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관옥나무도서관 마을아카이브 임숙자 관장

“마을아카이브의 이유는 딱 그 지점에 있다고 본다. 한 인간이 자기 존재의 확인, 치유, 성숙의 계기 등을 맞이하는 도구로서 구술이 행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뷰로 상대가 삶의 어떤 전환을 맞는다면 굳이 기록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사랑어린학교 관옥나무도서관이 ‘마을기록관’으로서 개인과 마을의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마을아카이브를 실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마을아카이브 첫 결과물 『살맛 나네요』가 발행됐다. 도서관은 지난해에도 두 삶의 이야기를 채록했고 이를 정리하여 올해 6월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마을아카이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듣기 위해 지난 9일 임숙자 관장을 만났다.

임숙자 관옥나무도서관장은 "말하는 이의 무한한 깊이로 들어가는 구술의 힘을 글로 번역하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행위”라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임숙자 관옥나무도서관장은 "말하는 이의 무한한 깊이로 들어가는 구술의 힘을 글로 번역하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행위”라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 아카이브 작업은 인터뷰와 채록까지 임 관장이 도맡았다. 그는 “저는 안 재밌으면 안 한다. 구술자와 주고받는 이야기가 저한테 중요한 에너지원이기도 하다. 거침없이 풍덩 빠지게 한다”라고 말하며 작업에 애정을 보였다.

그는 또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상대의 저 밑에 있는 무의식이 자기도 모르게 불쑥 올라오는 것을 목격하는 때”가 있다며 그 순간을 ‘영혼의 방문이 열리는 때’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 짧은 순간 상대의 고요한 영혼을 느낀단다.

“어른들은 그 순간을 빨리 넘어가려고 한다. 그것을 캐묻지 않아야겠다는 인간적 교감이 있다." 임 관장은 그런 순간들을 매번 마주하니 작업이 끝나면 구술자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인터뷰 후 구술자로부터 “토해내는 시간이 너무 좋았다”라는 인사를 들었다.

그가 아카이브 작업기를 이어나갔다. “뉘앙스를 읽어내는 것, 말을 글로 옮기는 거는 거의 번역이다. 말하는 걸 그대로 쓰는 거는 기계가 하는 거다. 번역의 창조성을 갖는 것, 그런 시선이 (아카이브에서)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임 관장은 글이 주는 힘과 말이 주는 힘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사람들은 주로 마음 속 진실한 얘기에 감동한다. 말하는 이의 무한한 깊이로 들어가는 구술의 힘을 글로 번역하는 것은 무척 매력적인 행위”라며 연신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마을아카이브 대상은 누구일까? 임 관장은 “우리 삶을 깊어지게 한다고 생각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라고 했다. 그리고 “무작정 질문하기보다 서서히 스며들게 하면 좋다”라고 알려주었다.

“인터뷰를 중간에 멈출 수 있다고 전제한다. 계획은 세우되 그대로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어른들은 보통 간결하게 말씀하신다. 그러면 또 만나는 거죠. 시나브로 만나서, 밭일 하실 때 참이나 막걸리 한잔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기도 한다. 엉성하고 산만하게. 시간을 가지고, 오롯하게.

예전에 멋모를 때는 구술자에게 주제를 주고, 이를테면 ‘오늘은 30대 시집살이 했던 얘기 좀 들을게요’ 했는데 그거는 제 편의에 따른 거더라. 이제는 하시는 말씀을 그냥 듣는다. 뭔가를 받아내려는 마음을 버리는 연습을 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진행된 두 번째 마을아카이브작업은 인터뷰는 임 관장이, 채록과 1차 정리는 사랑어린학교 청년 세 명이 꾸린 ‘구술채록단’이 맡았다. 임 관장은 “평범한 사람들 속에 있는 특별함을 저희가 받아내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 인격이 고양되어야 현장에서 느낀 것을 온전하게 받아 안아서 글에 옮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상대를 온전히 존중하려는 마음이 느껴졌다.

사랑어린학교 관옥나무도서관이 지난 2021년 11월 마을아카이브 첫 결과물 『살맛 나네요』을 발행했다. 도서관은 지난해에도 두 삶의 이야기를 채록했고 이를 정리하여 올해 6월 책으로 펴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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