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제1조 제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조항일 테다. 이를 인용하는 정치인도 자주 볼 수 있다. 당연한 말이라 생각되기도 하나 나는 이 조항이 조금 불편하다. 권력을 가진 자들이 이를 자신의 권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목적으로 이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이 권리와 권리의 충돌이라 여겼다. 그리고 권력은 사람들의 권리가 보장되도록 조율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회 갈등은 권력에 의한 권리 침해처럼 보인다. 심지어 정치 내의 갈등은 권력끼리의 다툼이다. 

“시민의,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 갈등 속에서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외치는 메시지다. 시민이 위임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너도나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포장만 아름다울 뿐, 실상 그들의 싸움에 시민은 없다. 싸움의 본질은 누가 더 영향력 있는가이다. 이들은 각자의 주장에 사람을 더 많이 동원하려고만 하지, 사람들에게 판단 기회를 주지는 않는다. 시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사례가 너무 많아 이런 현상이 당연하다는 착각마저 든다. 내가 믿고 있던 것들이 의미 없는 포장지처럼 느껴진다. 다수의 지지를 받기 위한 행동이 민주주의라고 말해지는 사회에서 위선이 느껴진다.

민주주의 체제가 아닌 사회에서도 다수 의견대로 결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왕이든 귀족이든 그들이 다수 의견을 짊어지지 않고 할 수 있던 행동은 많지 않았다. 물론 그들은 다수의 생각을 자기 뜻대로 만드는 힘이 있었겠지만, 지금 사회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민주주의 사회가 말하는 시민 권력은 이와는 달라야 한다. 다수결로만 설명되는 이념이 아니어야 한다. 권력을 키우는 데만 애쓰지 말고 권리를 고민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김승건 기자
김승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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