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터널 조례동에서 보는 입구 전경
봉화터널 [조례동에서 보는 입구 전경]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그 해 7월, 순천에서는 민선 3기 지방정부가 출범하였다. 얼마 있지 않아 지역 정가에 슬슬 퍼진 얘깃거리는 봉화산을 관통한다는 봉화터널 소문이었다. 그때 그시절은 현재 조례동에 있는 법원이 아직 순천대 옆에 있던 때이다. 지금의 조례호수공원은 당시 조례저수지였는데, 택지로 매립되느냐 마느냐 하는 기로에 서 있었다. 겨우 20여 년 전 얘기지만 독자들에게는 아마 까마득하게 느껴질 것이다.

당시 봉화터널 소문은 민간자본을 유치하여 신도심과 원도심을 연결하는 봉화터널을 뚫고 유료화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순천시는 2003년 550여억 원의 건설 비용 전액을 시 예산으로 충당하였다. 5년의 공사 끝에 2008년 8월 완공되어 지금 누구나 무료로 이용하고 있다. 

오늘 할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아는 910m의 2차선 봉화산 쌍둥이 굴이 아니라, 옹색하게 만들어진 터널 내 보행자 도로 문제다. 처음 봉화터널이 설계되었을 때는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커녕 아예 고려도 안 했다고 전한다. 그때만 해도 교통은 오로지 자동차 중심이었으니까! 나중에 시민들이 도보나 자전거로 통과할 수 있도록 보행자 도로를 만들었다.

봉화터널 내 보행자 도로는 터널을 점검하거나 케이블 설치 등을 위한 공동구를 보완하여 만들었기에 아주 옹색했다. 개통 전 생색내기로 만든 것이라 보행 환경은 자동차 소음과 미세먼지, 매연 등으로 매우 열악하였다. 우리 시를 좌지우지하는 높으신 양반들은 아마도 봉화터널을 자동차로 쌩하니 달려 지나쳐버리지 걷거나 자전거로 지나다니지는 않을 것이다. 보행자 도로는 교통약자들만 겨우 꾸역꾸역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다 2년 전 순천시는 무슨 마음인지 7억 원 예산을 들여 보행자 도로에 방음벽을 설치하였다. 터널 내부 환경에 대한 이해는 없었던지 기존 난간을 걷어내고 모양만 좋은 유리벽을 세웠다. 보행자를 위한다는 공사는 보행 환경을 개선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공사를 위한 공사'에 그치고 7억 원 예산은 낭비되었다. 

보행자 도로 방음벽 설치 모습
보행자 도로 방음벽 설치 모습

최근 순천시는 국비 4억 원에 시비 4억을 들여 봉화산 터널 보행자를 위한 방음벽 설치를 계획했다. 의회 승인을 받으려다가 시의원의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사업 규모가 작다고 하찮게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인데, 주무 부서장이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해서 의원들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시 사정이야 어떻든 보행 환경을 개선하려면 터널 안에는 방음벽이 아닌 보행자 터널을 설치하여야 한다. 그래야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과 미세먼지, 소음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전문가 타령으로 얼버무릴 일이 아니다. 2년 전 잘못된 사례를 경험하고도 배우지 못한다면 올바른 공직자라 할 수 없다.

순천시의회도 순천시 예산 편성의 옳고 그름만 지적하고 사업을 취소시키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의회 회기 중이라도 현장을 방문하길 간곡히 권한다. 자동차로는 통과하는 데 1분여 밖에 안 걸리지만, 보행자는 약 1km의 봉화터널을 걷는 데 10여분이 걸린다. 시민을 위해 10여분만이라도 발품을 팔아주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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