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삶·의·현·장 - 아랫장의 명절 맞이

“일본산 아니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라해도 아니드마!”

“워메, 제 말을 믿으세요! 여기에 일본산은 하나도 없어요!”

 
민족 대명절 추석을 앞두고 가장 분주할 것 같은 오일장을 찾았다. 아랫장 입구에 들어서자 방앗간마다 줄지어 선 우리 어머니들과 기계 돌아가는 소리, 연기 피어오르는 소리가 가득하다. 당신 몸보다 더 커다란 고추를 가져와 가루로 만들고, 손주 입에 넣어주려 송편만들 쌀가루를 빻는 모습들, 그 굽어진 허리마다에서 고운 향이 난다.


방사능, 방사능

추석 명절을 앞두고 가격흥정 소리보다는 원산지를 묻는 소리와 방사능 얘기들로 요즘 재래시장의 어전은 팽팽한 신경전이다.

“시장에는 오히려 중국산이 있지 일본산은 없어요. 재래시장 죽일라고 매스컴에서 난리친 것이랑께! 매시컴이 문제여!”

추석상에 생선을 뺄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일본 방사능 문제에, 작년에 비해 훌쩍 올라버린 가격 때문

 
에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표정이 무겁다. 갈수록 어획량이 줄어들고 지구 온난화는 제철과일의 경계를 없애고 제철생선의 경계도 없어지게 하면서 때아닌 생선이 나오는가 하면 일찍이 품절된 생선이 많다.

“다 마찬가지겠지만 갈수록 힘드네요. 요것 보씨요! 대목 장인디도 사람이 이리 없잖애. 예전같으면 사람이 바글바글해야 정상인디”

옛날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다들 살
 
기가 힘들어지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명절준비가 간소화되다보니 인산인해로 발 디딜 틈 없어야 할 이곳이 한산하다. 손님의 눈길이 스치기라도 할라치면 놓치지 않으려는 상인들의 눈빛이 매섭다.


변해야 사니까

“재래시장도 인식이 많이 바뀌었어요. 우리도 변해야 사니까. 안 변하면 다 죽은께. 대형마트와 백화점이랑 경쟁을 하다보니까요. 그래서 주기적으로 상인교육도 받아요. 손님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교육을 받고 있어요. 인자는 여기도 백화점 못지 않아요. 믿고 오시면 돼요!”

아랫장은 ‘상인대학’ 교육을 통해 스스로 변화를 꾀하는 노력들을 하고 있다. ‘좋은 물건 싸게 팔기’ ‘한 번 더 인사하기’ ‘친절하게 응대하기’ 등 상인들 스스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이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상인들은 달라지고 있다. 힘들어도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시장도 많이 달라졌다. 부족하나마 주차장을 마련하여 장날에는 두 시간 무료로 주차가 가능하다. 예전같으면 주차 때문에 시장 주변을 두세 바퀴는 돌아야했지만 지금은 주차고민은 하지않고 간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발전하려는 이들의 노력이 눈물겹다.

“매스컴 때문에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장단점은 있는 것 같애요. 그동안 우리들은 원산지 확실하게 표시하고 꾸준히 손님을 유치해 와서 믿고 살 수 있다보니 오히려 장사가 더 잘 돼요!”

일본 방사능 문제가 터지면서 그동안 신뢰를 쌓아놓은 덕에 장사가 더 잘된다는 황중연 님(오른쪽 사진 위에서 네번째)은 안타까운 점이 하나 있다.

시장은 현대화 시켜놓고 노점으로 다 나간다는 것이다. 매 장날마다 한 건씩 교통사고가 일어나고 있어 노점에서의 거래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안에 있는 상인들은 꾸준히 교육도 받고 해서 친절하고 믿을 수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걱정하지 마시고 재래시장으로 오십시오! 정부에서도 일본산은 일체 수입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지 않았습니까! 그 전에도 우리들은 일본산은 취급하지 않았습니다. 원산지 표시 확실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재래시장으로 오십시오.”

헬렌니어링은 그의 책 ‘조화로운 삶’에서 이런 말을 했다. ‘어떤 일을 하는 보람은 그 일이 쉬운가 어려운가, 또는 그 일에 성공할 수 있는가 아닌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희망과 인내, 그 일에 쏟아 붓는 노력에 있다. 삶을 넉넉하게 만드는 것은 소유와 축적이 아니라 희망과 노력이다.’

대형마트 입점이라는 골리앗의 공포에도 우리 재래시장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함께 살자’고 노력하고 스스로 변화와 발전을 노래하고 있다. 이들의 노래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황중연 님의 생선 고르기 노하우

 
첫째, 고등어를 고를 때는 색을 조심하라. 일본산은 색이 아주 좋다. 색만 보고 고르면 큰 코 다친다. 일본산은 가지고 놀 정도로 단단하고 색이 좋다. 하지만 조리를 해보면 맛이 없다. 부드럽지 않고 나무토막처럼 뻣뻣하다.

둘째, 동태와 생태는 우리나라에서는 잡히지 않는다. 동태는 러시아산이고 생태는 거의가 일본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점을 참고하고 구매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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