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9항쟁을 다룬 최초의 영화 ‘동백’ 드디어 개봉

‘국밥’ 한 그릇이 생사를 갈랐던 역사의 상처와 화해 다뤄

: ‘국밥의 역설. 아버지는 살기 위해서 국밥을 내어주었고, 총을 든 자는 살기 위해 먹었다. 그러나 살기 위해 내놓은 국밥 한 그릇으로 아버지는 죽어야 했다. 73년 전 동백식당을 찾아온 14연대 군인에게 국밥 한 그릇 내어 준 것이 부역죄, 일명 빨갱이가 되어 진압군에게 즉결 총살을 당했던 아버지. 그 억울한 죽음을 직접 목격한 황순철(박근형 역)과 그 가족의 비극을 담은 영화 동백이 드디어 개봉된다. 영화 동백10·19항쟁을 다룬 최초의 영화로, 10·19항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 동백개봉을 앞두고 지난 103일 신준영 감독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수·순천·광양 10월 19일, 전국 10월 21일 개봉

영화의 키워드는 '화해를 통한 상처 치유'

https://tv.kakao.com/v/422633481 (영화 '동백' 예고편)

영화 ‘동백’ 개봉을 축하드립니다. 10·19항쟁을 최초로 다룬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데, 감독으로서 소회는?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첫 번째 영화다 보니까 역사의 증인 같은 느낌이 듭니다. 제가 첫 번째로 여순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하게 된 것도 저한테는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많은 유족과 인터뷰를 했을 때 책임감도 많이 느꼈고, 유족들의 말씀을, 아픔을 영화에 담으려고 애썼는데 잘 드러났으면 합니다. 한편 유족들, 특히 여수 순천 지역 사람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조바심도 있습니다. 하여튼 특별법도 제정되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개봉이 기다려지는 상황입니다.

간략하게 영화 ‘동백‘은 어떤 영화인가요?

이 영화는 유족의 아픔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분들은 이 지역에 살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많은 희생을 당했다고 봅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국밥 한 그릇 내어준 것이 부역죄가 되어 생과 사를 가르기도 하고, 또 자식들은 연좌제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제가 그 상황이라면 너무 억울할 것 같더라고요. 유족들의 억울함이랄까, 한을 위로하고자 만든 영화입니다.

또한 영화를 통해 여순사건에 대해 재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솔직히 여순사건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수 14연대 군인들이 제주4·3의 진압을 반대하면서 일으킨 사건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모르는 분들이 많아 영화를 통해서 여순사건이 재조명되고,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이 빨리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를 소개하는 글이 ‘73년 전통, 화해의 레시피’에서 나타나듯이 영화의 주된 키워드가 ‘화해’입니다. 영화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화해는 어떤 모습인가요?

영화를 만들면서 경찰, 민간인 유족들이 따로 위령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습니다. 물론 그때는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어서 그럴 수 있겠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지났으니까 그런 아픔이 재연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주인공 황순철은 당시 9세로 지금은 84세입니다. 그분들이 계속 그 어떤 트라우마를 갖고 살 수는 없잖아요? 자식을, 손자를, 가족을 위해서 이젠 그런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제는 많은 분이 돌아가셨고, 살아 계신 분들도 고령입니다. 유족들의 명예 회복도 되어야겠지만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는 게 유족들의 바람입니다. 유족들의 트라우마의 그 밑바탕에는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한 악’이 깔려 있는데 영화에서는 그런 점이 많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이에 대한 감독님의 생각은?

우리도 그런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영화를 처음 기획했을 때는 첫 장면이 여수 신월동 14연대 군인들이 봉기를 일으키는 장면으로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14연대 봉기 장면으로 시작했으면 역사적 측면이나, 국가 폭력도 좀 더 드러나면서 관객들도 이해하는 부분이 쉬웠을 텐데 그런 장면들을 보여주려면 제작비가 어마어마하거든요. 특수 효과라든지, 솔직히 옛날 총 M1 한 방 쏘는 데 한 발에 20만 원입니다.

특별법 제정 이전에, 영화 초기 제작 당시 여순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 투자자들이 쉽게 투자하지 않더라고요. 4년이라는 시간에 걸쳐서 영화가 제작됐지만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있습니다. 여순사건을 제대로 드러내려면 14연대 군인들과 진압군이 전투하는 장면을 많이 펼쳐져야 하겠더라고요. 그러다 보면 또 다른 분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화해하자는 메시지에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국밥 한 그릇이 부역죄로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또 자식들은 연좌제로 힘들게 살았던 유족들의 아픔을 황순철이라는 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 가족을 위해서’ 상처, 갈등, 억울함 등을 이제는 씻어내야겠다는 그런 모습으로 영화가 만들어진 거죠.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방금 하신 말씀 ‘내 가족을 위해서’ 그 말이 인상 깊습니다. 국가 폭력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개인들의 실존적 트라우마에 소홀히 한 측면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의 주된 알레고리인 ‘국밥’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그러니까 14연대 군인이었던 장태식에게 황순철의 아버지가 국밥 한 그릇을 내어준 것이 사건의 발단으로, 장태식이 살아남기 위해 국밥을 손가락총으로 황순철의 아버지를 지목함으로써 원수가 되었고, 나중에는 장태식의 딸 장연실이 다시 찾아옴으로써 서로의 갈등을 풀어내는 그 중심에 ‘국밥’이라는 매개체가 있는 거죠. 국밥이 전체적인 사건의 어떤 연결고리라고 할까요? 국밥이 가진 의미가 아주 크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대사 중에 나오지만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먹어야 살지.”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배고프다는데 국밥 한 그릇 안 주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민간인들은 솔직히 봉기군이든 진압군이든 밥을 달라고 하면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14연대 군인에게 국밥 한 그릇 줬다고 빨갱이로 총살했다는 그 자체가 너무 억울한 거예요. 당시만 해도 국가보안법도 없었고, 이승만 정권이 무차별적으로 죽여버린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진짜 무고한 희생자들입니다.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시사회에서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관객들의 감성을 자아내는데, 그 감성 자극의 원천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배고픈 사람에게 국밥 한 그릇 내준 내 남편이 끌려가고, 총살당하는데 그것을 막을 수도 없었던 아내의 어떤 애절함이 제일 안타깝게 다가간 것이 아닌가 싶네요. 가족인데,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데 그걸 막지 못하고, 자식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남편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그 심정은 누구나 공감했을 것 같아요.

또한 황순철이라는 주인공의 대사에는 유족들의 얘기들을 담아냈습니다. “아무리 태우고 태워도 못 태운 게 바로 이 한이라는 거요.”, “나랏일 하시는 니들도, 우릴 그렇게 죽여 놓고, 70년 동안 아무 말도 아무 해명도 없이 그렇게 지내잖아.”, “우리는 억울해 죽겠는데 왜, 자꾸 잊으라고만 하느냐?” 등 그동안 유족들을 인터뷰하면서 들었던 그분들의 말씀을 그대로 담고자 했습니다.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한 장면. (제공=신준영 감독)

작년 인터뷰에서 10·19항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충북 청주 출신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른 지역 출신인데 '동백'을 제작해오면서 느꼈던 이 지역에 대한 느낌은 어떠신가요?

처음에 여수·순천 등 이 지역 사람들은 만나면 되게 무뚝뚝해요. 그런데 친해지고, 가까워지니까 정도 많고, 간 쓸개라도 다 빼줄 정도로 의리가 있다는 것 느꼈어요. 옛날부터 부모님들이 ‘너 절대 어디 가서 나서지 마라.’ 하니까 말도 잘 안 하고 상대에 대해 닫아놓고 접근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친해지고 믿음이 생기면 베푸는 모습을 보면서 ‘여순사건이 이 지역의 색깔이나 사람의 성격도 많이 바꾸었구나.’라는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한 잠재적 피해의식 때문인지 여순사건에 대해 생각보다는 큰 관심이 없더라고요. 그게 제일 어려운 점이었어요. 여순사건이 재조명되려면 이 지역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셔야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고, 흥행도 되고 그래야 영화를 만든 보람도 있을 텐데, 어쨌든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금기의 역사를 다룬 영화다 보니 흥행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제작 비용은 얼마이며, 이 영화의 손익 분기점은 어떻게 예상하는지, 그리고 개봉 일정은?

제작 비용이 마케팅 비용까지 다 합치면, 한 20억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거든요. 45만 명을 넘겨야 하지 않을까요? 여수·순천 등 이 지역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관람해 주신다면 전국적인 흥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 지역에서 10만 명 정도만 넘어가면, 다른 지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질 것 같습니다.

특히 역사의 세대 계승과 평화 인권 교육 차원에서 학생들이 많이 관람해 주었으면 합니다. 여수·순천·광양 지역은 여순사건 73주년 기념일에 맞춰서 10월 19일에 개봉됩니다. 이 지역 CGV, 메가박스 등 6개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됩니다. 전국 개봉은 10월 21일입니다.

영화 '동백' 포스터. (제공=신준영 감독)
영화 '동백' 포스터. (제공=신준영 감독)

한편, 순천에서는 19일 개봉에 앞서 오는 15일 '순천시민의 날' 부대행사로 영화 ‘동백’ 시사회가 미리 열린다. 시사회는 순천 CGV에서 15일 오전 10시, 오후 1시와 4시 3차례 진행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