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자·의·삶·의·현·장 - 극단 거울 단원 이은경씨

 
연극은 나의 표출
새해가 밝은 지난 6일 건강문화센터 다목적홀에서는 청춘을 이야기하는 연극제가 열렸다. 극단 풍화가 준비한 제1회 청춘연극제는 김유정 작가의 단편작을 연극으로 재해석하여 단막극으로 선보였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극 동아리가 참여하여 공연을 펼쳐보이면서 지역 예술의 새싹을 틔우고 있었다.

▲ 무대 위의 이은경씨. 지난 6일 청춘연극제‘소낙비’극 중 마을 아낙네 공연장면
옴니버스로 진행된 극 중에서 ‘소낙비’에 출연하여 마을 아낙네 역할을 맡았던 배우 이은경(41세) 씨를 만났다. 이은경씨는 세 아이의 엄마이면서 환자를 돌보는 병원간호사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도 주·야를 넘나드는 병원 일도 힘에 부칠만한데 이은경씨는 글을 쓰는 일과 연극에 대한 애정만큼은 버릴 수가 없다.

20대 초반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살면서도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은경씨는 늦깎이 공부를 했다. 순천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가서 젊은 학생들과 공부를 하면서 늘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아직 당선되지는 못했지만 학교에 다니면서부터 꾸준히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있다. 2013년 신춘문예에도 소설과 아동극을 응모하여 1월에 있을 결과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신춘문예는 아니지만 2012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주관한 제36회 방송대 문학상 희곡 부분에 당선되면서 글의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다.

“당선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꼭 당선이 목적이 아닌 글을 쓰기 위함이고 도전하는 것이죠. 글은 죽을 때까지 계속 쓸 것이니까요.”

“글 쓰는 것이 더 좋아요? 연극이 더 좋아요?”

“둘 다 좋아요. 내가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내가 쓴 글로 내가 연극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글과 연극은 은경씨에게 어떤 건가요?”

“나의 표출! 나의 생각과 가슴에 담겨있는 응어리들을 표출하는 것!”

주변 사람들에게 늘 웃고 밝은 모습의 이은경씨는 심한 우울증을 겪었던 적이 있다. 아파트 옥상을 오르기도 몇 번 있었다. 땅 속 깊이 꺼져가는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힘은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었다고 한다.

“가슴이 회를 치는 것 같이 아팠어요. 내가 내 손으로 가슴을 쥐어 뜯으면서 울고 아팠던 때가 있었어요. 그럴 때 나를 버티게 했던 건 결국 ‘나’였던 것 같아요. 손을 놔버리면 모든 것이 끝나버리니까. 하지만 아직은 내가 내 손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죠.”

지금도 한두 번씩 힘에 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고 한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때가 온다. 그럴 때면 그냥 밑바닥까지 내려가도록 내버려 둔다. 그 끝까지 가야만 다시 바닥을 치고 일어설 수 있다.

“내가 악착같이 버티고 살고 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뭐든지 즐기면서 사는 것이 행복이구나 생각해요. 올해 계획이라면 어떤 일을 하든 늘 즐기면서 살고 싶어요.”

“죽고 싶을 만큼 힘든 상황에도 손을 놓지 않는 이유가 있을까요?”

“아이들이 지금은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 다음에 성장해서 엄마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인정해 줬으면 해요. 엄마가 서운하게 했던 부분들, 아프게 한 상처들, 그때 엄마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마음과, 엄마의 소중한 삶도 있었음을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내 삶 자체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 분장실에서. 열악한 극단 단원들은 직접 분장도 척척 해낸다.
프리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이은경씨는 올해 순천연극협회 사무국장을 맡았다. 순천에 있는 모든 극단의 협회라고 하지만 시립극단과 극단거울 그리고 극단풍화 세 곳 뿐이다. 예전에는 더 많았지만 모두 문을 닫고 세 곳만 남았다. 돈이 안 되니 사람도 떠난 것이다. 지금 남은 극단은 대부분 지원사업으로 버텨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생활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극단을 떠나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이은경씨는 늘 마음 한 켠이 아프다. 당신도 녹녹치 않은 생활 때문에 좋아하는 일에 오롯이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리즘 효과 같은 글을 쓰고 싶어요. 빛이 통과했을 때 여러 가지 색깔이 나오는 것처럼 밝음도 있고, 슬픔도 있고, 낙심도 있고, 외로움도 있고. 이런 여러 가지 빛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요. 그래서 여자의 삶을 쓰기도 하지만 아동극도 쓰고, 지금은 7080 청춘 세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을 쓰고 있어요. 나는 한 가지 테마를 고집하지 않아요. 프리즘의 효과처럼 다양한 계층과 삶을 이야기 하고 싶어요.”

그녀가 앞으로 펼쳐 보일 프리즘 빛이 궁금하다. 늘 겉으로는 밝아만 보이는 이은경씨의 가슴 속 깊은 곳에 맺힌 응어리들이 다양한 색깔과 희망의 빛으로 표출되길 바란다.
▲ 벌교에서 매월 진행되는‘소설태백산맥문학으로’상황극 공연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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