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부터 16회 연재로 장용창 환경이야기 
기획시리즈를 시작한다. - 편집자 주 -

광장신문 기후변화 행동 칼럼을 시작하는 이유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개인적인 행동을 하자고 제안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살림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5가지 생활 실천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사람들에게 서명을 받았습니다. 

그 다섯 가지란 다음과 같습니다. (1) 국산, 채소 위주로 남김없이 먹는다. (2) 일주일에 하루는 만보를 걷는다. (3) 종이컵 대신 텀블러,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한다. (4) 쓰레기는 줄이고, 재활용, 재사용한다. (5) 전등을 끄고 한 달에 하루 쉼표한다. 이런 행동들은 도덕적으로 훌륭합니다. 

 

한살림이 2020년에 진행한 기후변화 캠페인 포스터.
한살림이 2020년에 진행한 기후변화 캠페인 포스터.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이 행동만 하면 전세계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는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지금 이 행동이 옳은가, 그른가를 묻는 게 아닙니다. 이 행동들은 당연히 옳은 행동들입니다. 저는 이 행동들의 효과성을 묻고 있습니다. 효과성은 인과성(원인과 결과의 관계)이라고도 합니다. 이런 행동을 하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이라는 결과가 나오나요? 

답이 <아니오>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굳이 통계를 가져오지 않아도 됩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가스이고, 그런 온실가스들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자동차와 같은 교통 수단, 그리고 건물의 냉난방, 전기 생산 등에서 주로 나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그러면, 저 한살림의 다섯 가지 행동을 하면, 이런 공장, 교통, 건물 냉난방, 전기 생산 등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얼마나 많이 줄일 수 있나요?

초등학교 때 배운 곱하기와 나누기를 좀 해봅시다. 우리나라가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약 700,000,000톤입니다. 아래 그림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 5천만 명이 이 행동을 모두 실천하면 한 해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을 약 10,000,000톤 줄일 수 있답니다. 그럼 몇 %를 줄일 수 있는 거죠? 10,000,000톤 ÷ 700,000,000톤 = 0.014 = 1.4%입니다.

즉, 이 행동을 모두가 실천한다 해도,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밖에 못 줄이는 겁니다.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를 줄인다고 해서 기후변화 문제가 해결되나요? 
​또 한 가지,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이렇게 한살림이 캠페인을 하면 5천만 명 모든 국민이 이 행동에 참여하는 건가요? 택도 없는 소리입니다. 

2020년 4월에 시작해서 2020년 12월 7일 현재 이 캠페인에 따라 실천을 약속한 사람은 겨우 5,377명입니다. 5,377명 / 50,000,000명=0.01%입니다. 이것을 다시 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에 곱하면, 서명을 한 약 5천 명의 사람들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인 것은 1.4%  ✕ 0.01% = 0.00014%밖에 안됩니다. 자, 그러니, 이 캠페인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한 겁니다.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저는 한살림을 엄청 좋아합니다. 2001년에 인생 첫 월급이라는 걸 받자마자 한살림 조합원에 가입을 해서, 벌써 20년째 한살림 조합원입니다. 저 기후변화 행동 약속 서명도 이미 했고, 저 서명을 하기 전부터 저 다섯 가지는 이미 평생 동안 실천하고 있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도, 이미 저런 행동들은 실천하고 있지 않나요? 그런데도, 왜 지난 수십년간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져만 가고 있을까요? 저는 지금 한살림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이런 식의 개인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캠페인으로는 기후변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올 한 해 광장신문에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내가 뭘 하면 되지?>라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 분들은 기후변화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뭐라도 해보려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한살림은 물론, 여러 환경단체들, 그리고 정부조차 이런 국민들의 열망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분들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전혀 못 주고 있거나, 틀린 답을 주고 있습니다. 예. 한살림의 저 캠페인은 한 마디로 틀린 답입니다. 

특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사용하는 각종 교과서에 나오는 환경 관련 이야기들을 보면 이렇게 틀린 답만 수두룩합니다. 아무리 실천해도 기후변화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는 그런 행동들을 기후변화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런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을 볼 때마다 저는 너무나 슬프고 화가 납니다. 그래서, 제가 답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궁금하신가요?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