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천동 광주은행 옆 길로 들어서면 순천에서 꽤 오래된 동백장 여관 옆에 작가의 작업실이 있다. 그림으로 보는 순천 역사 화보 집을 소개받고 지역사에 이토록 진지하고 깊은 관심을 가진 화가가 궁금해졌다. 멋진 풍모에 특히 저음의 목소리가 매력적인 김만옥 화백을 만나 작품의 배경과 근황을 나누었다.

편집자 주

'그림으로 보는 순천 역사' 표지

순천의 역사를 그림으로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내가 순천에서 쉽지 않은 형편에서도 어려움을 딛고, 60여 년간 쉬지 않고 작업을 해 왔어요.그러다 언제부턴가 완성도 높은 좋은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으로 보는 순천 역사)책 서두에도 썼지만 300년 전 이수광 부사가 승평지에 순천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셨죠. 그리고 170여 년 후에는 조현범이라는 분이 강남악부를 편찬해서 시와 노래로 순천을 표현했어요. 이렇게 순천의 역사를 글로 정리하고, 노래로 정리한 것은 나와 있으니 저는 이분들보다 한 200여 년은 늦었지만, 화가로서 그림으로 순천의 역사를 알려야겠다. 그런 뜻으로 시작했어요.

 

이 방대한 작품들을 순천대에 기증하셨다는데?

동아시아 문화수도 사업이 진행될 당시 정원박람회장에 전시를 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성사는 되지 않았지만요. 그런데 순천대학교에서 이 작품들을 전시했는데, 마침 고영진 전 총장이 기증을 부탁하더라고요. 당시 순천의 역사를 그린 작품이 150점 정도였는데 이 가운데 100점을 골라서 한 달간 전시하고 기증했습니다.

 

쉽지 않은 작업인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시작은 10여 년 전이에요. 그림 작업만 7년 걸렸고, 자료조사와 현지답사는 물론이고 고증받고 보완하고 편집하느라 3년이 걸렸어요. 많은 시간이 걸렸지요. 역사학자 조원래 교수님의 도움도 컸습니다. 교수님의 사료 고증을 거치면서, 지역사를 가능하면 체계적이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작업을 준비하면서 순천의 역사뿐만 아니라 우리 근 현대사에 대해 마음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알아갈수록 일본이 그렇게 미워요. 고려시대 그 전부터 이쪽이 살기 좋잖아요. 일본이 해적질하고 도둑질을 많이 했어요. 임진왜란 때도 우리 지역이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지만 얼마나 많은 물자를 징발해갔습니까? 더구나 천인공노할 것은 일본에 가서 자신의 공을 세우기 위해 우리 백성들의 코와 귀를 베어 갔잖아요.

순천고 뒤에 인제 뒷산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근방 흐르는 개울물이 피바다가 되면서 혈천, 피내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런데 일제 치하 36년에 대한 정식사과도 없잖아요. 말로만 묘하게 에둘러서 이야기하죠. 독일 같은 경우에는 유럽을 2~3년 정도 점령을 했지만 최고 책임자들이 무릎을 꿇고 그러잖아요. 한편으로 긴 세월 동안 우리는 중국에게도 핍박을 받았어요. 명나라 망하고 청나라 시절에 왕이 무릎을 꿇고 그런 것을 봐도 어려운 나라였어요. 그러니 당시 백성들은 얼마나 힘들었겠냐 싶은 생각도 듭니다.

 

그림공부는 언제쯤 시작하셨나요?

그림은 누구에게 배웠다기보다는 독학을 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혼자서 그린 그림을 보고 옆에서 그림 신동이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죠. 그렇게 시집의 삽화를 그리기도 하고.

그런데 하면 할수록 어려운 분야가 한국화예요. 때론 대학교를 갈 수 있었다면 더 깊이 있는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가끔 이렇게 한 번씩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저로서는 어찌 됐든 최선을 다해서 60여 년간 작품 활동을 해왔습니다.

 

다음 작품계획은 무엇인지요?

약무호남 시무국가라는 이순신 장군 어록이 있잖아요. 그걸 바탕으로 이순신 장군과 우리 지역 의병들의 활약상을 중심으로 새로운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료를 조사하고 고증해서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작품으로 담아 볼 계획입니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