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경전선은 지금 필요한가?

손훈모 변호사
손훈모 변호사

요즘 한 여름 더위만큼 순천을 뜨겁게 달구는 이슈가 있다. 경전선 순천도심 지상 통과 문제가 그렇다. 

경전선 사업은 광주에서 순천까지 총연장 122.2㎞ 구간의 선형을 개량하고 전철화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 1조 7703억원이 투입되며, 설계속도 250km/h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사업은 남해안 철도인 경전선 구간의 마지막 개량사업으로 사업이 시행되면 광주에서 부산까지 소요 시간이 2시간 24분으로 3시간 18분이 단축되며, 목포에서 부산까지의 운행 시간도 4시간 9분이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존의 경전선 노선이 순천도심을 지상으로 통과하게 되어 진동과 소음, 도시 양분화, 생태도시를 표방하는 순천시의 브랜드 이미지 훼손한다는 점이다. 또한 평면교차로 10개소에 걸쳐 열차 운행 횟수가 기존 하루 6회에서 46회로 대폭 증가해 30분에 한 대 이상 고속열차가 도심을 관통하게 되어 순천시민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고, 도시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민들의 불안과 불만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21년 9월 순천지역 시민단체, 주민단체, 사회단체 등 50여 곳 단체로 이뤄진 ‘경전선 순천도심구간 지상통과반대 시민대책위원회’는 순천시민 의견 수렴이 없었던 점과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거론하며 국토부를 상대로 편리성, 안전성, 신속성을 추구해야 할 교통정책의 기본방향에 반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도심을 우회하거나 지하화하도록 변경해줄 것을 다각적으로 요구해 왔다. 하지만 국토부와 전남도는 사업비 증가와 이에 따른 예비타당성 재조사 등의 이유로 기존 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다. 국토부는 기재부 검토 결과를 받는 대로 빠르면 오는 10월 중에 경전선 전철화 사업 기본계획을 고시하고, 이후 기본 및 실시설계를 완료한 후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토지보상과 공사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기본계획이 고시되면 국가계획으로 반영되고 그렇게 되면 순천시민은 정상적으로 의사를 반영할 방법이 없어진다. 시간은 많지 않고 다양한 순천 정치권의 정부나 전남도 설득의 효과성이 의문시되는 현 시점에서 우리는 어떠한 논리로 사업비 증가와 예타문제로 완고한 국토부를 설득하거나 대응할 수 있을까? 

첫째, 가장 좋은 것은 국토부가 대승적으로 순천시민이 원하는 지중화안이나 도심우회안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경우 지중화나 우회 노선으로 늘어나는 사업비와 사업 기간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순천에서는 시장 입장문 발표, 순천시의회 최적안 반영 촉구 건의안, 시민대책위원회 집단농성과 집회 등 도심 통과 반대 여론이 월등히 높다. 순천시는 지난 21년 5월부터 8월까지 ‘한국교통대학교 산학협력단’에 대안 용역을 맡긴 결과, 경전선 전철화 사업 원안인 순천 도심 통과 구간 중 약 3km를 ‘지중화’하는 안을 대안으로 정했다. 지중화 대안은 기존노선 및 순천역을 활용하되 도심권 단절, 소음피해 최소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사천을 지나 땅속으로 들어가서 인제 건널목까지 부분 지중화하는 안이다. 시는 이 구간이 지중화되면 6개의 철도건널목이 사라져 사고 위험과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철도부지 지상은 공원, 광장, 주차장 등으로 활용해 시민에게 더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순천시민에게 국토부의 경전선 순천도심 지상 통과는 결코 변할 수 없는 진리는 아닌 셈이다.

둘째, 경전선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법 모색을 위해 사업 연기가 필요하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5월 11일 순천시문화건강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경전선 광주송정~순천 단선 전철화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공청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순천 도심 기존 노선 계획을 고수하면서 지중화·우회노선을 요구하는 순천시와 시민들에게 “경전선 사업 무산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고 한다. 경전선 전철화 사업으로 100년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 순천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국토부의 막말처럼 경전선이 순천시민의 요구대로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무산되는 것이 도심을 통과해서 입는 손실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다. 더욱이 차기정권 선거때 순천시민의 민심을 얻고자 순천시민이 원하는 쪽으로 경전선 노선 정책이 새로 바뀔 수도 있다고 판단하는 시민도 있다. 따라서 순천시민들에겐 합리적 대안과 협상, 변화의 가능성을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 순천시민이 원하는 지중화나 도심 우회가 아니라면 차라리 사업 연기나 심지어 포기까지 요청하는 전략적 대응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수요조사에 따르면 이용객이 대단히 소수일 것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셋째, 변호사로서 판단해보면 공익적 차원에서 경전선 문제를 법적 소송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은 결과가 예상되지만 경제 논리에 매몰되어 지역민의 불편에 눈을 감은 국토부와 전남도에 경각심을 줌은 물론 정치권에는 구호성이 아닌 실효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중앙언론에는 순천시민의 요구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불편과 순천의 미래가 뻔히 보이는 문제에 눈감고 손놓고 있을 순 없다. 더욱이 순천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더 나은 순천을 꿈꾸는 저에게는 더욱 그렇다. 

경전선문제는 반드시 순천시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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