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만드는 옥천신문 이야기

지난 8월 <순천독립신문>이 지면신문 발행을 포기하며 <순천광장신문>은 지역 내 유일한 지면 발행 신문으로 남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는 미디어 기술과 이용 환경의 변화는 지역신문의 위기와 변화를 새삼 느끼게 한다. 

기술이 새로운 뉴스 유통의 활로가 되면서 지역성을 우선으로 두는 지역신문의 뉴스(브랜드) 차별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을 통해 대부분의 뉴스가 소비되는 현실에서 각 지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지역신문들은 이용자를 접할 기회가 점점 더 없어지고 있다. 

지역언론의 본연의 임무는 지자체와 공공기관을 적나라하게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는 정반대로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홍보•선전하는데 열을 올리는 충견으로 전락한 지 오래라는 비판이 낯설지 않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란 말이 있듯, 감시와 견제받지 않는 조직은 부패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회적 이치이다.

지역언론의 올바른 비판과 감시 기능이 없다면 지방화 역시 왜곡되고 좌초될 수밖에 없다. 각종 매체 난립으로 인해 정확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알 권리를 지역언론이 제대로 실현해주기를 갈망하고 있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가 오히려 지역 주민들이 언론에 요구하는 눈높이에 맞는 지역 언론으로 거듭 태어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싶다. 

<순천광장신문>은 전국 최초의 협동조합 언론으로 순천내 지식인들이 투명하고 공정한 힘을 합쳐 만든 신문이다.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지역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매체가 된다. 그러자면 돈과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 돈이 자본과 권력이 아니라 지역 주민에게 나와야 기사도 그 방향을 가지고 갈 수 있다. 협동조합은 돈과 사람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순천광장신문>은 몇년째 조합원•구독자 유입이 미미해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부끄럽지 않을 언론으로 살아남을 ‘현실주의적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지역언론의 롤모델로 꼽히고 있는 <옥천신문>에서 해답을 찾아보았다.  

<옥천신문>은 지역인구 감소와 종이신문의 쇠퇴라는 이중고 속에서도 주민 5명 가운데 1명이 볼 정도로 높은 구독률을 유지하고 있다.

매일 편집부로 걸려오는 제보 전화는 십여 건이 넘고 사건과 사고, 비리 고발과 같은 제보는 물론 생활 민원, 정말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생활 소식들이 편집부로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앞에 인도가 없어서 걷기가 힘들다”, “휠체어가 다니는 길이 중간에 끊어져 있다”, “우리 밭에서 올해 고추 농사가 잘 되었다”, “황금 미꾸라지를 봤다” 등이다. 신문에서 지역 민원을 기사로 다루면 가능한 한 해결된다. 

옥천신문은 1989년 옥천군민 200여명이 모여 창간 주주로 참여하면서 시작됐다. 매주 지역주민들의 소식을 빼곡하게 실어 만들면 주민들은 신문에 줄을 쳐가며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는다. 인턴기자까지 포함한 20여 명의 기자들이 옥천 곳곳을 흩고 다니면서 기사를 쓴다. 주민들은 꼭 유명하지 않아도 꼭 특별한 일이 없어도 모두 기사의 주인공이 된다. 

지역 주민들이 만들고 지역과 함께 성장한 옥천신문은 주민들이 가장 무섭다. 군수를 비롯한 체제는 옥천신문에 귀 기울인다. 언론도 체제처럼 권력이라서 잘못할 수 있다. 노동조합, 독자위원회, 신문윤리위원회가 옥천신문의 공정성을 검증한다.

옥천읍에 최신 개봉 영화가 상영되는 영화관 ‘향수시네마’가 들어선 것도 옥천신문을 통한 청소년들의 민원에서 시작되었다. 대전시까지 버스를 타고 가지 않아도 읍내에서 영화 관람 비용 6,000원을 내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금요일 새벽이면 신문사 앞에 옥천군청 사람들이 신문이 나오기를 기다린다. 지역 사람들의 목소리를 살피기 위해서다. 옥천신문은 저널리즘의 ‘솔루션’ 기능을 제대로 실천한다.

<순천광장신문>이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매체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역여론의 충실한 대변자가 돼야 할 것이다. 지역 언론인들은 지역주민의 이해와 동떨어진 일부 기득권층의 권익을 옹호하는 홍보매체로 전락하지 않도록 명심해야 한다. 항상 주민들의 입장에서 사고하고, 기사를 발굴하며, 주민들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여 주민 친화적인 신문으로 거듭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언론의 힘은 독자로부터 나온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며 지역 주민 여론 수렴을 통해 지역발전에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며 기사의 선순환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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