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3개의 전선이 놓여 있다. 우크라이나 전선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전선, 그리고 핵문제로 엮여진 북미전선.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제물로 친미 세력과 러시아의 전선이 폭발되어 진행 중이다. 극동 전선은 위기의 징후만이 포착된 상태이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를 품고 있다. 10월 2일, 바이든 정부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 의하면, 러시아는 봉쇄의 대상이지만 중국은 압도해야 할 대상이다. 정치・군사・경제면에서 대결하는 가히 신냉전체제다.

동구권의 몰락과 소련의 해체 이후, 세계의 지형은 달러(자본)를 바탕으로 미국의 1극 패권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2008년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코로나 국면을 겪으면서 세계 자본주의는 깊은 나락에 빠져들었다. 미국을 비롯한 양적완화(QE)를 통해 위기를 연장하거나 우회했을 뿐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 진상의 가림막이고 겉으로 드러난 위기의 시발점일 뿐이다.

미국은 분쟁과 전쟁을 통해 군수산업을 신장시키고 신자유주의로 금융자본은 막대한 이익을 취했다. 그러나 시나브로 푸틴의 러시아에서는 금융자본의 확대가 저지되었으며, 중국은 미국의 금융자본의 진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자본의 확대가 저지되고 공급망이 축소된 것이 인플레이션의 주된 원인이다. 미국에서 금리인상(QT)을 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미국의 서민들에게 고통을 안겨주고, 다른 나라에는 특히 화폐의 신용력이 낮아 자국통화로는 국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나라에게 더욱 타격을 줄 뿐이다. 양털깍기의 성격이 짙게 풍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하여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CO)로 뭉쳐진 중러의 영역이 확대되었다. 브릭스만 하더라도 세계 인구 30억 명,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석유수출국기구(오펙)도 러시아와 손을 잡고 감산에 합의하였다. 페트로 달러를 만들어주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의 놀라운 변화이다. 탈-달러화의 시동이 걸렸다. 객관적 현실이다.

미국의 1극 패권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고 다극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달러의 제왕적 지위는 점차 무력화되고 있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 중심 국가를 선언하게 된 배경은 그동안 이득을 거두었던 신자유주의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이 금융과 군수산업으로 점철된 미국의 세기를 지속하고자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만 문제, 북한에 대해서는 위협과 대결을 피하지 않고 있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심산이다. 북·중·러의 저항과 공세도 이에 비례한다. 바이든이 거론한 아마겟돈 등 3차세계대전이 가상현실이기를 바라나, 이 위기의 나락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는 가름키 어렵다.

키신저는 “미국과 적이 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러나 미국과 함께하는 것은 더 치명적이다”고 하였다. 트럼프는 “미국의 진정한 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미국 정부에 있다”고 하였다. 어쩌면 트럼프의 말처럼 우리의 적은 우리 내부에 있을지도 모른다. 미국은 제조업을 되돌리려고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세계사는 대전환의 시기에 접어들었다. 자신을 되돌아보고 우리의 주체적 태도를 가져야 할 시점이다.

신근홍 순천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
신근홍 순천시사편찬위원회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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