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장 순심엄마의 어제와 오늘

“큰아들 국민핵교 들어갈 때 장사를 시작혔네. 이우제(이웃) 동무랑 항꾼에 시작혔는디 첨엔 누가 몸빼장사를 해보라해서 30개를 띠다가 돌아댕겠는디 여엉 부끄라서 사란 말도 못 허겄드라고.”

 
▲ 30년이 넘도록 웃장 어물전을 지켜온 순심엄마(한사코 순심엄마로 불러달라며 본명을 밝히지 않으셨다).
그때 국민학교 들어갔던 큰아들이 지금은 오십이 되었다. 이것 저것 장사를 해보다가 이곳 웃장에 자리를 잡고 생선을 팔기 시작한 지 30여년. 온 몸에 생선 비린내를 묻혀가며, 1년에 한번씩 다 닳은 생선칼을 바꿔가며 아들, 딸 가르치고 시집 장가를 보냈다.

“그때는 매일 새복이믄 여수 경매장에 가서 생선 받아와 팔았어. 첨엔 현찰을 들고 가도 여수 사람헌테만 물건을 주지 나한테는 주덜 안해. 서럽고 화도 나고 했는디 차츰 신용이 쌓여가니께 인자는 나를 턱허니 믿고 주더라고.”

그렇게 매일을 용달차 빌려 생선 경매장을 누비셨단다. 하지만 지금은 여수에 직접 오고가기엔 운임조차 감당하기 힘든 형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물건을 받는다.

“인자는 자식들 다 커불고 간간히 나한테 들어가는 경비만 벌어도 된께 이라고 셤셤 장사허지 옛날맹키로 어린 새끼들 갈치라허믄 요래깆고는 못 살제.”

“옛날에는 장사가 어땠어요?”

“옛날에는 여그가 서로 따닥따닥 붙어갖고, 니도 안그네 나도 안그네 험서 댕기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이 많았제. 근디 요것 보소 텅텅 비갔고 자네 온지가 언젠디 손님 두 사람 왔다갔네.”

 
▲ 웃장살리기 프로젝트로 벽화와 주변 환경꾸미기 등 다양한 시도들이 있으나 활성화는 쉽지 않다. 안내표지판에 거미줄이 굵어간다(위). 리모델링 후 사람이 많이 몰리는 길가로 자리를 옮겨, 닫혀 있는 채소전(아래)
그랬다. 무심결에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눈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이야기의 맥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없었다. 그렇게 두 시간 가량 되었을까? 오징어 손님과 갈치 손님 두 사람, 그렇게 세 손님을 맞았을 뿐이다. 손님을 기다리다 지쳐가는 애타는 마음마냥 좌판에 나와 있는 생선들도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지금 순천의 오일장인 웃장과 아랫장은 간신히 버티고 있는 좌판 생선처럼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에서는 여러 가지 시도들을 하고는 있다. 문화공연을 펼치는가 하면 주변 환경꾸미기 등 고민하는 모습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활성화는 어렵다고 본다.

재래시장을 개선하겠다는 이유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실시했으나 그로인해 텅 비어버린 장터 공간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 아랫장은 그나마 먹걸이와 채소좌판이 자리를 채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 장사하는 사람은 손님이 들어오질 않으니 속터질 일이다.

웃장은 더욱 심각하다. 공사전만해도 생선좌판, 채소좌판이 ‘따닥따닥’ 펼쳐져 있고 생선을 사기 위해서는 꼭 지나야만 했던 이곳이 지금은 채소좌판대는 모두가 도로변으로 나가서 포장이 덮힌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으며 어물전 또한 몇몇 좌판만 나와 있을 뿐이다.

▲ 한 노점은 오늘 슬리퍼 하나 팔았다.
금액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상인이 부담해야하는 자릿세를 차치하고서라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골고루, 구석구석 찾아갈 수 있도록 대안이 필요하다.

“이녁들마다 사정은 있겄지만 모두 질가로 나가고 흩어져불믄 어찌되겄는가. 모두 같이 뭉쳐야제. 서로 한티 뭉쳐있어야 잘 된당께.”

‘다음 장에는 괜찮겠지’하는 상인들의 간절한 바람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닐터, 시와 시장상인 그리고 시민의 마음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세 식구가 먹기에도 많은 채소 한 꾸러미가 버스비(1100원)보다도 적은 1000원이다.
깻잎새순이 한 봉지 가득 천원, 장마지면 사기 힘들다며 꾹꾹 눌러 담아준 상추도 천원, 방수가 된다는 앞치마가 이 천원. 저녁밥상을 차리는 내내 시장 상인들의 푸념이 깻잎볶음과 함께 ‘따닥따닥’ 볶인다.

▲ 웃장에서 만난‘톱스타’할아버지. 고생한다며 맥주도 한 잔 사주셨다. 자주 오시냐는 물음에 가슴에서 어떤 증을 하나 보여주시며 ‘난 이것이 있어서 맨날 와~’하셨다. 뭔가 했더니만 정원박람회 시민증이다. 난 언제쯤 이 할아버지처럼 능청스럽고(?) 여유있는 농담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주말이 오면 자식들 줄라고 장어도 사고, 생선도 사다가 집에서 해묵었는디. 인자는 싹다 식당으로 가블고, 마트에서 쪼깐쪼깐씩 사다묵고 헌께 장이 통 안되브러. 참말로, 안 허자니 그렇고, 허자니 애타고, 우리들만 애타네 애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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