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량제 봉투는 80% 이상 채워서 내놓기를 강추합니다.”

“넵.”

“네.”

“네!”

“네~”

교장 선생님의 메시지가 대화창에 뜨자마자 학생들의 대답이 이어졌다. “3학년 교실의 분리배출은 잘 되었습니다. 모두 칭찬합니다!”라는 메시지에도 곧바로 감사하다는 응답들이 올라온다. ‘순천공업고등학교 환경 동아리(순환동)’ 단체 채팅방의 모습이다.

순천공업고등학교(이하 순천공고) 김홍렬 교장과 순환동 학생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직접 소통한다. 김 교장은 “제가 단톡방에서 분리배출이 미흡한 곳을 안내하고 요청하면 학생들이 대답을 아주 잘 해요. 그 중 특별히 잘 하는 학생에게는 간식도 사주고, 모범 학생으로 추천하기도 합니다”라며 학생들을 칭찬했다. “담임선생님께는 쓰레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아요. 복도에서 담임선생님을 마주치면, 반이 참 쾌적하고 좋아요, 인사를 하지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반적으로 학교 쓰레기 처리는 학교와 폐기물 수거업체가 1:1 계약하여 이루어진다. 학교가 수거업체로부터 암롤박스를 임대하고 다 차면 업체에서 수거하는 식이다. 암롤박스는 생활쓰레기, 재활용쓰레기,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슬러지 등을 운반하는 초록색 박스다. 수거된 폐기물은 업체에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의 재질별 선별이 이루어지지만 음식물 등으로 오염이 된 경우 제대로 된 선별이 어렵다.

순천시, 순천교육지원청, 순천환경운동연합은 2020년 ‘학생과 함께하는 클린학교 만들기’ 협력체계를 구축한 바 있다. 학생들이 환경교육을 쉽게 이해하고, 교실에서의 쓰레기 분리배출 실천이 가정에서 이어지도록 유도하며, 쓰레기 분리배출과 자원 재활용의 인식 제고를 꾀한 사업이었다. 순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당시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으나 시청과 교육지원청의 예산문제로 사업이 이어지지 못했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 폐기물 수거업체와 순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학교 행정실이나 교장 선생님이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진 학교가 분리배출이 잘 된다”라고 입을 모았다.

암롤박스가 갇혀 있는 천막. '폐쇄' 아래 '쓰레기 분리배출과 종량제봉투 사용은 지구 사랑입니다!'라고 적혀있다.(좌)  천막 안 암롤박스(우) ⓒ순천광장신문
암롤박스가 갇혀 있는 천막. '폐쇄' 아래 '쓰레기 분리배출과 종량제봉투 사용은 지구 사랑입니다!'라고 적혀있다.(좌)  천막 안 암롤박스(우) ⓒ순천광장신문

순천공고도 암롤박스를 폐쇄하기 전에는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를 혼합하여 암롤박스에 버렸다. 교문 근처 개방돼 있던 암롤박스에 인근 주민들이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도 잦았다. 이에 김 교장은 쓰레기 배출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 사용하지 않는 창고를 정리하여 분리배출 공간으로 정비했다. 각 학급에 쓰레기 분리배출 담당 학생을 한 명씩 정하여 ‘순환동’을 결성했다.

2학기부터는 암롤박스를 완전히 폐쇄했다. 각 학급에서 일반쓰레기와 재활용쓰레기를 분리배출하면 분리배출장에서 담당 학생 두 명이 최종 선별작업을 한다. 쓰레기가 많아 학생들이 힘에 부칠 때는 김 교장이 함께 분리배출장을 정리한다.

현재 순천공고는 음식물 쓰레기와 실험실습 폐기물을 제외하고, 일반쓰레기는 종량제봉투에, 재활용쓰레기는 재질별로 분류하여 마댓자루에 담아 교문 앞에 배출한다.

그 결과 월 3-4차례 암롤박스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66만원/통)을 절약했다. 지난 학기말에는 식자재 포장 상자와 쓸모를 다한 책 등 종이류 10t을 판매하여 52만 7천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김 교장은 “천연펄프로 종이 1t을 만들기 위해서는 30년생 나무 24그루가 필요하다”라며, “폐지 재활용은 나무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종이 생산에 사용되는 에너지와 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산업 폐기물까지 줄인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 순환동 학생은 “암롤박스가 있을 때는 분리배출이 전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쓰레기를 함부로 버렸다. 순환동에 소속되면서 다른 반보다 분리배출을 잘하고자 하는 승부욕으로 분리배출에 솔선수범하며 반 친구들을 이끌었다. 이제는 거리의 쓰레기도 주워 분리배출 한다”라고 말하며 만족스러워했다.

분리배출장 내부. (제공=순천공업고등학교)
분리배출장 내부. (제공=순천공업고등학교)

순천공고는 쓰레기 분리배출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위해 지난해 교내 냉난방 온도를 제한했다. 제한 온도는 교직원 회의를 거쳐 냉방온도 최저 23°C, 난방온도 최고 21°C로 결정했으며 시행 중 교직원과 학생들이 지내는 데 불편함이 없었다. 올해는 각각 24°C, 20°C에 도전한다.

또한 2022학년도에는 교내에 탄소중립부가 신설된다. 이는 기후위기, 분리배출과 재활용, 일반쓰레기 세 분야로 세분되어 각각 담당 교사가 배치되고 학생들과 더욱 활발한 환경보호 활동이 펼쳐질 예정이다.

더불어 김 교장이 직접 나서 잔반 줄이기와 자전거 타기를 강조하고, 학교 안 황무지를 가꾸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다.

김 교장은 환경운동연합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지구의 벗>을 2000년도부터 22년째 구독 중이다. <지구의 벗>을 통해 환경문제와 기부문화를 접했다. 그는 “실천하지 않은 지식은 관념에 불과하다”라며, “생활에서 실천할 방법을 늘 고민한다. 직접 할 수 없는 일은 관련 단체를 후원하여 ‘지구의 벗’으로 살고 싶다”라고 말했다.

​순천공업고등학교 김홍렬 교장이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순천공업고등학교 김홍렬 교장이 손가락 하트를 그리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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