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장용창 행정학 박사. (사)숙의민주주의 환경연구소장.

기후변화는 인간을 멸종시킬 만큼 심각한 문제인데, 왜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충분한 행동을 하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서 오늘은 하와이 인구 변동의 사례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지구도 섬처럼 하나의 닫힌 공간이기 때문에, 하와이라는 섬에서 이미 벌어졌던 사건으로부터 배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와이의 인구 변동 그래프 (빨간색과 파란색은 서로 다른 추정치임)
하와이의 인구 변동 그래프 (빨간색과 파란색은 서로 다른 추정치임)

이 그래프는 1780년 이후 2010년까지 하와이의 인구 변동을 보여줍니다.1 1780년에 약 30만 명이었던 인구는 140년이 지난 1920년에 24,000명으로 줄어듭니다. 기존 인구의 92%인 276,000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기존 인구를 정확히 추정하긴 힘들지만, 1780년의 인구가 약 70만 명이었다는 추정도 있습니다. 1780년의 인구가 70 만 명이었다면, 기존인구의 97%인 67만 명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인구가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는 데도 다시 약 90년이 걸렸습니다.

즉, 인구 감소의 원인이 발생하여 그 영향이 모두 나타날 때까지 약 140년이라는 긴 세월이 걸렸고, 인구가 다시 예전처럼 회복하는 데도 다시 90년(또는 130년)이나 걸린 겁니다.

이렇게 어떤 원인이 인구 변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간이 길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들은 그 인과 관계를 파악하는 것을 힘들어하게 됩니다.

하와이의 인구를 저렇게 거의 멸종까지 몰고 갔던 원인은 바로 병균이었습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위대한 탐험가로 배웠던 제임스 쿡 선장과 그의 선원들이 하와이에 홍역(measles)이라는 전염병을 퍼뜨렸던 것입니다.

홍역은 이미 기원후 180년경 로마 제국에서도 발병할 정도로 오래된 질병이었기 때문에, 유럽 사람들 중에는 항체를 가진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에 반해 항체를 가지지 못한 하와이 사람들은 그 병으로 인해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하와이 사람들은, 자신들을 멸종 직전까지 몰고 간 것이 홍역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하와이 사람들보다 똑똑할까요?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멸종으로 향해 가면서도 그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걸 모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 글을 읽기 전엔 그랬죠? 많은 사람이 그렇습니다. 이 멸종의 원인이 기후변화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람들은 변명을 댈 겁니다. 기후변화가 멸종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기후변화가 질병을 확산시키고 있고, 질병이 인간 멸종을 가져올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는 간접적인 원인이라고.

예.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난 수십 년간 인간들이 변명을 해왔기 때문에, 인간들은 기후변화를 알면서도 기후변화를 막을 행동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우리가 계속 그렇게 변명만 하고 있으면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한 멸종을 피하기 힘들 겁니다.

1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의 David Swanson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 2015년 기사에서 내용을 빌려옴.

https://www.npr.org/sections/codeswitch/2015/04/18/398578801/it-took-two-centuries-but-the-nativehawaii-ans-has-finally-bounced-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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