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천식 정원시설부장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내년에 다시 열린다. 처음 열린 게 2013년이었으니 딱 10년 만이다. 당시 조경팀장으로 나무를 담당하였던 이천식 정원시설부장을 만났다. 이름을 풀어보면 오얏 리, 일천 천, 심을 식이기에 ‘오얏나무 천 그루를 심을 운명이었다’는 그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분주했다. 지난 4월에 순천만국가정원 조성 당시의 나무 이야기를 묶어 [나무는 내 운명]이라는 책을 냈다. - 편집자 주

이천식 부장은 ‘사람한테 귀천이 없듯이 나무에게도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울퉁불퉁하다. 귀천은 없지만 국가정원 속 많은 나무 중에 특별히 마음 가는 나무가 있을 것이다.

이천식 정원시설부장은 남들이 좋다는 값비싼 소나무보다 흔한 상수리나무를 국가정원에 심었다. 활엽수의 의미가 작지 않다며, 출퇴근할 때 걷거나 버스를 탄다.
이천식 정원시설부장은 남들이 좋다는 값비싼 소나무보다 흔한 상수리나무를 국가정원에 심었다. 활엽수의 의미가 작지 않다며, 출퇴근할 때 걷거나 버스를 탄다.

순천만국가정원에 이 부장님만의 나무가 있다면 어떤 나무인가요?

남들은 모르고 저만 아는 그런 나무라... 사람들이 다 나무를 좋아하는데 아마 도시 숲에 있는 상수리나무를 저만큼 좋아하지는 않을 거예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땔감 나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독일의 흑림지대에 가면 오크나무라고 아름드리 큰 나무들이 있는데 우리나라로 말하면 상수리나무거든요. 독일 젊은이들이 그 나무로 목조 건물을 지어서 사는 게 로망이라고 들었어요.

우리나라 산은 화강암 지역이어서 1m만 땅을 파고 들어가면 바위가 있고 돌이 막 엄청 있다 보니까 뿌리가 사방으로 뻗지를 못하고 그래서 아름드리나무로 못 크는 거예요.

여기가 논이였는데 제가 박람회를 준비하면서 흙을 엄청 가져다 메웠잖아요. 5m 이상 이렇게 쌓고, 많으면 10m 이상 쌓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힌트를 얻었죠. 상수리나무을 심는다면 밑에 돌도 없고 바위도 없으니 뿌리가 많이 퍼져 나가 독일처럼 크게 자라 도심 속에 숲 벨트를 만들거다.

박람회장을 보면 아시겠지만, 소나무 많이 안 심었습니다. 대신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수리나무 같은 거 갖다가 다 심었죠. 상수리 도시숲으로 사람들이 잘 안 가는데 거기 가면 정말 편하거든요. 다양한 나무들이 있고 큰 나무 작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게 멋있는 숲이지요.

사회도 마찬가지로 작은 사람 큰 사람 있는 것처럼 나무도 합쳐놔야지 서로서로 상호 작용도 해주면서 견제도 하면서. 사회와 똑같은 것이 숲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도토리도 열리기 때문에 다람쥐도 크고 쥐도 크고,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좋아지는 것입니다.

또 활엽수가 왜 좋냐면 사람에게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이 있듯이,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봄에는 새싹, 여름에는 녹음이 됐다가 또 가을이면 여러 색깔로 변하지 않습니까? 겨울이면 앙상하게 가지를 떨구고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 이렇게 변하는 활엽수 계통의 나무가 깊은 의미가 있다, 우리 인생의 모습과 닮지 않았나 하고요.

나무와 가깝게 지내시니까 궁금한데요, 요즘 기후 위기 상황을 느끼시나요?

나무 식생의 변화로 생태 변화를 느끼고 있습니다. 학자들이 30년 이내에 소나무가 소멸할 것이라고 했을 때 ‘뭘 그런 말을 해. 주변에 소나무도 많은데?’하지만 제주도에는 이미 소나무류가 소멸하고 있고, 제가 봉화산을 바라볼 때마다 능선부에 상록 계통의 나무들이 옅어지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 이게 뭐냐 하면 기후 변화 때문에 그렇습니다. 소나무는 추운 지역이 잘 자라지 따뜻하면 세력이 약해지거든요. 주변 종들에게 침식당해요. 순천만 하더라도 많이 느끼고, 재선충이 해룡천까지 다 침범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지식인들이 지구 온난화니 환경이니 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자고 말하지만, 누가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는지 궁금해요. 저는 퇴근하면서 52번 차 타고 딱 50분 걸리거든요. 버스 타고 가면서 보면, 의외로 저처럼 양복 입고 탄 사람은 1년 반 동안 거의 못 봐요. 학생들이나 할머니들 이런 사람들만 타고 있지요.

다른 거 다 떠나서 출퇴근을 버스나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하면 좋겠어요. 순천이 생태수도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번에 2023박람회를 설계하면서 동천 길을 분리합니다. 지금 3m 도로만 하나 있는데 사람하고 자전거하고 같이 다니다 보니 위험해요. 자전거 도로법상 자전거길은 자전거만 다녀야 하는 겁니다. 2m의 사람이 다니는 길을 별도로 내주려고 그래요. 자전거 탄 사람들은 즐겁게 자전거 길로 가고 사람은 안전하게 사람 길로 가고요.

이번에 2023 박람회는 ‘정원에 삽니다, 도시 전체를 정원으로’라는 슬로건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2013년에는 국가 정원이라는 한 곳에 한정돼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도심으로 나왔습니다. 국가 정원과 도심 그 매개체가 동천입니다. 정원길로 꿈의다리에서부터 용당교 구간까지 양쪽으로 약 10km입니다.

국가정원 내에 기적의 놀이터를 설치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기적의 놀이터도 공직을 하면서 제일 보람을 느끼는 것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공원녹지사업소장으로 첫 작품이 기적의 놀이터입니다. 제가 3호까지 만들어놓고 떠났거든요. 순천만국가정원에 애들이 많이 오는데 놀거리가 없어서 꿈틀정원에 멋진 놀이터를 만들려고요.

정원에서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 있을까요?

동문 쪽에 이탈리아정원하고 한평정원 사이에 보면 서어나무 숲이라는 데가 있습니다. 승주 유평에서 가져온 서어나무예요. 그 옆에 88고속도로에서 갖고 온 철쭉나무들을 쭉 심어놨는데, 철쭉꽃이 필 때는 정말 장관이고 한여름에도 녹음이 우거져서 사람들이 잘 안 가요. 연인들끼리 가면 더 좋습니다. 바위도 조그맣게 하나 있고 앉아 쉬면 우리들만의 공간이구나 하고 느낄 겁니다.

미래정원. 2023국제정원박람회의 핵심은 미래정원과 온실이다. 지하에 영상 AI 기술,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미디어정원과 다양한 수생식물을 선보이는 아쿠아정원이 위치할 예정이다.
미래정원. 2023국제정원박람회의 핵심은 미래정원과 온실이다. 지하에 영상 AI 기술,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미디어정원과 다양한 수생식물을 선보이는 아쿠아정원이 위치할 예정이다.

정원에서 올해 가장 많이 공들인 곳은 어딘가요?

내년 2023박람회의 킬러 콘텐츠라고 할 수 있는 미래 정원과 온실입니다. 미래 정원은 말 그대로 미래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건데,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다시 지하로 10m 이상을 내려갑니다. 내려가면서 폭포가 떨어지는 전경을 만들고 지하에 미디어 아트 세계를 꾸밀 겁니다. 한 500평 정도에요. 지하로 내려오기 전에 지상부에서 온실과 고공으로 연결해서 온실에서 위로 올라가고 다시 내려오면서 보는 정원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제가 책을 낸 계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2023박람회였어요. 우리 시민들 모두가 함께한 마음으로 준비해서 성공을 시켰으면 좋겠어요. 제가 공직 생활을 하면서 두 번씩 국제 행사를 준비하는 행운을 얻었지만, 한편으로는 긴장되고 부담감도 있거든요. 하지만 성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에 시민들과 같이 힘 모아서 한다면 내년 박람회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이 부장이 준비하는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2023년 4월 22일부터 10월 22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동천 등 순천시 전역에서 6개월 동안 개최될 예정이며, 개최 비용 467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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