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나는 짐작해야 한다

악어는 무슨 생각으로 눈물을 흘릴까? 유치한 말장난이다. 악어는 생각 없이 눈물을 흘린다. 먹이를 먹을 때 벌린 턱이 눈물샘을 자극하여 눈물이 나온다. 파충류는 생각이란 걸 할 수 없다. 살기 위한 뇌만 있기에 동족도 잡아먹는다. (물론 파충류처럼 일상적이지는 않지만, 동족을 잡아먹는 끔찍한 짓은 포유류도, 하물며 인간도 한다.)

포유류는 진화과정에서 악어의 무시무시한 힘을 포기하고, 감정을 느끼는 뇌를 얻는 길을 걸어왔다. 포유류가 우연히 획득한 감정과 기억의 두뇌는 오류투성이다. 객관적인 감흥보다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이 많고, 있는 대로 기억하기보다 조작된 기억이 섞였다.

오류투성이의 기억이 언어 등 고도의 상징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없는 것을 생각할 수 있게 됨으로써 무한한 창조의 가능성이 열렸다. 포유류의 뇌는 비로소 사고할 수 있게 되었다.

두뇌의 진화는 우열이 아닌 다양성의 결과다. 파충류의 뇌는 파충류의 생활에 가장 알맞게 진화한 것이고, 포유류의 뇌 또한 마찬가지다. 파충류가 얻은 생존본능의 뇌보다 포유류가 얻은 감정의 뇌가 우수한 건 아니다. 다만 다르게 진화했으며, 지구의 우세종이 되게 만든 여러 조건 중 하나인 건 틀림없다.

포유류는 공룡의 후예인 조류처럼 날지도 못하고, 벌레처럼 지구를 덮을 만큼 많지도 못하고, 곰팡이처럼 영생불멸하지도 못한다. 포유류는 감정의 공유와 과거의 기억을 통해 북극에서 열대우림까지, 수천 미터 고산에서 깊은 물 속까지 전 지구를 뒤덮었다.

인간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진화한 것은 파충류보다 우월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공감 능력은 생존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감정을 공유하지 못하면 짐승만도(뭇짐승에게 미안하지만 양해해주기를) 못하게 된다. 남정공원을 자신이 살 수 있게 하여준 생명의 은인이라고 여기는 이웃의 마음을 나는 짐작해야 한다.

인간이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된 건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게 아니라 되돌아 생각해야만 살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를 되새김질하지 못하면 뒤통수를 맞을 수 있다. 깜깜한 밤에 모인 정원박람회장 옆 주민들의 마음을 나는 헤아려야 한다. 잘 다니는 도로를 막고 그 위에 잔디를 깔고 박람회 끝나면 다시 도로를 만드는 허망한 일을 지켜보는 마음을 나는 깊이 읽어야 한다.

순천 사람은 순하다. 하지만 역천할 때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안다.

사진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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