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의 비교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의 비교

(1)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필요하다

올 한 해 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는 우리 사회의 행동 약속인 법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제5회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법을 바꾸는 힘은 국회의원들에게 있기 때문에, 우리처럼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에게 법을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행동인 ‘시위’를 해야 합니다. 즉, 시위야말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최선의 행동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시위를 해야 한다는 저의 주장은 아마 여러분에게 낯설게 들릴 것입니다. 독자님들은 이런 주장을 처음 들어보셨죠? 그래서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동의하더라도, 이 주장을 다른 곳에 가서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론을 펼칠 것입니다. 이런 저의 주장은 다른 사람들도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일 테니까요.

그래서 오늘부터는 저의 주장을 뒷받침해줄 여러 가지 근거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우선 오늘은 기후변화의 경제적 원인을 알아볼 것입니다. 물론, 기후변화의 원인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라고 이미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과거 오랫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는 약 0.03%로 일정하게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대략 1800년대 초반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2010년 이후엔 약 0.04%가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높아진 온실가스 농도 때문에 기후변화가 일어납니다.

(2) 공유지 비극의 원리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량은 왜 증가할까요? 온실가스의 ‘배출’은 사람들이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기후변화가 인간 문명을 멸망시킬 만큼 엄청난 문제인데도, 사람들은 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 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1965년에 가렛 하딘이라는 경제학자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제시했습니다. 즉, 기후변화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원리 때문에 발생하는 겁니다.

공동 목장을 생각해보면 공유지의 비극을 이해하기 쉽습니다. 100명이 사는 마을에 공동 목장이 있어서, 주민 100명 중 누구나 이 목장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여러분이 그 마을 사람이라면, 여러분의 개인적인 이익을 가장 크게 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행동하시겠습니까?

그렇죠. 남들이 풀을 베어가기 전에 풀을 몽땅 베어온 다음 그 풀을 시장에 내다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당신만 할까요? 나머지 99명의 주민들도 당신만큼 똑똑합니다. 그래서 저 공동 목장에선 모든 사람들이 서로 풀을 먼저 베어가겠다고 경쟁이 벌어집니다. 서로 먼저 풀을 베어가려면 풀이 아주 조금만 자라났을 때부터 베어야겠죠? 그러다 보면 풀은 자라지도 못하고, 결국 아무도 풀을 베어서 이익을 얻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풍요로운 목장이 쓸모없는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3) 기후변화에 적용되는 공유지 비극의 원리

공유지 비극의 원리가 기후변화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걸 눈치 채셨나요? 그 마을은 바로 이 지구입니다. 100명의 마을 사람들은 바로 80억 명의 인류이고요. 공동 목장은 바로 대기입니다. 한 가지 차이가 있다면, 공동 목장에선 사람들이 풀이라는 자원을 가져가는 반면, 지구에선 사람들이 온실가스라는 마이너스 자원을 버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차이가 아닙니다. 마치 자기 집 대신에 공동 목장에 쓰레기를 가져다 버리면 개인이 이익을 얻는 것처럼, 현재 80억 인구는 온실가스라는 쓰레기를 대기라는 공동목장에 가져다 버리고 있는 것이니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아니, 이렇게 이 현상이 마치 자연 현상인 것처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라고 묻는 것은 현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그 대신 우리는, “나는 왜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버리는가?”라고 물어야 합니다. 자, 여러분도 매일 자동차를 탈 때마다, 혹은 전기를 사용할 때마다 온실가스를 대기 중으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하죠? 그게 여러분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러분은, 자동차를 탈 때마다 배기가스를 대기 중으로 내뿜는 게 미안해서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구에 배기가스 포집 장치를 달아놓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안 합니다. 왜 안 하죠? 배기가스 포집 장치를 달려면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온실가스 배출이 기후변화를 일으켜서 결국 우리 인간 문명을 멸망시키는 줄을 알면서도, 사람들이 매일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이유는, 그런 나쁜 행동이 자기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바로 이런 현상이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행동은 인류를 멸망으로 몰고 갈 수 있을 만큼 지극히 악독한 행동이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전혀 악독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우리와 똑같이, 그냥 착한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공유지 비극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이겁니다. 이걸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마치 어떤 나쁜 놈이 따로 있어서, 그 놈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거라고 착각합니다. 실제로 환경단체들은 기후변화 얘기만 나오면 기업을 비난하고, 정부를 비난합니다. 바보 같은 짓입니다. 기후변화라는 공유지의 비극은 특정한 개인이 나쁜 놈이어서 발생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함정에 빠져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 같이 일으키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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