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가린지 3년째, 마스크를 벗은 얼굴이 낯설다.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느려졌다 빨라졌다 하는 인간 세상에 올해도 봄이 왔다. 고단하고 팍팍한 일상을 계절처럼 소리없이 잇는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배달음식 시장이 더욱 성황이다. 아이스크림까지 배달되는 시대 배달되지 않는 족발이 있다. 앞으로도 배달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신 족발집 사장님을 뵙고 왔다.

기자 다들 배달을 시작했잖아요. 더구나 족발은 대표적 배달음식인데요, 배달을 안 하시는 이유가 있으세요?

사장님 그냥 거기서 거긴 것 같아요. 배달하면 수수료 빠지고, 뭐 빠지고, 뭐 빠지고 하거든. 큰 욕심도 없고, 오는 손님한테만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지.

기자 코로나로 매출이 얼마나 감소하셨나요?

사장님 글쎄요. 우리는 한 30~40% 정도 빠졌는데. 최근 순천에서도 확진자가 2천 명씩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더 안 나와버려요. 나이 드신 분들은 특히 더 겁을 먹어서 아예 안 나오고. 재래시장은 아무래도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은데 나이 드신 분들이 더 피부에 느끼는가 봐. 주위 이야기를 들어보더라도 ‘코로나 때문에, 코로나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은 ‘걸리면 얼마나?’ 이런 마음일란가 몰라도.

기자 2년 전 코로나19가 막 시작됐던 당시 심정 어떠셨어요?

사장님 장사하는 사람들은 매출이 우선순위인데 사람이 안 나와 버리니까 최고 죽을 맛이지. 단순한 논리로.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야. 예전처럼 코로나 신경 안 쓰고 사람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으면 좋겠어. 3년째 되니 단련이 되긴 했지만,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고 소비 심리가 살아나서 돈이 돌아야지. 저 사람이 내 거 하나 팔아주고 나도 저 사람 거 하나 팔아주고.

기자 혼자 운영을 하시는데 힘들지는 않으세요?

사장님 혼자서도 충분해. 족발을 삶아서 바로 파는 것이 아니라 식혀서 파니까. 우리는 일부러 좀 식혀요. 식혀야 꼬들꼬들 해져. 손님들이 두 부류에요. 따뜻한 족발 좋아하는 사람들은 다른 데서 먹고, 꼬들꼬들한 거 좋아하시는 손님들은 여기로 오시는 거지.

25년 전 개업할 때부터 사용한 도마로 뼈가 튀지 않아 좋다. 보기와 달리 매일 세척하고 소독하여 청결하다.
25년 전 개업할 때부터 사용한 도마로 뼈가 튀지 않아 좋다. 보기와 달리 매일 세척하고 소독하여 청결하다.

기자 도마가 특이해요.

사장님 가게 처음 열 때부터 쓰던 거에요. 딱 25년 됐네. 뼈 썰 때 쓰는 도만데, 이쪽 저쪽 옮겨가며 쓰다보니 구불구불해졌어. 굴곡 덕분에 뼈가 튀지 않아서 새 도마보다 좋아요. 매일 세제로 닦고 뜨거운 물로 소독하고.

기자 25년 동안 중앙시장의 모습 어떻게 변했나요?

사장님 옛날 여기가 최고 번화가였단 말이야. 예전이랑 비교하면 완전 못하지. 돌아다녀보면 다 폐업 붙었어. 여기가 구도시가 돼 버렸잖아요. 유동인구가 없죠. 신도시가 많이 생기면서 다 빠져나가 버리니까. 시 전체 인구가 늘면서 신도심을 지으면 시장에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겠지만 전체 인구는 크게 늘지 않는 상황이니 원도심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시장은 일단 유동인구가 있어야 장사가 되는데, 견물생심이라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보면 사고 싶기 마련이거든.

기자 이런 상황에서 여태까지 자리를 지켜오신 힘은 무엇일까요?

사장님 단골들. 드셔보신 분들이 단골 돼가지고 그나마 유지를 하고 있는 거지. 코로나 터지고 단골들도 발길이 뜸해. 어떤 단골손님은 오랜만에 와서 "코로나 걸릴까 봐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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