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린지 3년째,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인간 세상에 올해도 봄이 왔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계절처럼 소리없이 잇는 사람들이 있다.

속이 안 좋고 기운이 없을 때는 동지팥죽이 생각난다. 아이가 학원에서 돌아온 늦은 7시 동네 죽집을 찾았다. 아이에게는 비빔밥을 시켜줬다.

기자 언제부터 여기서 죽집을 하셨어요?

사장님 제가 인수한 건 2016년도에요. 이 가게는, 우리 큰애 가졌을 때니까, 17년 전에 생겼어요.

기자 코로나19가 터지던 당시와 지금 심정 어떠세요?

사장님 처음엔 진짜 겁났어요. 손님이 오는 것도 무서웠어요. 갑자기 손님이 많이 들어와도 겁이 나더라고. 손님들로 인해서 내가 확진될 수도 있으니까, 생계랑 연결이 되는 거잖아요. 재작년에 밀접접촉이 돼서 2주 자가격리하고 명절까지 3주를 쉬었어요. 경제적으로 타격이 크더라고요. 지금은 옛날보다 걱정이 좀 덜한데, 생계를 이어나가야 하니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죠. 또 가족들이 직장생활하고 아이들이 학교 다니고 있으니까.

기자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어느 정도 감소했나요?

사장님 한 20~30% 감소한 것 같아요. 손님이 정말 없어요. 홀 손님 빠진 것을 배달앱으로 채우긴 하죠. 배달앱으로 배달이 늘었지만 배달료 빼고 수수료 빼고 나면···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거죠.

기자 코로나 이후 가게 상황이 어떻게 변화했나요?

사장님 손님들이 들쑥날쑥이에요.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손님이 좀 왔다가 또 순천에 확진자가 갑자기 나오는 날은 또 손님이 확 없어요. 장사가 기본적으로 꾸준하게 돼야 하는데 기복이 너무 심해요.

기자 장사가 안돼서 가게를 닫으셨던 적도 있으세요?

사장님 닫지는 않았지만 점심시간 이후에는 문을 닫고 불을 꺼 놓고 있죠. 굳이 열어 놓으면 전기요금 나오고. 저녁장사 할 때 다시 문 열고요. 예전에 거리두기 심하게 할 때는 아예 홀 손님을 안 받고 포장·배달만 했었어요. 그리고 일요일에도 영업했었는데 요즘은 문 열어도 손님이 별로 없어서 안 해요.

기자 이런 상황에서 시에 바라는 점 있으세요?

사장님 다른 지역하고 비교했을 때 순천은 소상공인에 지원이 저조한 것 같아요. 꼭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시가 다른 분야에는 투자하는 것 같은데 시민들 생활 안정에는 신경을 별로 안 쓰는 것 같아요. 예산을 형식적으로 쓰지 말고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게끔 썼으면 좋겠어요. 선거 운동할 때는, 신랑 조기축구 공 찰 때도 와서 ‘한 번 뽑아주십시오’ 한다는데 막상 당선되면 시민에게 등을 돌리는 것 같아요.

기자 어려운 시기에 잘 버텨오신 힘은 무엇일까요?

사장님 가족들이죠. 식구들 생활을 해야 하니까.

기자 코로나 끝나면 어떤 것 제일 하고 싶으세요?

사장님 사실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앞으로 또 어떤 게 올지 모르잖아요. 환경이 예측할 수가 없게 됐으니까요. 저는 항상 음식을 대접하는 입장이잖아요. 코로나가 빨리 끝나서 좋은 데 가서 대접받으면서 식구들과 다 같이 맛있는 거 먹고 싶어요. 친구들끼리 만나서 사는 이야기도 하고요.

사랑과 정성, 손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
사랑과 정성, 손님의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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