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화순의 한 연립주택에서 살고 있는 선배가 부르기에 가보니 선후배 예닐곱을 초청하여 자신이 그간 농사지어 수확한 채소를 삼겹살과 함께 내놓았다. 우선 그 농사 규모에 웃음이 피식 터져 나왔다. 채 두 평도 되지 않는 손바닥만 한 텃밭에 오밀조밀하게 심겨져 자라고 있는 채소들의 모습이 소꿉장난만 같아 우스꽝스러웠던 것. 그래도 무농약 채소라는 점과
한 시절의 가슴에 새겨진 말이 인생행로의 방향타로 작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즉 말은 곧 사건이고 창조이다. 젊은 시절 “하늘에 가장 순응하고 부끄러움이 적은 직업이 농사”라는 뉘앙스의 글을 인상 깊게 읽은 적이 있다. 분명 함석헌 선생의 글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 원고를 쓰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그런 내용의 글을 찾아볼 수가 없다. 혹
채소밭인지 목초지인지…10월 24일(토), 흐림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는데 지금의 우리 텃밭 상황이 그렇다. 딱히 돌볼 일이 없는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여 산책하듯 밭에 나왔다가 옆집 두둑들의 농작실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한두 가정 빼고는 농사 솜씨가 고만고만해 보인다. 엇비슷한 종류의 작목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라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단
순천에 살면서도 順天하지 못한다?10월 16일(금), 맑음 아내와 함께 밭에 물을 주러 간다. 요즘 남자들의 생존수칙 가운데 하나가 외출하는 마나님께 “어디 가느냐?”고 감히 묻지 않는 것이라는데, 밭일을 핑계로 이렇게 찰싹 달라붙어 다닐 수 있으니 나는 정녕 행복한 남자이렸다. 상추와 부추는 쑥쑥 자라나 자주 뜯어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더
유황과 목초 혼합액 살포, 첫 수확10월 3일(토), 맑음 매주 두세 번은 텃밭에 나가본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니 부지런히 땅 밟기 의식을 거행해야지. 현장교육에 참여한 생도들이 일제히 힘을 모아 텃밭을 빙 둘러 울타리를 설치하였다. 오늘 수업의 강사인 김계수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고라니는 목초액, 멧돼지는 유황 냄새를 싫어한다고
나는 생태도시농부학교 1기를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했고 아내는 그 빛나는 전통을 이어받아 지금 2기 과정에 입학, 수강 중이다. 도시농부학교가 맺어준 동문인 것이다. 지난 주 토요일(19일) 현장학습 시간에 강사로 오신 박주상 선생님이 텃밭을 시찰하시곤 봄동은 지금 심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니 좀 더 자라면 뽑아 먹고 10월 말경에 다시 파종하라셨단다.
2015년 9월 19일(토), 맑음싹이 돋다비에는 참 신비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화초를 키워본 이들은 알리라. 때를 따라 햇볕을 쬐어주고 물을 열심히 줘도 시들시들하던 게 비 한번 듬뿍 맞고 나면 생기 충만하여 금세 춤이라도 출 것 같은 모습으로 변화되는 걸 말이다. 기술문명이 발전하여 우물을 파고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여 농사를 지으면 물 문제가 다 해결될
2015년 9월 17일(목)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오전 내내 먹구름이 오가더니 이윽고 오후부터 단비님이 내리신다. 초가을 무더위로 인한 가뭄이 심상찮았던 만큼 해갈에 적잖은 도움이 되었으리라. 올해는 큰 비나 태풍이 없어 풍작이 예상된다고 한다. 부디 추수를 눈앞에 둔 곡식과 과일이 알알이 영글어 이 땅의 농부님네의 얼굴도 보름달처럼 환하게 피어나기를
평소 농사에 관심이 있던 차 순천시가 주최하고 순천언론협동조합과 아이쿱생협이 공동주관한 도시농부학교 제1기 강좌(6월 18일 ~ 8월 22일)를 수료하였다. 전문지식과 경험, 열정으로 무장한 강사님들의 강의와 현장 교육 등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어떤 방식으로든 적용, 실험하고 싶었다. 마침 도시농부학교 텃밭의 일부를 분양받아 농사 흉내를 시작했고, 처음 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