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삶·의·현·장 - 승주장이야기

“옛날에는 시장 위쪽으로 대밭이 있었는디 거그까정 장사꾼들이 빽빽허니 있었어. 술집만도 스무집이 넘었응께. 장날이믄 술에 취해 암디서나 눠 자는 사람, 서로 쌈도 허고 시끌시끌해. 시방 요것은 암껏도 아녀!”
최근례 할머니는 시장에서 50년 넘게 방앗간을 운영하신 승주장 지킴이시다. 한 때 잘나가던 방앗간이었지만 옆으로 두 집이 더 생겨나며 현대식 방앗간에 밀려나고 말았다.

▲ 승주장 풍경. 한 라인만 장이 서고 뒤로는 모두 닫혀있다.
어느 재래시장이고 지금은 예전에 비해 ‘암껏’도 아니게 돼버렸다. 이곳 승주장도 장터 크기로 짐작해봐도 제법 큰 오일장이었지만 여느 장보다 더 일찍 쇠퇴했다. 승주군과 순천시가 통합되면서 중심이 순천시내로 옮겨가버렸고, 상사댐이 만들어지며 수몰구역 인구가 시내나 타시도로 이주하며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 상사댐이 생기면서 살던 마을을 떠나 승주장에서 전을 팔고 계시는 최성업 할머니
“상사댐 생김서 서울 아들네서 살았는디, 영감이 하도 내 고향에서 살고잡다고 해서 내려왔어. 영감 술값이라도 헐라고 시작혔는디, 그새 20년쯤 됐구만.” 고향에 살고 싶다던 할아버지는 오래전에 돌아가셨다. 혼자되신 어머님 걱정에 아들 딸들이 서울에서 함께 살자했지만 함께 놀아주는 동무들이 있어 이곳을 떠날 수 없는 최성엽 할머니. 최성엽 할머니는 상사댐으로 인해 수몰된 12개 마을 중 하나인 죽전마을에 사셨다. 아직도 선산이 물 건너에 있어서 성묘를 가려면 1년에 세 번(정월초하루, 팔월추석, 벌초 때) 면사무소에 신청해서 배를 대줘야 갈 수 있다. 아무 때고 갈 수 없는 선산, 아무 때고 갈 수 있는 서울 아들네지만 아직 여기가 좋다.

할머니는 승주장 인근에 사시며 사계절 다양한 전을 팔고 계신다. 봄에는 향기로운 쑥전과 미나리전, 여름에는 애호박전과 부추전, 가을에는 시금치전과 파전, 겨울에는 늙은 호박전과 야채전을 내놓는다. 이른 5시안에 장에 와야 연탄불을 살리고 장사 준비를 할 수 있다. 힘에 부칠만한데도 사람이 늘 그리운 할머니는 화덕이 다 삭아 쓸 수 없어도 그만 둘 수가 없다.

“안보이믄 사람들이 집으로 쳐들어 와브러. 왜 안나왔냐? 어디가 아프냐? 긍께 안나오고잡아도 찾아싼께 사람들 볼라고 나와. 젊은 사람들이 이녁 부모맹키로 도와준께 허제 안글믄 못해!”

▲ 집에 있는 거 보다 시장이 더 재미진 채소전 1년 경력의 대박아주머니
이 곳에서 장사하시는 할머니들은 대부분이 앉고 일어나는 것조차 큰 숨을 들이마셔야만 할 수 있다. 늘 남아서 조금씩 가지고 오지만 그래도 다 못 팔고 남아서 서로 나눠먹거나 되가져 갈 때가 많다.

▲ 모여 앉아 장사도 하고 막걸리도 한 잔씩 나눠먹고, 이것이 재미 아녀?
“새알죽장시, 떡장시, 비단장시, 빵장시 다 있었는디 시방은 다 없어져붓어. 시루떡 얄푸란히 해놓으믄 을메나 맛있었는디. 그때는 배가 많이 고플 땐께 떡도 많이 사묵었제만 인자는 배가 불러가꼬 떡도 안 사묵어.”
40년 넘게 야채장사로 승주장과 순천장에서 주름잡았다는 최복심 할머니는 올해 유독 잘 자란 익은 오이를 한 보따리 가져오셨지만 되가져가야 할 것도 여전히 한 보따리다. 그래도 상관없다. 장에 사람이 이 정도만 있어도 괜찮다. 잘 팔리면 술 한 잔 사서 나눠먹고, 안 팔리면 얻어먹고 그렇게 살면 되는 거 아니냐고 하신다.

▲ 우리는 자가용 타고 장 본다. 빵~ 빵~~~!
▲ “인자는 여그가 우리들 방앗간이여!“ 많이 팔면 술 한 잔 사고, 못 팔면 얻어 먹고, 항꾸네 재미지면 된다.
“차비가 여기서 내려도 천 백안, 시내서 내려도 천 백안, 똑같다 본께 다 시내로 나가브러. 시내가 더 많고 싼디 뭘라고 요리 오겄어. 하지만 여그가 관광객이 많이 지나가. 선암사랑 송광사로 가는 사람, 낙안으로 가는 사람이 많애. 관광차가 와서 여가 재래시장인께 한 번 가봐라허고 내려준디 입구만 왔다가 볼 것이 없응께 다 가브러. 긍께 나 생각에는 문이 닫혀있는 공간은 주차장으로 바꾸고 장사헌디는 좋게 고치믄 좋겄다 싶어. 승주가 감이랑 곶감이 유명헌께 그런 것도 어찌해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게 허믄 잘 될 것 같다는 것이 나 생각이여”

어쩌면 답은 그 안에 있는지 모른다. 
▲ 찰지고 알이 꽉 찬 옥수수 사씨요~! 노지게 맛아요! (이정심,박춘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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