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삶·의·현·장 - 순천만 숨은 땀방울‘환경지킴이’

지난 추석연휴기간동안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은 개장 이후 일일최다입장 10만2천명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5일간 많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덩달아 순천만자연생태공원 역시 입장객이 3만이 넘는 날을 비롯해 연일 1만명이 넘는 발길이 찾았다.

이른 추석인지라 예년과는 달리 무더위는 수그러들 줄 모르고 땡볕을 피해 그늘 곳곳에는 휴식을 취하기 위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였다. 많은 사람이 들고 난 자리는 표가 나기 마련이다.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며 휴지통 가득 넘쳐나는 오염물로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은 몸살을 앓았다.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8년여 세월동안 이 몸살을 늘 함께 앓아오고 보듬어왔던 숨은 땀방울이 있다.

아름다운 순천만, 깨끗한 생태공원이라는 이미지를 굳히기까지 곳곳을 걸어다니며 쓰레기를 줍고 또 주워온 사람. 바람에 갈대 허리가 굽어지듯 당신 허리도 굽혔다 폈다를 쉼없이 반복해온 순천만 환경지킴이 박영종씨(70세). 추석 연휴동안 매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와 씨름하던 박영종님과 잠시 생태공원 이곳저곳 걸음을 함께 했다.

▲ 순천만자연생태공원 환경지킴이 박영종씨. 그에게 순천만은‘완전한 쉼터’라고 한다.
“금년 여름은 너무 더워서 사람이 별로 없었어. 사람이 안 찾아오니 쓰레기도 많이 없고, 쉴 때가 많았제. 명절에는 워낙 사람이 많이 와서 쉴 틈도 없이 쓰레기가 밀릴 때가 많아. 치워도 치워도 쌓여 있고, 쓰레기 집하장으로 옮겨 놓고 되돌아오면 또 한가득 쌓여 있고. 이럴 때가 질로 힘들제. 쓰레기통에 잘 버리면 좋을텐데 아무데나 막 버리면 더 힘들어져.”

생태공원이 조성되던 초기에는 일용직으로 일을 했다가 그의 성실함이 인정받아 직영으로 채용되었다. 우직한 사람이 세상을 움직인다고 했던가? 그의 우직함이 순천만생태공원을 빛나게 했고 2010년에는 시에서 수여하는 우수시민 표창장도 받았다.

“겨울이면 손발이 꽁꽁 얼어서 너무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는데 표창장을 받으니 자부심도 생기면서 울컥하드라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성실함이 인정받는구나 싶어서 뿌듯하고 엄청 좋았어.”

 
▲ 생태공원 구석구석에 관광객이 아무렇게나 버린 쓰레기들로 공원은 몸살을 앓는다.
10년 가까운 세월, 매일 쓰레기를 찾아 걷고 또 걷는 동안 공원에는 없던 건물도 새로 생기고 들녘도, 생태공원 밖의 마을도 많이 변했다. 관광객의 의식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아무데나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음식 먹은 찌꺼기들을 그대로 놔둬버리는가 하면, 화단틈에 감춰놓듯 쓰레기를 버리기도 했는데 이제는 제법 지정된 곳에 잘 버린다니 다행이다.

“가장 속상할 때는 언제였어요?”

“관광객이 나한테 반말할 때. 나이가 많은 사람이 반말할 때도 많지만 나이가 적은 젊은 사람이 반말하는 경우도 여러 번이여. 사람을 무시한다 싶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가장 속상해. 그럴 때는 화가 치밀어서 청소집게를 던져불고 싶어져. 그만 둘 각오로 한 판 붙고도 싶지만 나 때문에 괜히 이곳 이미지만 나빠질까봐 꾹 참제. 그 순간만 지나면 또 괜찮아져. 속상한 생각만 하고 있으면 일이 안돼!”

100살이 넘더라도 당신 힘이 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일을 하겠다는 순천만 환경지킴이 박영종씨. 통장에 월급이 들어온 걸 보면 ‘내가 한 달 고생해서 이렇게 벌었구나’ 싶어서 통장 확인할 때가 가장 보람차다는 우직한 사람.

▲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쓰레기들. 치워도 치워도 쓰레기는 쌓이고 또 쌓인다.
“나에게 순천만은 완전한 쉼터여. 여기 아니면 갈 곳이 없응께. 우리집 생계를 유지해주는 곳이니 얼마나 고마운 곳이여. 내가 쓰러지기 전까지는 이 일을 계속하고 싶어.”

갈대는 땅속 깊숙이 뿌리를 내려 빈 몸통 안으로 산소를 공급해 갯벌을 숨 쉬게 하고 더렵혀진 도심의 물을 정화해서 바다로 내 보낸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 지고 나서도 몇 년을 더 버텨내며 온몸을 비워 울리는 공명이다. 박영종님은 갈대 같다. 고령의 나이에도 게으름 없는 그의 발걸음은 순천만자연생태공원을 숨 쉬게 하고 깨끗하게 지켜내고 있다. 온몸을 바쳐 순천만 곳곳에 울림을 전하는 공명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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