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년간 쉬었던 ‘햇볕에 나락 말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추수 시기가 되면 마을 안팎의 길가는 나락이 길게 널려 마르는 자리가 된다. 전에는 서로 햇볕 잘 드는 자리를 차지하려고 순서를 기다리기도 했었지만, 그 사이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고령화로 논농사를 중단한 농가도 늘어나 이제 나락 널기 좋은 자리를 찾는 일로는 고생하지 않는다.귀농 초기, 약 10년 전 일본 농가를 여행할 때이다. 일본에서 햇볕에 나락을 말리는 것이 거의 사라진 것을 보고 '우리도 나중에는 이렇게 되겠구나' 생각했다. 내가 사는 마을은 대부분 주민들이 아
악어는 무슨 생각으로 눈물을 흘릴까? 유치한 말장난이다. 악어는 생각 없이 눈물을 흘린다. 먹이를 먹을 때 벌린 턱이 눈물샘을 자극하여 눈물이 나온다. 파충류는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다. 살기 위한 뇌만 있기에 동족도 잡아먹는다. (물론 파충류처럼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동족을 잡아먹는 끔찍한 짓은 포유류도, 하물며 인간도 한다.)포유류는 진화과정에서 악어의 무시무시한 힘을 포기하고, 감정을 느끼는 뇌를 얻는 길을 걸어왔다. 포유류가 우연히 획득한 감정과 기억의 두뇌는 오류투성이다. 객관적인 감흥보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 많고, 있
결혼을 하고 9개월이 지났다. 지금도 새신부라며 지인들의 축하를 받는 행복한 신혼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결혼식 이후 곧바로 두 번째 투쟁은 시작되었다. (내 배를 만지면서)"살이 좀 쪘네, 혹시 임신했어?"(남편에게) "결혼하고 나서 얼굴 좋아졌다."(나에게) "하루라도 젊었을 때 애 낳아야지?"귀를 의심했다. 임신을 확신하듯 내 배를 만지는 이도 있었다. “잘 먹고 행복해서 살이 쪘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서 그렇다…”라고 하면 당황하던 상대방 눈빛이 아직 선명하다.그들이 나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고 행동한 것이 아니라는 것
순천만국가정원은 습지를 보호하는 에코벨트로 조성되어 훌륭한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철이 지나 때마다 정원을 새롭게 조정하고 식재를 하는 모습은 생태를 지키는 시책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에 앞장서 진정한 의미의 에코벨트가 되어야 한다. 제2호 지정된 울산 태화강국가정원의 경우 지난 10월 21일 국가정원 내 자연주의 정원 조성을 기념하는 국제 학술토론회가 열렸다. 이와 함께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정원 디자이너 피트 아우돌프(Piet Oudolf·네덜란드)와 협업하여 시민들과 함께 자연주의 정원을 조성하였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의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배우자 또는 연인에게 한 달 동안 ‘서로 추앙하라(서로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다)’라는 미션을 받는다면 과연 이 미션을 성공할 수 있을까? 일주일은 가능할까? 하루는 어떤가? 얼마 전 모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에서 매일 배우자를 허그(안아주기)해 주라는 미션을 받았다.평소 부부일치를 실천하려고 노력하며 살아가고 있었기에 그다지 어렵지 않은 미션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허그를 남편보다 내가 더 어려워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우리는 일
세계는 지금 3개의 전선이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전선, 그리고 핵문제로 엮여진 북미전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친미 세력과 러시아의 전선이 폭발되어 진행 중이다. 극동 전선은 위기의 징후만이 포착된 상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를 품고 있다. 10월 2일,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의하면, 러시아는 봉쇄의 대상이지만 중국은 압도해야 할 대상이다. 정치・군사・경제면에서 대결하는 가히 신냉전체제다.동구권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 이후, 세계의 지형은 달러(자본)를 바탕으로 미국의 1극 패권이 형성
김순호 경찰국장의 프락치 의혹 기사를 보고 잊혀진 기억이 떠올랐다.대학 시절 프락치로 유혹 당한 일과 내게 정보원임을 고백하던 J. 1997년 만 19살 여름. 학생운동으로 경찰에 쫓기던 3개월 중 어느 날. 부친의 지인이 “경찰정보원으로 이름을 올리면 처벌받지 않는다. 네가 원하면 연락해라.” 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른바 프락치 작업. 집 앞엔 경찰이 상주했고 학교도 갈 수 없어 친척집을 전전했다. 막연함과 초조함, 배고픔으로 힘든 시기였지만 청춘의 혈기는 이런 제안이 오히려 치욕적으로 느껴졌다. 시간이 지나 결국엔 경찰의 조사
청년. 그저 나이가 젊은 이를 지칭하는 단어는 아니다. 청년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젊은이는 만들어진 세상을 살며, 선배가 쌓은 경험을 학습한다. 젊은이의 학습이 어느 수준에 달하면 기로에 선다. 세상을 수용하거나,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거나. 그들이 만든 것은 그들만이 정의할 수 있고, 새로운 정의가 정착했을 때 세상은 넓어진다. 세상의 한계를 보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정의하는 자가 청년이다. 그러므로 세상의 눈으로는 청년을 찾을 수 없고, 청년은 스스로 청년임을 나타내야 세상에 드러난다.그러나 지금은 세상에서
지금 당장 수서행 KTX 운행이 가능합니다. 더 이상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낭만과 추억을 떠올리는 교통수단 하면 철도를 얘기할 겁니다.거대한 장치산업인 철도, 전국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국민의 발을 자임하는 철도,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어내는 철도,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는 국가기간산업인 철도공사이기에 가능했습니다.1997년 IMF를 통하여 철도산업이 전면 개방되면서 자본과 권력, 정치권의 희생양으로 이용되면서 끊임없이 철도 민영화가 시도되었지만 국민들이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 시절인 2013년에 철도경쟁체제라는
순천시의회 상임위원회가 순천광장신문의 정상적인 취재를 황당하게 막았다. 지난 23일 오전 10시 기자들이 각 상임위 회의를 취재하러 갔다. 시의회 사무국은 사전에 방청을 신청하고 각 상임위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10여 분 후 정회 시간에 사무국 팀장의 안내를 받아 행정자치위원회에 들어갔다. 이영란 행자위원장은 사전 신청이 없이 불쑥 들어오면 어쩌냐며 놀란 표정이다. 지금까지는 과장들이 보고하였지만 오늘 처음으로 국장이 보고하여, 회의 진행이 매끄럽지 않으니 생방송 화면으로 방청하란다.시의회 홈페이지에서 안내하는데로 사
2022년 9월24일, 2만여 명이 ‘자본주의 체제 전환, 기후 불평등 해소, 기후정의’를 외치며 서울로 모여 ‘924기후정의행진’을 한다. 그에 앞서, 9월 23일 금요일에는, 청소년 기후행동도 “#우리도 위기가 보여” 923기후파업 슬로건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기를 정의하고 마주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타인에 의해 대변되는 것이 아닌, 청소년 스스로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주체성을 드러내며 용산역부터 대통령 집무실까지 행진하며 기후파업을 한다.2019년부터 9월이면 세계 각지에서 기후 행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어
노관규 순천시장은 10년 동안 성찰했으며,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10년 전에 노 시장은 자기주장을 독불장군처럼 밀어붙이고, 자기에게 맞서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하였다는 세간의 평판을 얼마나 곱씹어보았을까. 남정공원 어린이체육관 건립사업은 노 시장의 성찰의 깊이를 살필 수 있는 시험지다. 남정동 주민들이 ‘행정편의주의이며 멀쩡한 공원파괴’라고 반대하는 사업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지켜보면 잘 알 수 있다.지난 4월 노 시장은 출마 선언을 하며 “그동안 저 노관규, 젊은 날 앞만 보고 달리는 야생마처럼 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지난 8월 이 지면신문 발행을 포기하며 은 지역 내 유일한 지면 발행 신문으로 남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미디어 기술과 이용 환경의 변화는 지역신문의 위기와 변화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술이 새로운 뉴스 유통의 활로가 되면서 지역성을 우선으로 두는 지역신문의 뉴스(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대부분의 뉴스가 소비되는 현실에서 각 지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지역신문들은 이용자를 접할 기회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지역언론의 본연의 임무는
필자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다. 예비군 삼 년차지만 중간에 여러 곡절이 있어 대학은 이제 2학년을 마쳤다. 대부분의 동기나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원에 가는 친구는 많지 않고 취업에 온 힘을 쏟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온갖 자격증에 토익점수, 제2, 3외국어 등 ‘평가를 위한 점수’에 목을 매고 버둥댄다.대부분 청년들은 무언가 일을 벌이기에 지갑이 얇고, 학자금 대출이 이천만 원씩 있는 상황에 은행 대출을 받아 일을 벌이기엔 우리의 신용도는 아직 낮기 짝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월급을 받으리라, 우리
순천시 문화유산과는 지난 8월 25일 연향도서관 극장 ‘연’에서 문학자산연구를 위한 ‘순천 문학 정체성 조명 포럼’을 개최했다. 100여 명이 참석할 것을 예상하고, 1천 6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순천 문학 자산의 차별화 도출과 문학 도시 발돋움 기회를 마련’하는 효과를 내려 했다. 하지만 참석자는 저조했고, 순천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 포럼 과정에서 제기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순천에서 ‘문학 하는 이들’에 대한 소박한 애정의 발로일 것이다. [편집자 주]‘순천문학’이라는 개념이 가능한가? 근대란 ‘일국체제(
순천시 주민자치회, 이통장협의회 회원 일동이 8월 22일 용산에 다녀왔다. 관광버스 20대, 500명이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집회를 하기로 했다. 아침 7시 출발.집회 장소는 관광버스가 정차하지 못하는 구간이라 녹사평역 앞에서 하차하여 7분여 걸었다. 사람이 참 많았다. 먼저 도착한 인원이 현수막과 피켓 등을 들고 벌써 집회를 시작하고 있었다.'대통령 집무실이 도대체 어디냐?'라고 근무하는 경찰들에게 물어보는 말소리가 많이 들렸다. TV에서 보는 모습과 달리 도로변에서 경찰들이 통제하고 있어서 좀 의외였다. 우리 팀은 피켓을 들
지난 6.1 지방선거 시기 선거운동 과정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주민께서 말씀하셨습니다."사람 중심,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정착의 방향에서 지봉로 사거리에 (대각선)횡단보도를 설치하고 속도제한 카메라를 달아서 주민 이동의 안전과 편리함을 실현했으면 합니다. 사거리에 육교가 설치된 매우 특이한 경우이기도 하고 활용도도 낮아서 오히려 신호등을 2번 3번 건너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해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지만 전동 휠체어는 승강기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어서 장애인들께서는 사용하지 못하고, 비가 오면 잦은 고장으로 불편과 위
[편집자주] 파아란(破我亂), ‘나의 관성을 부수고 난장을 세워보자’는 외침을 들어본다. 희망은 부서짐에서 시작되므로, 앞날은 비 갠 하늘만큼 파아랗다. 100인의 파아란 외침을 공개 모집한다.환경문제, 동물권을 이유로 비건을 지향한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과 배달 음식 이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환경파괴와 이것으로 고통받는 동물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무엇보다 우리 세대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을 누리지 못할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 7월, 순천에서는 민선 3기 지방정부가 출범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지역 정가에 슬슬 퍼진 얘깃거리는 봉화산을 관통한다는 봉화터널 소문이었다. 그때 그시절은 현재 조례동에 있는 법원이 아직 순천대 옆에 있던 때이다. 지금의 조례호수공원은 당시 조례저수지였는데, 택지로 매립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겨우 20여 년 전 얘기지만 독자들에게는 아마 까마득하게 느껴질 것이다.당시 봉화터널 소문은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신도심과 원도심을 연결하는 봉화터널을 뚫고 유료화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다행스
요즘 한 여름 더위만큼 순천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있다. 경전선 순천도심 지상 통과 문제가 그렇다. 경전선 사업은 광주에서 순천까지 총연장 122.2㎞ 구간의 선형을 개량하고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1조 7703억원이 투입되며, 설계속도 250km/h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남해안 철도인 경전선 구간의 마지막 개량사업으로 사업이 시행되면 광주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이 2시간 24분으로 3시간 18분이 단축되며, 목포에서 부산까지의 운행 시간도 4시간 9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문제는 기존의 경전선 노선이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