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황우
순천제일대학교 산학협력단장 / 공학박사

선거 때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도 방송 및 언론 보도, 선거 공보, 여론조사, 인맥과 모임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 SNS 정도일 듯하다. 따라서 유권자가 언급한 방법에 소외되어 있거나 스스로 접촉을 단절시킨 경우라면 후보자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방법 중에 공약이 주가 되는 선거 공보는 후보자가 자신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왜곡되지 않게 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공약(public pledge)은 선거 때 입후보자나 정당이 유권자에게 행하는 공적인 약속이다. 보통의 선거는 선관위에 각종 구비서류제출을 통한 후보자 등록, 선거운동(선거벽보 및 선거공보 포함), 투표 및 개표, 당선인 결정, 선거에 관한 쟁송, 취임 등의 순서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평소 선거에 관심이 많은 일부 유권자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유권자는 선거가 임박하여 선거 벽보나 공보, 일부 언론보도 등을 통해 후보자들의 정치적 소신인 공약을 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선거공약이 순수하게 그 후보자의 정치적 소신이나 철학을 반영 한 건지, 아니면 주위에 있는 공약개발 전문업체가 만들어준 공약인지, 후보자주변의 소위 참모들이나 캠프가 만들어 준 공약인지는 대부분의 유권자는 알 수 없다. 

따라서 후보자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자료인 선거 공약마저도 심각한 취약점이 여기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필자가 생각하기론 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에게 있어서 정책 선거(매니페스토)를 지향해야하는 선거 문화가 강화되고 있고, 유권자들도 후보가 밝힌 핵심 공약의 구체성, 달성 가능성, 타당성, 재원 조달 방안 등을 면밀히 따지는 추세가 강화되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본다.

공약을 만드는 사람은 주로 공약의 선호성,대중성,필요성, 실현 가능성, 공약에 대한 반감의 존재 여부 등을 주로 고려한다. 그중에 가장 절대적으로 금기시 하는 공약은 이 공약으로 인해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하느냐이다. 

선거의 특성상 당선 후 공약의 이행여부나 실현가능성은 미래의 문제이지만 선거 전에 존재하는 반대세력의 존재는 후보자에게 상당히 부담스러운 현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의 공약이 대게 선심성이거나 과대 공약이 들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당사자 간 갈등이 있거나 논란이 있는 공약, 또는 특정한 한쪽의 집단의 반대가 뻔한 공약은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후보자의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공약인 셈이다.

순천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지역이나 단체의 반대가 뻔한 공약은 전 시민의 관점보다  갈등 없는 공약으로 포장하거나 묻히는 게 현실이다. 난 그중에 하나가 ‘시청사 건립의 위치의 적절성’이나 ‘순천종합버스터미널의 이전’이라고 본다. 

2003년 지금의 위치로 결정 난 시청사의 건립 위치가 15년이 지난 지금의 도시 형태에서 시민들의 접근성이나 편리성의 관점에서 볼 때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다른 공공기관과의 연관성과 종합성에서 접근할 가치는 없는지, 순천종합버스터미널의 지금의 위치가 타도시와의 교류성과 시민 이용의 관점에서 문제는 없는지, 순천의 미래 지향적 관점에서 적절한 위치인지, 반대하는 분들을 설득할 대안 논리는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관의 이전이 인근 상인과의 마찰을 불러오고 원도심 활성화에 역행하다는 논리에 막혀 공약으로 과감히 내놓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자로 나온 홍준표 후보자는 사형제 존치와 집행을 주장했다. 매우 거친 공약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홍후보의 정당이나 여타 공약에는 큰 관심이 없었으나 사형제 존치와 집행에 대한 공약에는 매우 반색했다. 특히 집행에 대해... 그 이유가 뭘까?

사람들은 대개 거침보다는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의 가치를 높게 보고 좋아한다. 정치에서의 부드러움이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인기는 있을 수 있으나 진정으로 위민(爲民)에 기초한 것인지는 살펴보아야 한다. 

따라서 6.13 지방선거 후보자는 보신적 부드러움보다 주위의 시민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거칠음의 공약이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과감히 이를 공론화 시켜야 한다. 과거의 선거는 후보자가 자기를 알리고 유권자는 수동적으로 이들 중에 보다 나은 후보를 고르는 선택의 장이었으나 미래의 선거는 지역의 고민거리를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성숙한 시민토론문화의 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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