후 '댐관리조사위원회'를 일방적으로 구성하여 근본적인 수해 원인 규명을 외면한 채 댐 관리 매뉴얼의 적정성만을 살피는 댐관리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그해 10월까지 강행하였습니다. 피해 주민의 거듭된 주장과 항의에 따라 지난해 10월 23일에야 '주민참여형 수해 원인 조사협의회'로 확대 개편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발표하였습니다.그 후로도 조사협의회의 운영규칙, 과업
필자는 2010년 무모했다. 채 1%도 안되는 인지도에서도 시민의 일꾼이 되어 봉사하자는 생각으로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갑자기 아무 준비 없이 출마했기에 목숨을 걸고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 나의 모습과 진정성을 알아봐준 위대한 순천시 덕연동, 조곡동 주민들의 선택으로 기적이라는 소리와 함께 첫 시의원이 되었다.그리고 지금까지 11년 동안 오직 운동화만 신고 우문현시답(우리들의 문제의 답은 현장과 시민에게 있다)을 의정 신조로 삼아 밤샘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뛰었다. 그래서인지 ‘발로 뛰는 일 잘하는 의원’이라는 별명과 함께 내
프랑스 혁명 직후인 1793년 프랑스 서부 지역의 방데에서는 ‘최초의 근대적 집단 학살’ 사건이 발생하였다. 시민혁명의 급진적 개혁에 반발하고 봉건귀족과 가톨릭의 복권을 기도하는 귀족과 농민군 연합의 봉기에 대하여 시민혁명의 주체 세력들은 이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방데 지역의 자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다. 당시의 권력집단은 혁명의 당위와 신념을 지켜내기 위해 여성과 아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들을 죽음으로 내몰아갔다. 불신과 분열이 키워낸 공포 정치의 결과물이었다. 하여 유대인 출신의 정치철학자인 한나 아렌트는 '전체주의의 기원'
일제는 군국주의에 저항하는 일본 국내의 진보운동을 탄압하고, 식민지배에 반대하는 조선의 독립운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1925년 ‘치안유지법’을 만들어 우리의 독립운동을 악랄하게 탄압하였다.일제가 패망한 1945년 10월에 일본에서는 치안유지법이 폐지되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1948년 제주 4·3항쟁과 10·19 여순항쟁을 계기로 1948년 12월 1일에 이승만 정부에 의해서 ‘국가보안법’으로 부활하였다.이승만 정부는 국가보안법의 칼날로 ‘국회프락치 사건’을 조작하여 반민족행위자처벌특별법을 제정하는 데에 앞장섰던 국회의원들을 탄압하고
죽음을 계급화할 수 있을까? 신분제도가 폐지된 지 몇백 년이 흐른 지금 사람 간의 계급을 논하는 것은 자칫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혹자는 사회에 암묵적인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하고,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 말이 사실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죽음 이후에도 이 암묵적 계급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믿는다.지난 4월 25일 한강에서 의대생이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 사건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언론에서는 방대한 양의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사람들은 인재의 안타까운 죽음이라며 진실 규명에 대한 목소리를 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