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시각 차이는 용어에서 비롯됐다. 여순10‧19가 항쟁이 아니라 학살이라는 여수지역사회연구소 박종길 소장의 입장 표명이 도화선이 됐다. 박 소장은 항쟁이라고 명명하기엔 여순사건의 봉기군이 일방적으로 당했다는 논리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학살에 가까운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다. 구례 산동 꽃쟁이 민간인 학살이 예시로 나왔다. 박 소장은 이곳에서 1천여 명 이상이 파묻혔다고 말했다. 순천, 광양, 구례지역의 10‧19연구회원들은 항쟁이 맞다는 주장을 폈다. 결과와 과정이 어떻든 간에 맞서 싸웠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다. 논쟁
순천도 우주 시대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14일 순천에 약 500억 원을 투자해 순천 율촌 1산단에 2만 3,140제곱미터(약 7천 평) 우주 발사체 단 조립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단 조립장’은 우주 발사체의 각 단을 제작하고 기능을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2025년에 완공될 단 조립장은 계속적으로 발사되고 있는 누리호뿐만 아니라 차세대 발사체를 위한 민간 인프라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시설이다.순천 우주 발사체 단 조립장은 경남 서부 지역 우주산업 클러스터와 고흥 나로도의 우주 발사체 클러스터를 연결
요즘은 주로 특성화고 1학년 학생들을 만나 근로기준법에 관한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조건의 최저기준을 정해 놓은 법률임을 강조하며 늘 그 이상의 노동자 권리에 관한 얘길 하지만, 학생들은 최저기준을 최고의 기준으로 받아들이곤 합니다. 나아가 그 최저기준조차 무슨 자격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40%를 훌쩍 넘어선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해 대다수 노동자가 최저시급에 준하는 임금을 받고 있고, 시급제 노동자 가운데 43만 명(17.6%)이 최저시급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올해들어 순천지역 노동계에 초유의 사태가 연이어 일어났다. 이 지역 최초로 노숙농성이 전개되고 노동자의 집단해고 사태 해결을 위해 시민, 사회단체가 대책위원회를 결성한 것이 그것이다. 순천만잡월드 노동자들은 지난 2월 노숙농성 56일만에 극적 타결을 이끌어냈다. 차가운 기운이 수그러들지 않아 몸과 마음이 꽁꽁 얼었음에도 이들은 꺾이지 않았다. 연약한 이들을 버티게 한 공정과 원칙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가 얼마나 절실했는지를 다시금 깊이 생각케한다.순천만국가정원 집단해고 사태는 5월 초만해도 그 끝이 안보였다. 집단해고 된 지 1백30
작년 9월에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이 기회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혼주로서 상투적인 덕담보다는 다른 형식을 취하고 싶었다. 특히 아들이 장성하여 한 가정을 꾸린다고 생각하니까 늘 마음에 있었던 추억 하나가 떠올랐다.아들이 세 살 적에 우리 부부는 부모님께 자녀를 맡겨두고 벌교에서 광주까지 통근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에 아들이 아파트 광장에서 놀다가 우리 차를 발견하면 차 뒤에서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죔죔 하는 손짓을 하면서 주차를 안내해 주던 모습이 너무나 귀엽고 정겨웠다. 이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두지 못해서 늘 생각이
지난해 4월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탐진강변에 노란 리본이 매달리고 군청사 앞 인도에 조그마한 추모 부스가 세워졌습니다. 행인이 많은 곳이지만 부스를 찾는 발걸음은 뜸합니다. 그나마 초등학생들이 드문드문 교사와 함께 들렀다 갑니다. 9년이 지났으니 기억은 흐려지고 마음은 둔해질 수밖에 없겠지요. 이렇게 세월호가 세월과 함께 가라앉는다 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리본 달기가 해치워야 하는 일로 여겨지곤 하니까요. 이번 9주기 기억식에는 겨우 20여 명이 참석하였는데, 그것도 모두 행사 관계자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
[편집자주] 순천YMCA 1층에 살림을 차린 천천히마을 청년들이 ‘청년개미’라는 소식지를 발행했다. ‘청년개미’에는 개미처럼 똘똘 뭉쳐 각자의 생각을 펴내고, 살아가며 느끼는 근심 걱정을 털어놓는 청년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 안에서 알록달록하고 선명한 글 한 편을 소개한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시작한 뒤로는 예쁘고 귀여운 장난감을 보더라도 그저 다 플라스틱으로 보인다. 과한 선물 상자와 쓸데없는 포장지는 내용물만 꺼내면 그 뒤로부터는 다 쓰레기통으로 간다.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
요즘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MZ세대'는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와 Z세대(1997~2010년생)를 합친 세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어떤 세대의 특성을 알아보기에 편리하지만 단일화된 시각으로 특정 세대를 비판하거나 무시하는 현상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이 현상이 MZ세대에게 일어나고 있다.SNL의 ‘MZ오피스’는 업무중의 에어팟 착용, 회사의 회식, 상하관계를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 등을 주로 보여줌으로써 공감을 얻는 모습보다는 사회초년생을 조롱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MZ세대 쪽에서도 기성세대의
작년에 만난 한 건축주가 사과 농사를 짓기 위해서 서울에서 강원도 정선으로 이사를 한단다. 그는 “요즘 가장 맛있는 사과는 전북 장수도, 경북 청송도 아닌 강원도 정선산”이라고 했다. 사과를 뺏긴 장수군은 지금 아열대 과일 파파야를 신소득 작목으로 육성하려 하고 있다.기온만 상승한 것이 아니다. 태풍,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의 강도가 높아졌다. 지구의 바이오리듬이 깨지면서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농업은 그 피해를 더욱 크게 입는다. 기후‘위기’다.농촌인구 급감과 고령화 또한 심각한 문제다. 노동력 부족으로 농약과 제초제에 기대는
지역신문이 살아날 길을 제시하는 것은 이제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 해법은 누차 얘기된 바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실행하느냐의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 성패의 관건이다.지역 소식을 싣는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지역신문사에는 우선 인력이 너무 부족하다. 재정적으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지역 소식들은 정말로 기자들이 발로 뛰지 않는 한 얻어내기 어려워 숱한 지역신문들이 알면서도 기사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구체적인 방법을 언급한 대목도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성공한 지역신문사를 찾아내 스스로 벤치마킹하는 일
지금 세계는 인류 역사상 어떤 시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위기 속으로 급속히 빠져들고 있다. 위기는 인간의 삶 전체에 걸쳐 전면적이고 매우 복합적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위기의 최전선에 있다. 그 위기는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첫째, 민주주의 심각한 후퇴이다. 이를 상징하는 것은 2021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의 부정을 주장하는 폭도들이 대중민주주의의 상징인 국회의사당을 점거하고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은 미국에서 제조업이 쇠퇴하고 산업의 중심이 금융과 서비스
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조항일 테다. 이를 인용하는 정치인도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라 생각되기도 하나 나는 이 조항이 조금 불편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를 자신의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권리와 권리의 충돌이라 여겼다. 그리고 권력은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조율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회 갈등은 권력에 의한 권리 침해처럼
우물 안 개구리였다. 아니, 온실 속의 화초였다.진보의 불모지 충청북도 영동군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온갖 핍박과 혐오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그를 보며 말로만 듣던 진보의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된 것이다. ‘빨갱이’ 소리를 듣는 그가 지역에서 공익사업을 추진해도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그가 하기 때문에’라는 기막힌 이유로 그의 일을 막으려 애쓴다. 자신의 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않음에도 부정한 사람으로 낙인찍혀있다. 이 지역에서 진보 운동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나는 여수와 순천의 교집합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나의 본가는 순천과 여수 사이에 있다. 여수행 35번 버스와 순천행 96번 버스가 공존하는 곳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여수에 속한다.나와 순천의 깊은 연결은 우리나라가 월드컵 역사에서 대이변을 연출한 2002년부터다. 진학할 고등학교를 정해야 할 무렵 순천에 고등학교가 생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나는 ‘고등학교 졸업 횟수라도 잘 기억하자’라는 생각으로 순천제일고등학교에 입학했다.그 당시 제일고는 학교 건물이 없어서 순천율산초등학교에 얹혀살았다. 급식도 교복도 없
순천만국가정원을 가꾸는 데에 올해에만도 2천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갔다고 한다. 아름다운 국가정원과는 대조적으로 국가정원에서 오랫동안 일해 온 이들의 노동조건은 비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순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박람회 기간 동안 지난해 국가정원노동자의 고용을 승계·유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채용 서류 심사에 경력 점수를 10%, 자기소개서 점수를 80%로 책정했다. 자기소개서 비중이 높으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 이것을 고용 승계·유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보통의 고용 승계·유지는 업무대행 업체가 바뀌
150일째. 싸우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먹구름도 걷힐 줄 모른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백안시만 늘어난다. 우리 사회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순천만 국가정원 노조는 서서히 지쳐간다. 대부분이 여성이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울린 지 오래다. 노조원 32명 가운데 농성 참가율이 절반이다. 노조원 2명은 70대다. 50대 중반의 여성 노조원은 생계까지 막막하다. 한참 신경 써도 부족할 고등학생 딸에게 느낄 미안함이 헤아려진다. 그 딸의 눈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비칠까 두렵다. 다른 노조원들도 가족을 돌봐줄
오는 7월 27일이 되면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어설프게 미봉해놓은 정전(停戰)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된다. 어느 나라가 전쟁을 잠시 멈추고 70년 세월을 보냈는가?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終戰)협정을 맺으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노력은 하였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았다.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자세는 평가하지만, 우리 민족 문제를 단순히 중재자에 머물러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MBC가 올해 3
세월 참 빠르다.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 매화가 피었다. 옷깃을 여미고 어깨를 움츠리며 싸늘한 바람을 미워하던 때는 이미 갔다. 밉고 싫은 게 찬바람만은 아니었다. 사람이 어쩜 그럴 수 있을까? 하늘을 올려볼 수 없어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뱉기 여러 번이었다.세상은 더 빠르다. 높게 솟은 공장 굴뚝에서 품어 나오는 연기를 보며 흐뭇해하던 시대는 언젯적인지 생각도 안 난다. 다른 나라에서 수백 년 걸린 산업화를 한국은 50년도 안 걸려 이뤘다. 다시 탈산업 사회, 정보화 사회가 된 지도 이미 한참이다. 집단보다는 개인이, 생산보다는
요즈음 저녁마다 하는 일이 있다. 할머니 방에 놀러 가 간식을 챙겨드리고 말동무해드리는 일이다. 어머니가 잠시 교육받으러 올라가신 사이에 살펴드리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오늘은 할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하실까 궁금해하며 방문을 연다. 간간이 얼굴 보던 손녀가 매일같이 이야기하러 들어오니 처음에는 갸우뚱하시던 외할머니는 어느새 그 시간을 기다리신다.하는 이야기는 별게 없다. 오늘은 어떠셨는지, 재미있으셨는지, 밥은 맛있게 드셨는지. 항상 대답도 똑같다. 뭐 없다, 재밌을 게 뭐 있냐, 그냥 먹었다.똑같은 질문과 똑같은 대답이 조금
머리가 하얘지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들도 모래알처럼 씹힌다. 시간이 멈추길 바랄수록 약속된 시간은 성큼성큼 다가온다. 어영부영 보낼 수는 없다. 잠을 자지 않기로 했다. 입대 전 3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지겨웠던 고등학생 시절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3년. 이에 비하면 1년 6개월의 군 생활은 아무것도 아닐 거다. 입대일이 되어서야 마음이 잡힌다. 밥은 여전히 맛이 없다.코로나는 입대할 때도 마음을 후빈다. 입대 식이 없어 나를 강제로 데려가지 않는다. 스스로 걸어 들어오라고 말한다. 입소까지 30분이 남았지만, 가족의 곁을 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