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 문화유산과는 지난 8월 25일 연향도서관 극장 ‘연’에서 문학자산연구를 위한 ‘순천 문학 정체성 조명 포럼’을 개최했다. 100여 명이 참석할 것을 예상하고, 1천 6백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순천 문학 자산의 차별화 도출과 문학 도시 발돋움 기회를 마련’하는 효과를 내려 했다. 하지만 참석자는 저조했고, 순천 문학의 정체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 포럼 과정에서 제기한 문제를 살펴보는 것은 순천에서 ‘문학 하는 이들’에 대한 소박한 애정의 발로일 것이다. [편집자 주]

순천시 문화유산과는 지난 8월 25일 연향도서관 극장 ‘연’에서 문학자산연구를 위한 ‘순천 문학 정체성 조명 포럼’을 개최했다. (제공=순천시)
순천시 문화유산과는 지난 8월 25일 연향도서관 극장 ‘연’에서 문학자산연구를 위한 ‘순천 문학 정체성 조명 포럼’을 개최했다. (제공=순천시)

‘순천문학’이라는 개념이 가능한가? 근대란 ‘일국체제(一國體制)로의 전환’의 다른 말인데, 근대화된 지 오래인 지금 ‘지역문학’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나아가, AI가 시를 쓰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가 쓴 시는 ‘어디’의 문학인가? 순천의 내가 AI에게 요구하여 작성된 시는 순천문학인가? 한국문학인가? 세계문학인가?

그리고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생활한 사람의 문학을 ‘순천문학’이라고 해야 하나? 어디에서 생활하든 순천에서 태어난 사람의 문학을 ‘순천문학’이라고 할 수 있나? 다른 곳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생활한 사람의 문학은 ‘순천문학’인가? 순천을 소재로 하거나, 순천의 인물이나 사건을 다룬 문학이 순천문학인가? 아니면 위에서 말한 전부를 ‘순천문학’이라고 해야 하나? 막연하고 어렴풋하게나마 ‘순천문학의 개념’을 정한 다음에 순천문학의 정체성 포럼을 진행했어야 하지 않나? 

이번 ‘순천문학의 정체성 조명 포럼’에서는 ‘순천에서 태어나 서울지역(중앙)에서 활동한 유명 작가들과 작품’을 선정하여 다루었다. 곽재구 시인만 ‘다른 데서 태어나 순천에서 대학교수를 한 유명 작가’이다.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라 해도 손색이 없는 작가와 작품인데, 순천문학이 곧 한국문학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쉽게도 이번 포럼에서는 ‘순천에서 태어나 순천에서 생활한 사람이나 작품’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그들은 ‘순천문학’에 속하지 않는 것일까? 5명의 발표자 중, 문학연구자인 순천대 교수가 1명 있었을 뿐 ‘순천에서 오래 살면서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이나 연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순천문학의 정체성이 매우 궁금하여’ 포럼에 참석했으나 내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증대되었다. 이번 포럼의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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