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이른 시간인 아침 8시. 순천에서 차를 타고 대략 1시간 정도는 가야하는 구례 종합버스터미널에는 ‘이순신장군 백의종군길 구례-순천 구간 걷기’를 주제로 ‘순천을 걷다’ 2차 활동에 참여할, ‘순천에 미치고, 걷기에 미친’ 사람들이 모였다. 굳이 ‘미친’이라는 과격한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은 이날 걸을 예상 거리가 무려 32km이며, 당일 상당한 수준의 비가 예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옛말에 ‘若汝不狂 終不及之’(약여불광 종불급지)라는 말이 있다. 직역을 하면 ‘만약 당신이 미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순천을 걷다 첫번째 길아침 9시 10분 전쯤, 출발 장소인 남문터 광장에 도착했다. 아주 가는 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어서 ‘순천을 걷다.’라는 주제로 ‘순천 걷기 활동’을 시작한 첫 번째 날인 오늘은 몇 명이나 참여할지 염려가 되었지만 9시가 가까이 되자 회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더니 모두 10명이 모였다. 모두 순천을 공부하고 순천을 사랑하는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다. 이번 걷기의 길라잡이 역할을 맡기로 한 나는 태블릿 PC를 이용하여 1872년, 조선 고종 때 작성된 순천지방도를 보여주며 당일 걷고자 하는 ‘조선육군, 순천왜성 출정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이하 동 사연)에서 순천 걷기 참가자를 모집 한다. 걷기모임은 순천 지역을 23개 코스로 나눠서 월 1회 진행한다. ‘한얼답사회’모임에서 지역의 답사 문화를 이끌어온 엄주일씨가 길라잡 이를 맡는다. 한얼답사회는 95년부터 10년 가까이 순천 여수 광양으로 때 론 전라북도를 다니며 향토사를 연구 해왔다. 길라잡이를 맡은 엄주일선생은 효 천고등학교에서 명예퇴직하고 효천 고등학교 40년사를 집필하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에 대한 강의와 답사 의 경험을 살려 걷기모임으로 주변의 마을 이야기, 마을 이름의 유래 등 지 역
장천동 광주은행 옆 길로 들어서면 순천에서 꽤 오래된 동백장 여관 옆에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그림으로 보는 순천 역사 화보 집을 소개받고 지역사에 이토록 진지하고 깊은 관심을 가진 화가가 궁금해졌다. 멋진 풍모에 특히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만옥 화백을 만나 작품의 배경과 근황을 나누었다.- 편집자 주순천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내가 순천에서 쉽지 않은 형편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60여 년간 쉬지 않고 작업을 해 왔어요.그러다 언제부턴가 완성도 높은 좋은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순천기적의도서관이 20돌을 맞았다. 설립 당시 찾아왔던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도서관에 온다. 한세대동안 순천에서 살고 있는 많은 아이들과 기적의도서관이 함께했다는 의미다.김승현 도서관장은 “기적의도서관이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를 최우선에 둔 건립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소회를 밝혔다.어린이 도서관이라는 취지에 맞게 어린이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간이 꾸며져 있다. 1층 바닥은 온돌마루를 깔아 어디든 앉거나 누워서 책을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특색이 있는 공간들을
“사실 환경운동은 눈에 보이는 활동이 아니잖아요.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으로 풀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순천YMCA 1층에 위치한 노플라스틱 카페 주인장 임이경씨는 많은 시민들이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캠페인이 운동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게 임씨는 사람 누구나 하는 소비활동에 주목했다. 소비문화를 친환경적으로 바꿈으로써 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노플라스틱 카페는 2018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순천시는 당면한 환경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순천결혼이주여성나눔봉사단 대표이자 결혼이주여성단체 ‘글로벌맘’ 대표 신명순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다문화’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 대표는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순천 승주로 이주했다.신 대표는 2020년부터 순천가족센터에서 다문화가정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그때 시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것이 반찬 만들기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시선과 인식이 바뀌어야지 그렇지않으면 외국인 며느리가 한국 음식을 아무리 잘해도 그 집에서 받는 대우는 똑같다. 남편, 시어머니 등 가족들 생각이 먼저 바뀌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묻고 있었다. 임종석 낙안화목양조장 공장장은 지금 술을 옮겨야 하니 이따 오후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낙안읍성막걸리는 6살 아들이 “엄마가 좋아하니 사야 해”라며 알아서 수레에 담을 정도니 취재에 들뜨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발효실마다 CCTV를 달아서 휴대전화로 보고 있거든요. 우리가 원하는 온도에 딱 오르면 술이 (다음 발효실 혹은 숙성실로) 이동을 해야 합니다. 이게 미생물이 하는 일이라서 일정한 시간에 안 나오고 새벽에도 (집에서 공장으로) 내려가고, 밤에도 내려가고. 어떨 때는 밤새도록 잠을 못 잔다고
“마을아카이브의 이유는 딱 그 지점에 있다고 본다. 한 인간이 자기 존재의 확인, 치유, 성숙의 계기 등을 맞이하는 도구로서 구술이 행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로 상대가 삶의 어떤 전환을 맞는다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충분하다.”사랑어린학교 관옥나무도서관이 ‘마을기록관’으로서 개인과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마을아카이브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마을아카이브 첫 결과물 『살맛 나네요』가 발행됐다. 도서관은 지난해에도 두 삶의 이야기를 채록했고 이를 정리하여 올해 6월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마을아카이
배추 90%, 시금치 80% 등 기록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착한 가격으로 집 밥을 제공하는 임귀자(73세) 사장님을 만났다. 임 사장님은 순천중앙병원 후문 골목에서 10년째 ‘엄마밥상’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백반 들깨우거지국’으로 가격은 육천 원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국수류가 오천 원, 수제비는 육천 원이다.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다른 식당에 비해 가격이 싸지 않냐는 질문에 임 사장님은 “좀 덜 받는 대신, 많이 팔면 돼요. 여기 반찬은 다 제가 만들어요. 바쁠 때는 손님들이 알아서 더 가져다 드셔요”라
오는 8월 말에 이용덕 전라남도 순천교육지원청 교육장이 퇴임한다. 1980년 3월 진도용등초등학교에서 교직을 시작한 지 42년 만이다. 이 교육장은 항상 엄마의 마음으로, ‘엄마같이 상대방을 사랑하고 배려하고 이해해 주는 따뜻한 마음, 엄마 리더십’을 강조했다.2020년 순천교육장 취임 후 가장 관심을 둔 일은 노후 학교 화장실 개선이었다. 순천에는 20년 이상 된 학교가 매우 많다. ‘화장실이 낙후되어 용변을 보지 못하고 참는다’는 말을 듣고, 그는 부임하자마자 화장실을 학교별로 연도별로 정리를 했다. ‘푸세식’에서 앉아 볼일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내년에 다시 열린다. 처음 열린 게 2013년이었으니 딱 10년 만이다. 당시 조경팀장으로 나무를 담당하였던 이천식 정원시설부장을 만났다. 이름을 풀어보면 오얏 리, 일천 천, 심을 식이기에 ‘오얏나무 천 그루를 심을 운명이었다’는 그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분주했다. 지난 4월에 순천만국가정원 조성 당시의 나무 이야기를 묶어 [나무는 내 운명]이라는 책을 냈다. - 편집자 주이천식 부장은 ‘사람한테 귀천이 없듯이 나무에게도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울퉁불
얼굴을 가린지 3년째,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인간 세상에 올해도 봄이 왔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계절처럼 소리없이 잇는 사람들이 있다.속이 안 좋고 기운이 없을 때는 동지팥죽이 생각난다.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온 늦은 7시 동네 죽집을 찾았다. 아이에게는 비빔밥을 시켜줬다.기자 언제부터 여기서 죽집을 하셨어요?사장님 제가 인수한 건 2016년도에요. 이 가게는, 우리 큰애 가졌을 때니까, 17년 전에 생겼어요.기자 코로나19가 터지던 당시와 지금 심정 어떠세요?사장님 처음엔 진
얼굴을 가린지 3년째,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인간 세상에 올해도 봄이 왔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계절처럼 소리없이 잇는 사람들이 있다.국밥은 언제나 옳다. 든든한 한 끼 식사로, 술안주로, 해장국으로 더 말하면 입 아프다. 봄바람이 아직 차가운 어느 날 웃장 국밥거리 한 국밥집을 찾았다.기자 웃장에서 국밥집을 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사장님 저희는 얼마 안 됐어요. 엄마가 2007년부터 이 자리에서 횟집을 하셨고, 2014년에 국밥집을 열었어요.기자 2년 전 코로나가 막 시작
얼굴을 가린지 3년째,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인간 세상에 올해도 봄이 왔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계절처럼 소리없이 잇는 사람들이 있다.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시장이 더욱 성황이다. 아이스크림까지 배달되는 시대 배달되지 않는 족발이 있다. 앞으로도 배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신 족발집 사장님을 뵙고 왔다.기자 다들 배달을 시작했잖아요. 더구나 족발은 대표적 배달음식인데요, 배달을 안 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사장님 그냥 거기서 거긴 것 같아요. 배달하면 수수료 빠지고,
20대 대선 결과에 관해 1번 이외 후보에게 투표한 시민들에게 물었다. 1.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받은 첫 느낌은?2. 자신의 투표는 어떤 의미인가?3. 대선 결과의 교훈은?4. 앞으로 무엇에 중심을 두고 살아갈 것인가?승주읍, 30대 남성1. 이번 대선 결과를 보고 받은 첫 느낌은?의외의 결과였지만, 이 후보가 될 줄 알았는데,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2. 자신의 투표는 어떤 의미인가?거대 양당 아닌 3당 체제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체제는 권력을 가진 소수를 위한 체제다. 약자의 편에서 이야기하는 당에 힘을 실어
“종량제 봉투는 80% 이상 채워서 내놓기를 강추합니다.”“넵.”“네.”“네!”“네~”교장 선생님의 메시지가 대화창에 뜨자마자 학생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3학년 교실의 분리배출은 잘 되었습니다. 모두 칭찬합니다!”라는 메시지에도 곧바로 감사하다는 응답들이 올라온다. ‘순천공업고등학교 환경 동아리(순환동)’ 단체 채팅방의 모습이다.순천공업고등학교(이하 순천공고) 김홍렬 교장과 순환동 학생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직접 소통한다. 김 교장은 “제가 단톡방에서 분리배출이 미흡한 곳을 안내하고 요청하면 학생들이 대답을 아주 잘 해요. 그 중
순천단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현대제철 ‘차별’에 투쟁 나서[편집자 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 전환 투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순천 단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지난달 13일 장영석 지회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지난 7월 28일 현대제철 순천단조공장(순천시 해룡면 율촌산단5로 46)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에 ‘직접 고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당시 노동자들은 “현대제철은 현재 순천 공장을 차별하고, 순천 단조공장을 분리하며 노동자들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며 “직접고용 대상인 순천
10·19항쟁을 다룬 최초의 영화 ‘동백’ 드디어 개봉‘국밥’ 한 그릇이 생사를 갈랐던 역사의 상처와 화해 다뤄주 : ‘국밥’의 역설. 아버지는 살기 위해서 국밥을 내어주었고, 총을 든 자는 살기 위해 먹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 내놓은 국밥 한 그릇으로 아버지는 죽어야 했다. 73년 전 ‘동백식당’을 찾아온 14연대 군인에게 국밥 한 그릇 내어 준 것이 부역죄, 일명 빨갱이가 되어 진압군에게 즉결 총살을 당했던 아버지. 그 억울한 죽음을 직접 목격한 황순철(박근형 역)과 그 가족의 비극을 담은 영화 ‘동백’이 드디어 개봉된다. 영화
편집자 주 : 송상락(60) 청장은 지난 7월 2일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아래 청)으로 부임했다. 송 청장은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로 일하던 지난 3월 청장 개방형직위(임기제 1호) 공모을 통과해 산업통상자원부 사전 임용 협의 및 인사 검증을 마쳤다. 취임 2개월을 맞이한 송 청장을 먼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26일 청을 찾아 송 청장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내시다가 어떤 이유에서 청장에 자원하셨습니까?전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공직자로서 내 고향 전남 발전을 위해 가장 잘 봉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