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훈
여수YMCA 사무총장

북한은 늘 우리를 놀라게 한다. 평창올림픽에 과연 순순히 참여할 것인가 추측이 분분했는데 참여 정도가 아닌 거의 주도적 정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악의적이긴 하지만 오죽하면 자유한국당이 ‘평양올림픽’이라는 말을 만들어냈을까.

어쨌든 한반도는 극적 반전상황을 맞고 있다. 제2인자인 김영남 위원장과 그보다 중량이 더 큰 김여정까지 올 줄은, 문재인대통령을 평양으로 초대하는 친서까지 떡 하니 내놓을 줄은 몰랐으므로 평창올림픽은 이미 스포츠잔치 이상의 의미와 성과를 낸 셈이다.

언제 또 보랴 싶었던 한반도기가 펄럭이고 남북선수들이 단일팀을 이뤄 경기하고 공동응원이 펼쳐지는 눈앞의 현실을 감흥 그대로 누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이 감흥이 언제였냐 싶게 올림픽은 끝날 것이고 그들은 돌아갈 것이며 다시 분단의 엄혹한 현실이 한반도를 뒤덮을 것이다. 잔칫상이 풍성하고 흥겨워질수록 남의 잔치 시기하듯 어깃장 놓는 미국과 일본의 행태를 보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진다.

하지만 상황의 본질을 조금만 단순화시키면 문제는 간단하다. 미국도 일본도 중국도 결국 그들의 최종 관심은 경제이다. 이데올로기 대신 자국의 경제적 이해에 따라 합종연횡 하는 시대다. 평창올림픽 이후의 한반도정세를 경제적 퍼즐로 풀어야 할 이유다.

남북경제공동체 기반으로 북한이 가교가 되어 대륙횡단철도와 러시아의 가스파이프 연결사업 등 남북경제협력의 활성화를 통해 남북 동반성장을 추진해야 한다는 오랜 숙원도 기실 그러한 배경에서다.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비뚤어진 대북정책으로 무산되었지만 이제 다시 그 숙원풀이를 시작할 좋은 기회가 왔다.

한 가지 짚자면 이번에는 민간주도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물론 큰 구상은 정부차원의 치밀한 계획 속에서 만들어야 하겠지만 그 주도는 민간이 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이 스포츠행사이면서 정치적인 문제를 풀어냈듯이 정부 간에는 풀 수 없는 것들을 민간논리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다반사다. 예컨대 유엔의 북한지원제재가 민간교류분야는 대상이 아니므로 민간교류만이 북한 정부의 문을 열 수 있는 수단이요 기회이다.

거기에 지방이 나설 때이다. 기업중심의 민간이 남북관계에서 많은 역할도 했지만 한계도 있었다. 금강산관광산업과 개성공단이 기업중심으로 성공하는 듯 했지만 정치상황에 따라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우리는 똑똑히 봤다.

이를 보완할 절묘한 대안이 지방이다. 마침 문재인정부는 지방분권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지방은 중앙정부와 협력하면서도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면 지역민간시민사회와 긴밀한 협치를 할 수 있게 된다. 남북교류처럼 민감하고 복잡한 퍼즐을 푸는데 매우 좋은 조건이다. 앞선 독일 통일과정에서도 지방도시 교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

분단접경지역인 강원도, 경기도는 그에 맞는 교류방안이, 가장 먼 제주도나 내륙지방은 그 지역의 특성과 조건에 맞는 교류방안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호남은 어떤 교류방안이 있을까. 북의 식량문제가 심각한 점을 감안 우리의 남아도는 쌀을 그들의 무엇과 바꿀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통일운동놀이가 무궁무진할 것 같다.

동네 장승 하나도 스토리로 만들어 팔아먹어야 할 지방자치시대, 남북통일을 지방 활성화 프로그램과 연계하면 무거운 통일문제가 쉬워지고 재미있어진다. 통일에 대해 다소 시큰둥해진 우리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도 다시 활발해지지 않을까? 일석다조다.

남북통일, 이번엔 지방에 한번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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