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7일이 되면 한국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어설프게 미봉해놓은 정전(停戰)협정을 체결한 지 70주년이 된다. 어느 나라가 전쟁을 잠시 멈추고 70년 세월을 보냈는가?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終戰)협정을 맺으려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나름대로 노력은 하였으나 결실을 맺지 못하고 말았다. 북한과 미국을 중재하여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한 자세는 평가하지만, 우리 민족 문제를 단순히 중재자에 머물러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입증한 셈이 되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MBC가 올해 3월 18일에 ‘알고보니’라는 코너에서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국이 갈등 지수가 1위이다. '갈등 세계 1위'라고 명시한 건 지난해 6월 영국 킹스컬리지가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이다.

전 세계 28개국 시민 2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중 빈부격차, 지지정당, 정치 이념 등이 들어가 있다. OECD 국가에 비해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가장 큰 부분은 빈부격차와 세대 갈등, 성별 갈등으로 나타나서 가장 격렬하게 ‘문화전쟁’을 느끼는 나라라고 한다.

필자는 이렇게 갈등이 심각한 이유를 공존하려는 자세보다는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거나, 심지어는 강화하려는 몸부림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세력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어온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도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갈등의 가장 깊은 근원에는 아직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일상이 전쟁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이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이런 현실 때문에 멀리 보고 타협하고 양보하는 자세를 가질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안한다. 정전 70주년을 맞이하여 우선 폭력적인 문화를 척결하는 노력을 시작하자고. 물론 뿌리가 깊어서 쉽게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 시작해야 한다면 지금부터 시작하자. 정치인들에게 크게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시민운동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남북이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전초기지가 되어 싸우고, 평화를 위해 앞장서지 못했던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그래서 평화의 중심지가 되도록 시민들의 인식부터 획기적인 전환이 있어야 한다. 편 가르기로 늘 정치적 이득을 챙겨왔던 세력들을 똑바로 구별해 내고 그들을 각종 여론 형성과 선거 과정을 통해서 응징할 수도 있어야겠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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