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동식 조합원

서울 세브란스 병원에는 인요한 박사가 있다. 그의 선조가 미국에서 순천으로 왔고, 선교의 뿌리를 내린 지 어언 100년이 넘었다. 그는 이제 외국인이 아니다. 인 박사의 아버지 인휴 목사는 결핵 요양원 건물 보수를 위해 자재를 싣고 가다가 자동차와 충돌했다. 인휴 목사는 이곳저곳 응급실을 전전하다가 사망했다. 뇌출혈이 있었는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들었다.

라디오 방송에서 최수종 씨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에서 매년 500건의 추락사고가 발생한다. 그래서 그는 안전망 설치, 안전장비 착용을 강조하면서 “사망 사고 절반으로 줄입시다.”라고 외친다. 그러나 나는 그 구호를 ‘사망사고 없는 세상 만듭시다.’로 고치고 싶다.

우리 순천시의 이웃 여수에는 여천공단이 있고, 광양에는 광양제철소가 있다. 이곳은 거대한 가스탱크와 무서운 용광로 등등의 대형사고의 불씨를 안고 있다. 두 도시는 가공할 위력의 폭탄을 가졌고, 그것은 언제 터질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순천에는 그러한 산업체가 없다.
얼마 전 나는 원인불명의 복통으로 모 병원에 5일간 입원하여 밤낮으로 주사를 맞았으나 통증이 더 심해졌다. 담당 의사가 앰뷸런스를 내어 주며 서울로 가보라고 했다. 사이렌을 울리면서 서너 시간 만에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지금 병상이 없으니 3일 뒤에 오십시오.”라고 냉정히 잘라 말했다. 모든 희망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이러한 사례는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오늘 당장 광양, 여수의 산업현장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한다면 4시간을 허비하며 서울로 갈 것인가? 인체는 3분만 뇌에 산소가 공급되지 않으면 뇌세포가 망가진다. 뇌혈관이 막혔을 경우 6시간 이내에 용해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피떡은 녹지 않는다. 이러한 응급환자에게는 소위 ‘골든 타임’이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금년 6·13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에 즈음하여 모 후보자에게 하나의 제안을 했다. 시정 캐치프레이즈의 하나로 ‘응급구조센터’를 만들라는 공약을 건의했다. 이것은 의과대학 유치나 우수한 병원의 분원 설치보다 더 중차대한 문제다. 순천시에 이러한 수지 맞는 시설을 만들어서 돈을 벌자는 꼼수가 아니다. 순천시가 응급구조센터를 운영하여 광양, 여수 근로자의 목숨을 구해주는 좋은 이웃이 되자는 뜻이다.

도시 발전을 위해 관광시설을 늘리고, 문화시설을 확충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생명’이 우선이다. 순천 청암대학에는 이미 응급구조학과가 개설되어 있다. 지금쯤 많은 전문 인력이 양성되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인재들이 얼마나 활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응급구조센터를 세우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한다.

누가 시장으로 당선되든지 간에 이 문제를 꼭 해결하여 ‘사망사고 없는 세상’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제2의 인휴 목사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광양, 여수 그리고 순천. 우리는 이웃사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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