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올해로 스물일곱이 되었다. 예비군 삼 년차지만 중간에 여러 곡절이 있어 대학은 이제 2학년을 마쳤다. 대부분의 동기나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원에 가는 친구는 많지 않고 취업에 온 힘을 쏟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온갖 자격증에 토익점수, 제2, 3외국어 등 ‘평가를 위한 점수’에 목을 매고 버둥댄다.

대부분 청년들은 무언가 일을 벌이기에 지갑이 얇고, 학자금 대출이 이천만 원씩 있는 상황에 은행 대출을 받아 일을 벌이기엔 우리의 신용도는 아직 낮기 짝이 없다. 언젠가는 나도 월급을 받으리라, 우리 어머니 아버지들처럼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나갈 뿐이다. 참 우울한 분위기로 글을 시작했다. 독자께서는 부디 이해해 주시길. 진부한 레퍼토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도 벗어나기 힘든 현실이다.

어느 신문 칼럼에서 한 경제학자가 ‘청년층의 코인&주식 영끌 현상’이라는 주제로 쓴 칼럼을 보았다. 경제학자의 글은 ‘계층 간 이동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현 상황에 피로해진 청년층이 불투명하지만 큰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하는 항목으로 몰리는 것’이라고 결론이 났다. 필자는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좋은 대학을 나온다고 하여 취직이 보장되는 현실은 2000년 초반에 이미 끝났다. 월급을 모아 집을 산다? 그 안에 배로 집값이 올라 있다. 지금도 ‘가파르게’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좋은 일자리’가 있는 곳들은 십 년 동안 숨만 쉬고 모아야 문턱이나 잡을 정도다. 그러한 상황에서, 아무런 문턱도 필요 없이 금전만 있다면 누구든지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이 청년들에겐 코인과 주식이었다.

물론 충분한 공부와 책임감 없는 투자는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당장 아무 뉴스 채널만 틀어 보아도 예측할 수 없이 가파르게 움직이는 그래프에 수많은 사람이 안타까운 현실을 맞이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하고 경쟁해왔지만, 이 노력과 경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도통 알 수가 없으니 지쳤다는 생각이다.

첫 문장에 서술했듯 필자는 아직도 대학을 졸업하지 못했다. 7년 동안 대학은 2년 다녔는데 학업 중에도 일을 계속해 와 지금은 주식회사 한 군데, 협동조합 한 군데, 개인사업자까지 총 세 군데에 몸을 담고 있다. 어찌 보면 나이에 맞지 않는 경력직인 셈이다. 구체적으로 서술하기는 부끄러우나 직급이 있다 보니 면접 과정에도 참여한다.

구직자들을 보면 ‘왜 이런 스펙으로 중소기업에 오려고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정말 안타깝지만, 필사적으로 쌓아 온 ‘취업 전용 스펙’이다. 사회에서는 대학을 나오지 않은 스무 살이나, 명문대를 졸업한 스물일곱 살이나 별 차이가 없다. 어차피 ‘사회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선 시간을 들여 다시 배워야 한다. 저런 상황에서 오는 박탈감과 자신감 하락에 취업을 하고도 곧 그만두는 사람도 많이 보았다.

결국은 공생보다 경쟁을 통해 발전해 온 시대적 배경이 청년들을 ‘스펙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스펙이 뒤떨어지는 자는 노력하지 않는 자가 되었고 그들은 도태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언제쯤이면 갈라치기 대신 공생과 공존이라는 단어를 삶에서 보편적으로 찾아볼 수 있을까. 언젠가는 그런 사회가 생길 수 있을까. 답답한 마음으로 글을 마친다.

심선민 자영업자(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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