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밭에서 멧돼지가 망가뜨린 울타리를 열심히 보강하고 있는데 두둑에 놔둔 핸드폰이 울었다. 숨을 헐떡거리며 전화를 받았더니 내 이름을 대면서 맞느냐고 묻는다. 표준어를 쓰는, 40대 중후반쯤 되어 보이는 정중한 남자 목소리다. 얼떨결에 맞다고 대답했다. “저는 청주지방검찰청 최영익 수사관인데요, 몇 가지 물어볼 것이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는 인요한 박사가 있다. 그의 선조가 미국에서 순천으로 왔고, 선교의 뿌리를 내린 지 어언 100년이 넘었다. 그는 이제 외국인이 아니다. 인 박사의 아버지 인휴 목사는 결핵 요양원 건물 보수를 위해 자재를 싣고 가다가 자동차와 충돌했다. 인휴 목사는 이곳저곳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다. 뇌출혈이 있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마이너리그(minor league)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의 프로 야구 리그 체계로, 주로 메이저리그(major league)아래 단계를 일컫지만 상대적으로 중요도가 떨어지는 운영 체계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 이루어진 관계나 시스템을 말하기도 한다.선거에도 마이너리그가 있다. 이번 순천지역 시민들은 도지사, 교육감, 시장, 도의회의원, 시의회의원,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3여가 도농행정구역통합으로 하나가 된 지 20년이 흘렀다. 아직 주민투표제도가 없던 시기 전국최초 주민발의에 의한 주민투표로 통합되었던 것이 의미가 매우 깊다.3여통합의 근본취지와 동력은 지역경쟁력을 높여 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자는 주민요구와 합의였다. 그리고 그 힘이 여수세계박람회유치와 성공적 개최,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인프라
13세기 지금의 터키 지역에 나스레딘 호자라는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당나귀를 잃어버려 울면서 하루 종일 찾으러 다니다가 갑자기 팔을 올리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신이시여. 참으로 감사드리옵나이다.” 이 모습을 본 어떤 사람이 물었다. “당나귀를 찾다 말고 웬 감사요?” 그러자 호자가 대답했다. “내가 그 당나귀 위에 올라타고 있지 않았다는 사
올해는 제주 4·3사건이 나고 이에 대한 진압을 명령받은 당시 국방경비대 14연대가 제주출동을 거부하고 여순사건을 일으킨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리고 이 사건 와중에 남북한에서 단독정부가 수립되어 남북한이 각기 정부수립 70주년을 맞이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 위대한 민주의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은 70년 동안 온갖 질곡과 억압을 뚫고 단기간에 경
지난 2월 이사를 했다. 옛날 집을 사서 재건축했는데, 대지가 생각보다 넓었다. 그 동안 방치됐던 마당과 텃밭을 정원으로 손질해야 하는 일이 닥쳤다. 마을 가운데 있는 집이어서 남들에게도 볼품 있게 가꾸어야 할 과제가 생겼다. 우선 정원에 대한 밑그림이 필요했다.주택 조경 전문가를 찾았다. 가까운 조경 사업자들은 정원 구성에 대한 코치를 할 생각은 없고 주
지난 2016년 지역민들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낙원유람’이라는 주제로 정원 박람회장 서문 전시장에서 국제전시를 했다. 바로 순천만국제자연환경미술제다. 26개국 57개 팀이 참여해 ‘생태문화도시’에서 함께 ‘낙원’을 찾았었다. 당시 남도 문화 허브 탄생에 대한 꿈을 꾸었다.그러나 현실은 집행부의 현대미술에 대한 이해 부족과 국제적 예술계 흐름에 대비한 경쟁
옛날부터 어른들이 자주하시는 말씀 중에 세상에는 3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장사꾼이 밑지고 판다는 말,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노인이 죽고 싶다는 말이다. 사실은 많이 남기고 팔고 싶은 것을 숨기는 것이고 시집가고 싶은 마음을 숨기고 싶은 것, 더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을 숨기는 거라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하지만 때때로 이런 말들이 거짓말이 아닌
작년 여름에 여수로 피서를 갔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쉽게 잠이 들지 않았다. 그 덕분에 커튼을 걷고 휘황찬란한 밤바다를 실컷 구경했다. 아침에 일어나 시계를 보았더니 문자판 유리에 습기가 잔뜩 끼어있었다. 아직 바다 근처에도 가지 않았는데 무슨 일일까. 가만히 생각하니 그곳은 아름다울여麗, 물수水의 여수 즉 ‘물의 도시’가 아니겠는가! 휴가를 마치고
선거 때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방송 및 언론 보도, 선거 공보, 여론조사, 인맥과 모임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 SNS 정도일 듯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언급한 방법에 소외되어 있거나 스스로 접촉을 단절시킨 경우라면 후보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앞에서 언급한 방법 중에 공약이 주가 되는
북한은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 평창올림픽에 과연 순순히 참여할 것인가 추측이 분분했는데 참여 정도가 아닌 거의 주도적 정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의적이긴 하지만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이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을까.어쨌든 한반도는 극적 반전상황을 맞고 있다. 제2인자인 김영남 위원장과 그보다 중량이 더 큰 김여정까지 올 줄은, 문재인대통령을 평양으로
사람들은 무엇이든 자신이 모르는 것은 일단 거부하거나 인정하지 않거나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것만으로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한 박사나 학자라 하더라도 한 인간이 아는 것이라고는 우주라는 실제 공간의 실제 현실에 비추어보면 허공의 먼지만큼이나 사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