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파아란(破我亂), ‘나의 관성을 부수고 난장을 세워보자’는 외침을 들어본다. 희망은 부서짐에서 시작되므로, 앞날은 비 갠 하늘만큼 파아랗다. 100인의 파아란 외침을 공개 모집한다.

주희주 별량중학교 교사
주희주 별량중학교 교사

환경문제, 동물권을 이유로 비건을 지향한다.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과 배달 음식 이용이 늘어나면서 발생한 환경파괴와 이것으로 고통받는 동물들 소식을 접할 때마다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

무엇보다 우리 세대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렸던 것들을 누리지 못할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고 또 미안하다.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듣고 급식을 먹고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볼 때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별량중학교에서 근무한 첫해, 플라스틱 용기의 라벨을 떼서 씻고 있는데 동료 선생님께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어차피 한꺼번에 가져가~ 소용없어.” “정말요?” 믿을 수 없었다. 직접 보지 않았고, 그냥 버리는 것은 찜찜해서 꿋꿋이 분리배출 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가 대량으로 발생할 때마다 재질별로 분리·세척하는 작업과 “어차피 소용없다”라는 주위 반응이 재연되었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일회용품 안 쓰기, 손수건과 텀블러 가지고 다니기 등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 둘 실천했다. 작지만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러다가 학생들과 함께하고 싶어졌다. 환경동아리를 만들어서 매주 함께 책을 읽고 환경문제를 공부했다. 각자가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위해 하는 실천과 해보고 싶은 것 등을 공유했다. 또 교내에서 일회용품 사용 금지, 분리배출, 에코브릭(재활용률이 낮은 폐비닐을 플라스틱병에 꾹꾹 눌러 담아 벽돌처럼 만든 것. 인테리어, 건축 등에 사용된다), 급식잔반제로 캠페인 등을 기획하고 실시했다. 학생들은 기꺼이 마음을 내어 행동했다. 내 마음과 학생들 마음이 보태져 우리는 어느새 환경에 ‘진심’이 되었다.

별량중학교  환경동아리  학생들
별량중학교  환경동아리  학생들

아침 일찍 출근한 어느 날, 쓰레기 수거 차량과 마주쳤는데, 맙소사! 실제로 쓰레기차는 유리, 페트병, 캔, 종이류 등을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압축해 가져갔다. 재활용하면 자원이 될 것들이 그대로 땅에 묻혀 쓰레기 산이 되고 이로 인해 고통받을 다른 생명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고 답답했다.

학생들이 시간과 공을 들여 쓰레기를 품목별로 분리하고, 뜯고, 씻고, 말려도 모두 소용없게 되는 현실을 목도한 그날 이후 학교에서 쓰레기를 분리할 때마다 “이걸 다 집에 가져가야 하나…” 내면에서 수백 번 갈등이 일었다. 마침 올해 동아리에 들어온 1학년 부원이 초등학생 때 학교 분리수거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다가 좌절해서 중학교에서는 꼭 이루고 싶다고 했다. 다른 학교들의 쓰레기 배출 상황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소년정책박람회에 ‘자원순환사회’ 정책을 제안하기로 했다. 사회 전체 시스템이 바뀌어서 ‘어느 하나 버려지지 않고 순환하는 사회’로 가자는 바람을 담았다. 지난 4월부터 학생들이 직접 계획을 세워 학교 쓰레기차 계약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행정실에 문의하고, 인근 초등학교에 방문해서 상황을 알아보기도 했다. 또 학교에서 일주일간 발생하는 쓰레기를 모두 모아 품목별로 무게를 쟀다. 관련분야에 종사하거나 문제의식이 있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의견을 묻고 정책 내용에 반영했다. 학교에서 대량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이 높은 쓰레기는 제대로 수거돼서 재활용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급식에서 소포장 음식 제공금지’와 ‘자원순환회수로봇 설치’를 제안했다.

한 심사위원이 우리 학생들의 정책발표를 듣고 나서 “사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었는데, 학생들을 통해서 들으니 그동안 노력하지 않은 것이 부끄럽네요”라고 했다. 예산과 행정적인 절차를 따지며 지금의 상황을 방치하다가는 머지않아 우리는 쓰레기 산으로 덮인 지구에서 살게 될지 모른다.

기후위기 시대 생태환경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교육청에서 각 학교에 생태환경교육을 목적으로 예산을 내려줬다. 다양한 일회성 만들기 활동이 이뤄지고 그 활동이 지나간 자리에 쓰레기가 남는 모순.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환경교육일까? 진정한 교육은 앎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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