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났다. 어디선가 기타음 한 줄기만 흘러들어도 꽃망울이 터질지 모른다. 분명코 봄은 올 것이고, 봄이 오면 겨울 내내 찢기도 얼어 터졌던 상처도 아물 것이다. 김광호 씨는 그 자연의 이치를 안다. 살점이 찢겨나가는 혹독한 겨울을 겪어본 사람이기에 너무도 잘 안다.순천 조례호수공원에 홀연히 나타나 매주 일요일이면 혼자 음악을 들려주고 노래 부르던 사람
대한민국 제1호 ‘순천 기적의 도서관’이 10년을 넘겼다. 2003년 MBC 예능프로그램이었던 ‘느낌표’가 만들어 낸 전국 최초의 기적의 도서관은 순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책 읽는 문화의 확산은 물론이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익숙해졌고 도서관이 놀이터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게 했다.기적의 도서관 운동을 시작하기 전 우리나라에
문화의 거리 빨간바지 아줌마내가 내가 아니야. 하고 싶지 않아도 하게 되고, 하려해도 안 되고, 자주 몸이 아프고. 나는 가만히 있는데 주변에서 예기치 않은 일들이 터지고. 내 입에서 나오는 말, 내 몸이 하는 행동이 예사롭지 않았어.무속인 김정화 씨가 20여 년 동안 함께 했던 종교(기독교)를 중단하고 새로운 길을 가게 된 계기였다. 연애소설보다는 탐정소
176가지 치매 증상“치매 증상이 176가지가 된다고 해요. 통증으로 오는 경우, 성적으로 오는 경우, 근력으로 오는 경우 등 모두 다른 증상들을 갖고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았던 때, 아니면 가장 가슴 아팠던 때로 치매 증상이 나타난다고 해요. 어떤 분은 가장 행복했던 25살에 머물러 있는 분도 있고, 어떤 분은 바람난 남편 찾는다고 돌아다니는 분도 있어요
연극은 나의 표출새해가 밝은 지난 6일 건강문화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연극제가 열렸다. 극단 풍화가 준비한 제1회 청춘연극제는 김유정 작가의 단편작을 연극으로 재해석하여 단막극으로 선보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극 동아리가 참여하여 공연을 펼쳐보이면서 지역 예술의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옴니버스로 진행된 극 중에서 ‘소낙비’에 출연하여
나에게 필요 없는 물품이 누군가에게는 알뜰한 생활용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라는 아나바다 운동이 생활 속에서 상설적으로 실천될 수 있도록 순천시는 1998년 ‘그린순천21자원재활용백화점’ 운영을 시작하였다. 자원재활용 백화점은 많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문화를 이끌어냈고 나눔장터라는 새로운 모델의 실천운동도 탄생할
물소리, 식기 부딪히는 소리, 도마소리, 식용유 지글거리는 소리, 연기 내뿜는 소리, 웃음소리. 급식실 신미자 조리원에게 늘 귓전에 맴도는 소리다. 8시에 출근하여 식재료 준비부터 하루 일과를 끝내기까지 학교 급식실은 늘 분주한 일상이 반복된다. 올해로 11년차 일을 하고 있다는 조리원 신미자씨(49세).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아이들 용돈이라도 벌어
새벽서리 흠뻑 머금은 텅빈 들녘은 밑동만 남아있는 벼뿌리틈에서 눅눅한 볏짚냄새가 난다. 촉촉해진 논바닥 저 밑에서는 미꾸라지라도 꿈틀댈 것 같다. 동이 트지 않은 어둠속에서 트랙터 불빛 하나가 무거운 새벽을 연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 흩어진 볏짚들을 긁어모아서 돌돌돌 말아올리는 동안 산너머로 여명이 찾아온다. “농사도 습관이여. 술에 잔뜩 취해 잠이 들어도
“빵집 기술을 배울래, 이발 기술을 배울래?”제법 잘 살았던 동네 친구가 집에서 3만원을 훔쳐(?) 그 친구와 함께 서울 완행열차를 타게 된다. 서울 ‘16소개소’, 아직도 기억에 있는 직업소개소는 18세 시골 아이들에게 우여곡절의 추억을 만들게 한다. 학업을 중단하고 서울로 줄행랑 한 이 용감무쌍한 시골 아이는 할아버지께 잡혀서 양자택일 선택을 강요받는다
“못 고치는 거 없어. 사람도 고쳐브러. 애도 만들어분디” 농익은 너스레가 스스럼없이 반긴다. 장날이면 어르신들의 복덕방이 되고 있는 이곳은 순천아랫장 만물수리점이다. 트럭에는 반질반질한 신발이 진열되어 있고, 뒷편으로는 열쇠를 복사하는 기계와 재봉틀을 내려놓고 만물수선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다. 스무살 이전부터 잡화 장사를 시작으로 옹기
지난 추석연휴기간동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개장 이후 일일최다입장 10만2천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5일간 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덩달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역시 입장객이 3만이 넘는 날을 비롯해 연일 1만명이 넘는 발길이 찾았다.이른 추석인지라 예년과는 달리 무더위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땡볕을 피해 그늘 곳곳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한 관광
“일본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아니라해도 아니드마!”“워메, 제 말을 믿으세요! 여기에 일본산은 하나도 없어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가장 분주할 것 같은 오일장을 찾았다. 아랫장 입구에 들어서자 방앗간마다 줄지어 선 우리 어머니들과 기계 돌아가는 소리, 연기 피어오르는 소리가 가득하다. 당신 몸보다 더 커다란 고추를 가져와 가루로 만들고,
“옛날에는 시장 위쪽으로 대밭이 있었는디 거그까정 장사꾼들이 빽빽허니 있었어. 술집만도 스무집이 넘었응께. 장날이믄 술에 취해 암디서나 눠 자는 사람, 서로 쌈도 허고 시끌시끌해. 시방 요것은 암껏도 아녀!”최근례 할머니는 시장에서 5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하신 승주장 지킴이시다. 한 때 잘나가던 방앗간이었지만 옆으로 두 집이 더 생겨나며 현대식 방앗간에
생일이여, 생일. 생일잔치하는 날!”“어? 오늘 어머니 생신이세요? 축하드려요!”생신을 맞으신(?) 아주머니 주름살에 순박한 미소가 번진다. 도통 모르는 소리를 하고 말았다. “장에 오면 그날은 일을 안하고 쉴 수 있으니까 장날을 생일날이라고 해. 생일이여서 생일날인 것이 아니고”요즘은 점심무렵이면 생일잔치가 끝나버리는 괴목장을 찾았다. 일찌감치 자리털고
“좋소! 닭 잡으러 왔다가 문이 열려있어 들어와 봤는디 옛날 이야그도 하고 덕분에 고맙소!” 형제들과 고향계곡에 왔다가 백숙 재료 닭을 사러온 김에 들렀단다. 이미 형제들과 술과 고기를 많이 먹었는데도 옛 추억 때문에 막걸리 한 잔 들이키러 들어온 것이란다.“한참 동생이여 한참. 어렸을 땐 애기였제. 근디 벌써 늙어갖고 손주를 본다헝께 할 말이 없구만.”한
연일 계속된 장마 뒤 끝에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무더위가 찾아왔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이 삼복더위에 장터 한쪽에선 이열치열 열가마를 돌리는 분이 있다.‘후루루루’ 짧은 호루라기 소리에 ‘뻥’하는 외침.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뿌연 연기 속에서 손놀림이 부산하다. 예전에는 “뻥이요!”했던 신호가 지금은 호루라기가 대신한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큰아들 국민핵교 들어갈 때 장사를 시작혔네. 이우제(이웃) 동무랑 항꾼에 시작혔는디 첨엔 누가 몸빼장사를 해보라해서 30개를 띠다가 돌아댕겠는디 여엉 부끄라서 사란 말도 못 허겄드라고.” 그때 국민학교 들어갔던 큰아들이 지금은 오십이 되었다. 이것 저것 장사를 해보다가 이곳 웃장에 자리를 잡고 생선을 팔기 시작한 지 30여년. 온 몸에 생선 비린내를 묻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