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일째. 

싸우기에는 너무나 긴 시간이다. 먹구름도 걷힐 줄 모른다. 오히려 이들에 대한 백안시만 늘어난다. 

우리 사회에서 '미운 오리 새끼'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순천만 국가정원 노조는 서서히 지쳐간다. 대부분이 여성이다. 건강에 이상 신호가 울린 지 오래다. 노조원 32명 가운데 농성 참가율이 절반이다. 

노조원 2명은 70대다. 50대 중반의 여성 노조원은 생계까지 막막하다. 한참 신경 써도 부족할 고등학생 딸에게 느낄 미안함이 헤아려진다. 그 딸의 눈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비칠까 두렵다. 

다른 노조원들도 가족을 돌봐줄 여유가 없다. 한 노조원 남편이 천막을 불태워버린다고 항의할 정도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8일에 순천시청 앞에 농성 천막을 쳤다.

시간이 갈수록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부정적이기까지 하다. 노조원의 생존권 문제인데도 가볍게 건드린다.

직장에서 해고된 한 은행의 지점장이 실직된 지 6개월 만에 자살했다는 어느 신문의 보도를 우리는 깊이 생각하지 않은 탓일까. 아님 남의 살은 아프지 않은 생태학적 결과일까.

그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가 확산할까 우려된다.

흔치 않게 큰 알에서 태어난 한 새끼 오리는 자기네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또래 오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 처음에는 다독거려 준 어미 오리조차 결국 영향을 받아서다.

우리는 각기 자신만의 생존권 투쟁을 하고 있다. 

직종과 직무가 달라도, 직장 내에서 혹은 직장 밖에서든지 말이다. 생존권은 해고자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장인이 아닌 사업주도 마찬가지다. 다들 살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

자신과의 투쟁과 다르다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다른 이의 생존권 문제는 언제든 자신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정원 노조가 주장하는 고용승계는 우리 모두의 이슈다. 결코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덧 봄이 왔다. 춥고 외로웠던 겨울이 지나간 것이다.

그 상처받은 새끼 오리는 자신이 하늘을 날 수 있음을 우연히 알게 된다. 

미운 오리는 자유롭게 상공을 활강한다. 자신조차 믿지 못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순천만국가정원 노조도 알고 보니 아름다운 백조였음을 간절히 기대한다.

강성정 기자
강성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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