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프로그램 펼치는 이주여성들에 호감도 높아

순천결혼이주여성나눔봉사단 대표이자 결혼이주여성단체 ‘글로벌맘’ 대표 신명순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다문화’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신 대표는 2017년 중국 상하이에서 순천 승주로 이주했다.

신 대표는 2020년부터 순천가족센터에서 다문화가정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시에서 다문화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이라고 소개한 것이 반찬 만들기 이런 것이었다. 하지만 사회 전반에서 시선과 인식이 바뀌어야지 그렇지않으면 외국인 며느리가 한국 음식을 아무리 잘해도 그 집에서 받는 대우는 똑같다. 남편, 시어머니 등 가족들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지역사회가 다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옛날식’이라고 느낀 신 대표는 이주여성 각 나라 대표들에게 이야기했다. “받는 입장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우리를 홍보하자”라고.

“지금까지 다문화 프로그램은 한국 분들이 기획하면 이주여성이나 다문화가정은 참여만 하는 형태였다. 그러다 보니 우리 국가대표들도 ‘누가 다문화를 반겨’ ‘누가 다문화 음식 좋아해’ 이런 생각으로 반응이 시큰둥 했다.”

신 대표는 가까이 지내는 이주여성 친구들을 설득했다.

“내가 프로그램 짜고 할 테니까 같이 하자, 하면 될 거다. 우리가 계속 받기만 하면 이주여성들은 한국에 팔자 고치러 온 걸로 밖에 인식이 안 된다. 우리가 베풀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글로벌 맘'은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각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이 직접 준비하고 자기 나라를 소개했다. ⓒ순천광장신문
'글로벌 맘'은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각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이 직접 준비하고 자기 나라를 소개했다. ⓒ순천광장신문

이렇게 ‘글로벌맘’이 탄생했다. 첫해는 가족 단위로 찾아가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낙안, 상사, 월등, 별량 등 각 지역 다문화가정을 모집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며느리와 아들 그러니까 부부 대상 프로그램, 시어머니들만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 이렇게 세 가지로 진행했다. 가족 구성원 사이 연대를 만들어 주기 위한 기획이었다.

“시어머니와 외국인 며느리가 같이 앉아서 며느리 나라 음식을 같이 만들어 보고 그 나라 전통놀이도 해보는데 시어머니들이 되게 좋아하셨다. 마지막에 시어머니만 따로 모신 이유는 며느리들을 좀 더 예쁘게 받아주라는 그런 마음이었다. 일부러 며느리 흉도 보고, ‘아이고 베트남 애들은 이래이래 갖고, 그렇지’ 하면서 얘기를 꺼내면 어머니들이 ‘우리 집에도 베트남 며느린데’ ‘우리 집 애는 필리핀인데’ 하면서 얘기가 나온다. 이렇게 며느리 흉도 보셨다가 또 ‘우리 애는 이래’ 칭찬도 하시면서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2021년, 22년 2년 동안은 마을마다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다양한 문화를 소개했다. 중국, 일본, 필리핀 등 각 나라에서 온 이주여성이 직접 준비하고 자기 나라를 소개했다. 신 대표는 “이렇게 2년, 3년 하니 이주여성들이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게 되고 당당해지는 것이 느껴졌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이주여성들이 사회의 도움을 받으면서 집안 살림만 하거나 아동센터 방문 강사 등에 그치지 않고 좀 더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무대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희망을 밝혔다.

신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좀 더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무대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희망을 밝혔다.
신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좀 더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 무대가 많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라고 희망을 밝혔다.

글로벌 시골

신 대표는 또한 ‘글로벌 시골’을 제안한다. 그가 거주하는 승주에는 독일, 베트남,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일본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산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도 다문화에 대한 편견은 없는 것 같다고 그가 말했다.

그는 이런 분위기에 이왕 여러 문화에서 온 학부모들이 있으니 이를 활용하면 학생들에게 글로벌한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아이들이 학교에서 더 있다 오면 농사짓느라 바쁜 부모들도 안심이 된다고 생각했다.

이에 신 대표는 학교에 여러 번 건의했다. 그가 학교에 “제가 무료로 봉사할 수 있으니까 학생들에게 중국어, 중국 문화 등을 알려주고 싶다”라고 이야기를 꺼냈지만 학교에서는 “괜찮은 생각이시네요” 하고는 이후 더 진전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주여성들이 학교에서 수업하면 아이들도 학교에서 ‘우리 엄마 캄보디아야’ ‘우리 엄마 베트남이야’ 하면서 더욱 당당하게 살아갈 발판이 될 텐데…”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아늑한 한국, 재밌는 한국어

신 대표는 유학생이었던 남편과 2006년 상하이에서 결혼해 살다가 셋째를 임신하면서 두 아이를 데리고 시댁이 있는 승주에 들어왔다. 

애초에는 출산하고 1년 정도 순천에 머물다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살아보니 공기 맑고 산이 품어주는 순천, 승주가 좋았다. 대도시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이 시골 학교에 잘 적응할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그래서 남편에게 “그냥 여기서 살자” 했다.

신 대표는 현재 남편, 두 아이, 친정어머니와 함께 승주에서 생활한다. 시어머니는 10분 거리에, 첫째는 학교 기숙사에서 지낸다. 그는 “시골이 좋다”라고 말하면서도 내년에 두 아이가 각각 고등학교, 초등학교에 진학해야 해서 시내로 이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신 대표는 한국어를 좋아한다. 상하이에서 중국어 학원 강사였을 때 한국인 수강생들이 쉬는 시간에 한국어로 대화하는 말소리가 ‘노랫가락처럼’ 듣기 좋았단다. 그는 또 “한국말처럼 표현이 다양하고 재밌는 언어가 없는 것 같다”라며 애정을 보였다.

“제일 재미있는 것은 의성어다. 된장찌개를 끓여도 중국어로는 이제 끓기 시작할 때 단어 하나, 팔팔 끓을 때 하나 이 정도밖에 없다. 한국어는 지글지글 보글보글 부글부글 등 다양하다. 강물 소리도 졸졸졸 했다가 콸콸콸 했다가 대상을 맛깔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다.”

결혼이주여성단체 ‘글로벌맘’ 대표 신명순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다문화’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결혼이주여성단체 ‘글로벌맘’ 대표 신명순 씨는 결혼이주여성으로서 ‘다문화’를 홍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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