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3여가 도농행정구역통합으로 하나가 된 지 20년이 흘렀다. 아직 주민투표제도가 없던 시기 전국최초 주민발의에 의한 주민투표로 통합되었던 것이 의미가 매우 깊다.

3여통합의 근본취지와 동력은 지역경쟁력을 높여 보다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들자는 주민요구와 합의였다. 그리고 그 힘이 여수세계박람회유치와 성공적 개최, 해양관광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을 이뤄냈다.

하지만 여전히 인구는 줄어가고 석유화학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의 다변화는 요원하다. 지방자치분권시대를 선도적으로 대비해가야 하는 과제들이 산적해있는 것도 현실이다.

20주년을 맞이한 통합여수시가 그 때 시대정신으로 돌아가 또 다시 미래 청사진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주민주도의 통합을 이뤄낸 여수시민의 자긍심을 되살려 민주주의 시민참여 주민자치도시의 아이콘 여수 자치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다시 출발해보는 것이다.

이런 제안의 배경은 작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제5회 대한민국지방자치박람회가 여수에서 열렸음에 있다. 4회까지 대도시에서 열린 이 행사가 중소도시 여수에서 열린 것은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20년 전 도농행정구역통합을 주민주도로 이뤄낸 상징성 때문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 행사에서 ‘자치분권 여수선언’이 채택되었고 여수는 일약 자치분권의 발원지 도시가 되었다.

현재 문재인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연방제수준의 지방분권개헌이 이뤄지면 분권자치의 상징을 넘어선 획기적인 기회가 여수에 주어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치역량을 키우고 여수형 분권모델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여수선언, 저 2012년 세계박람회 폐막식에서 채택되었던 그 선언처럼 문구나열로 끝나버릴 수도 있을 것이니.

그래서인데 두 개의 여수선언을 양 날개로 비상하는 것을 통합20년을 넘어 새로운 20년 여수의 비전으로 설정했으면 한다. ‘살아있는 바다와 연안’에서 기후변화의 해법을 찾아 인류에 제시함으로써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디딤돌이 되는 여수, ‘자치분권 여수선언’을 채택한 자치분권 발원지도시 여수가 그것이다.

비전만 휘황 요란해서는 안 될 일이니 여기에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탑재하길 또한 바란다. 2015년 유엔이 정한 객관적 지역평가 및 지향목표로 이 지표가 잘 갖춰지고 실행하는 도시가 앞으로 국제도시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지역경제, 복지와 생태에너지, 평화인권과 민주주의, 교육과 산업안전 환경 등 삶의 질을 나타내주는 17개 영역의 기준지표를 우리 실정에 맞게 정해 하나하나 달성해간다면 비로소 세계도시, 국제해양도시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한 가지 극복해야할 과제가 있다. 아직까지 남아있는 통합후유증이다. 뿌리가 같다지만 셋이었던 지역이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 어찌 아프지 않을까. 혹자는 한 세대 30년이 흘러야 완전한 통합이 될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옛 것에 머물러 있기에는 세상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온고지신의 지혜와 대승적인 양보가 있어야 새로운 세상을 맞아 향유할 수 있다.

마침 20주년을 맞아 ‘3여’가 아닌 ‘1여’의 출발을 선언하고 하나의 여수공동체의 시작점으로 삼으면 어떨까. 같은 도농통합시인 순천시와 광양시도 마찬가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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