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후 위기라 하지 말고 에너지 위기라고 하자

제가 지난 일 년 동안 기후 위기에 대한 칼럼을 써왔지만, 사실 저는 기후 위기라는 말을 싫어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80억 인류가 공동의 행동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에너지 위기라고 한다면 더 구체적으로 우리는 생각할 수 있습니다. 지난 60년간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의 증가율과 거의 일치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최근 들어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이 거의 0%에 가까워진 것은 석유 매장량의 반 이상을 이미 다 쓴 이후 석유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요소수 하나로 물류 대란이 일어날 수 있는 것처럼, 석유 가격이 상승하면 끔찍한 경제적 파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준비하는 사람은 더더욱 드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기후의 급격한 변동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것을 막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지만, 다가오는 에너지 위기를 막을 방법은 있습니다. 에너지를 덜 쓰는 사회 체제를 미리 만들면 됩니다.

 

2. 중앙 정부가 꿈쩍도 안 하는데,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어떤 영역의 정책이든 자세히 살펴보면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한 십 년 전쯤에 학교급식을 친환경 국내산 재료로만 만들자는 조례를 일부 지자체에서 만들었지만, 결국 법원에서 그 조례는 위법이라고 판정을 내려버렸습니다. 아무리 좋을 일이라도, 국회가 허락하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즉,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 지방“종속”단체라는 사실을 법원이 확인해준 것입니다. 기후 위기나 에너지 위기에 대응한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정부가 꿈쩍도 안 하는 현재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단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요, 그것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위기를 막는 방법은 시민들이 자가용을 타지 않더라도 편하게 다닐 수 있을 만큼 대중교통을 확충하고, 걸어 다녀도 충분할 만큼 도시 설계를 바꾸는 겁니다.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학교의 규모를 더 줄여서 동네마다 작은 학교로 쪼개면, 아침마다 학생들이 학교 간다고 차량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이렇게 대중교통 체계를 바꾸거나 도시계획을 바꾸는 것은 시민들의 생활과 재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예를 들어 논밭이던 곳에 아파트를 하나 지으면 그 논밭의 주인들은 땅을 팔아 엄청난 돈을 버는 반면, 구도심 아파트의 가격은 떨어지기 때문에, 기존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은 돈을 잃게 됩니다.

그런데, 도시계획의 내용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장이 “내 재임 기간 동안만이라도 내가 가진 도시계획권을 시민들에게 넘기겠다.”라고 하면 어떨까요? 현재 도시계획은 그냥 건축설계사 사무실에 맡겨버립니다. 심지어 순천의 건축설계사 사무실이 아니라, 서울이나 경기도에 있는 큰 건축설계 회사에 맡겨버리는 일이 잦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건축설계 그림은 멋지게 그릴지언정, 우리 도시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 도시계획을 시민들에게 맡기면 얼마나 멋지겠습니까? 에너지를 덜 쓰고도 행복하게 살아갈 도시의 모습을 시민들이 함께 그려 나가는 것,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이런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습니다. 제가 번역한 숙의 민주주의 안내서인 <시민의 이야기에 답이 있다>에 보면, 호주의 어느 도시에서 수백 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몇 날 며칠 동안 토론을 해서 도시 설계를 하고 교통 체계를 개편했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라고 왜 못 하겠습니까? 시장이 자신이 가진 권한을 내놓기만 하면, 현행 법률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3. 2022년 지방선거에서 숙의민주주의를 공약하는 시장을 뽑으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 시민들은, 그저 영웅적인 시장이 나타나서 <기후위기, 에너지 위기에 준비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시계획을 시민들과 함께하겠다>라고 공약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까요? 우리 시민들이 먼저 이것을 요구하면 어떨까요? 2022년 지방 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순천시장 후보로 나서더라도, <기후 위기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계획을 시민과 함께 숙의민주주의 방식으로 결정하겠다>고 공약하라고 먼저 공개적으로 요구해버리면 어떨까요? 순천시민의 저력을 한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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