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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어쩔 수 없어…너무 지나치지 않게『빙하쥐 털가죽』/ 미야자와 겐지 지음 / 김선배 그림 / 우리교육
심명선  |  iseema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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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호] 승인 2016.09.09  16:3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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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뀔 때마다 집안 곳곳을 정비하고 물건들을 정리한다. 밤잠을 설치게 할 만큼 무더웠던 여름이 아직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아침 저녁 다른 것을 느끼며 옷장을 열었다. 늘 입던 옷들만 챙겨 입게 되거나 막상 골라 입으려면 마땅한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한 번도 입지 않은 채 다른 계절을 맞이하는 옷들이 부지기수다. 쇼핑에 취미가 있거나 계절마다 새 옷을 사들이지도 않는다. 멋쟁인데다 유행에 민감한 동생한테 얻은 것, 이제는 엄마보다 훌쩍 커버린 아들 옷이 내 서랍 한쪽을 차지하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 합리화 해보지만, 많아도 너무 많다. 요즘 옷들은 쉽게 해지지도 않으니 양으로만 보면 평생을 입고도 남을 만큼 충분하다. 그런데 나는 왜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꾸 잊는 것일까? 어디 옷 뿐이랴.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차고 넘치는데도 늘 무엇인가를 더 채우려 하고 있는 것 같다.

   
 
『빙하쥐 털가죽』은 옷을 통해 보여지는 인간의 과도한 욕심에 대해 말한다.

한 겨울 영하 40도에 이르는 베링 해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는 사람들. 기차 안에 두 자리나 차지한 뚱보 신사 다이치는 900마리의 여우 가죽을 얻기 위해 여우사냥을 간다고 한다. 그는 해달가죽 외투, 비버가죽 외투, 여우가죽 외투와 불에 잘 안타는 외투까지 입었다. 자그만치 450마리의 빙하쥐 털가죽으로 목을 두른 옷까지 입고 있다. 다이치만은 못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겨울 외투 3개쯤은 껴입고 있다. 술에 취한 다이치는 쉬지 않고 자기의 옷 자랑을 한다.

어느새 기차는 밤을 달려 아침을 맞이하고, 아직 베링에 도착하기 이른 시각이지만 느닷없이 열차가 멈춘다. 모두들 얼굴을 마주 볼 뿐이다. 쉬지 않고 달리던 기차를 흰 곰인지, 흰 여우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이 멈춰 세웠기 때문이다. 이유인즉, 베링 해에 여우를 잡기 위해 전기 철조망을 친 다이치를 잡아가기 위해서다. 겁에 질린 사람들과 다이치가 동물들에게 끌려가는 순간, 홀연 나타난 젊은 청년은 동물들에게 인간의 입장을 설명하고 용서를 구한다.

“너희들이 한 일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우리도 어쩔 수가 없어. 살아가려면 옷을 입어야하지 않겠나. 너희들이 물고기를 잡는 것과 같아. 하지만 앞으로 너무 지나치지 않게 조심할 테니 이번만은 용서해다오.”

범포 겉옷을 입은 젊은이 덕분에 기차에 탔던 사람들은 목숨을 건지고, 베링 행 기차는 다행스럽게 다시 목적지를 향해 출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난개발과 생명의 파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끔찍한 장면이 떠올랐다. 최상의 털과 가죽을 얻기 위해서 살아있는 라쿤을 기절시킨 후 털과 가죽을 벗기고, 죽은 라쿤은 동족의 빨간 시체무더기 위로 쌓아 놓은 사진이다. 지난해 12월, 동물자유연대는 ‘예민하고 영리한 동물 라쿤을 입지 말아주세요’라며 장문의 글을 공식홈페이지에 게재했다. 겨울이 되면 라쿤털 제품이 넘쳐 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패딩의 모자 끝에 보온과는 상관없이 멋을 위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지 ‘멋’을 위한 용도인데 보온성을 담보 하는 듯이 과장되게 광고가 나가고 있어 이로 인해 라쿤털이 따뜻한 옷이라는 잘못된 상식을 전하고 있다고 했다. 이로써 촉진되는 소비량으로 해마다 수많은 동물이 잔인하게 죽어가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비단 라쿤만이겠는가! 가볍고 따뜻해서 선호하게 되는 거위털 점퍼나 조끼를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거위의 털을 뽑는다는 뉴스는 예전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어 쉽게 구입했던 소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지금의 기술은 동물들의 목숨을 담보로 겨울을 나야 하는 정도를 넘어섰다. 인간의 유행이나 멋을 위해 동물을 희생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고 정당하지 못하다. 정신 차리고 살피지 않는다면 우리의 일상은 온통 누군가의 노동을 착취하고 생명에 잔인한 해를 끼치며 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소비하는 많은 물건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의 소비가, 내가 가진 것들이 넘치고 있는건 아닌지 민감하게 살피는 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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