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절차에 따라 주민 의견 수렴 등 사업 추진 문제 없어 

8월 2일 늦은 7시. 

남정동 정수장 바로 아래 위치한 남정공원 게이트볼장에서 순천시 도시재생과에서 주최하는 주민설명회가 있었다. 이곳 남정공원에 세워질 미세먼지안심 어린이실내체육관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한 설명회였다. 입구에는 그동안 체육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과 시장에게 보내는 손편지, 반대 서명 등이 붙은 게시판이 눈길을 끌었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주민들은 체육관 반대 어깨띠를 두르고 있었고 일부 찬성하는 주민들과 고성이 오가는 언쟁도 있었다. 그 상황을 지켜보면서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한결같이 "당신 어디 사는 사람이냐?"는 질문을 한다.

설명회 장소인 게이트볼장에는 이벤트 업체에서 음향시설과 빔프로젝트가 설치되고 150여 개 의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자리가 곧 채워지고 설명회가 진행되었다. 마침 지역구 시의원인 시의장이 인사를 하고 도의원과  몇몇 시의원들이 소개되었다. 

그리고 본격적인 설명회가 시작되었다. 도시재생과장은 2020년 1월 사업발굴 TF회의부터 그해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도시재생사업 선정과 시의회의 공유재산 취득 동의 등 행정절차와 사업 진행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민원발생에 따른 진행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충분한 주민의견 수렴과정도 거쳤다고 하였다. 그 설명을 듣는 동안 비로소 시작전 입구에서 찬성하는 사람들에게 당신 어디사는 사람이냐는 질문이 이해 되었다. 행정동인 남제동 통반장님들과 주민자치위원들 그리고 바르게살기 단체라는 이야기도 나왔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행정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행정동의 장점을 살려 행정 편의적인 설명회를 한 것이다.

게이트볼장 입구에 남정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의 체육관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게이트볼장 입구에 남정공원지키기 시민대책위원회의 체육관 건립 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체육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과 시장에게 보내는 손편지, 반대 서명 등이 붙은 게시판이 눈길을 끌었다.
체육관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의견과 시장에게 보내는 손편지, 반대 서명 등이 붙은 게시판이 눈길을 끌었다.

일반시민들은 일상에서 법정동과 행정동을 선뜻 구별하지 않는다. 남정동은 법률에서 정한 법정동이고 행정 편의를 위해 설정한 행정구역은 남제동에 속한다. 즉 남제동은 남정동과 인제동의 법정동이 합쳐 행정동인 남제동인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다수 반대하는 주민들과 다르게 어깨띠를 두르지 않는 주민들은 행정동인 남제동 통반장님들인 듯하였다. 이웃동의 통장님들을 주민들이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순천시 도시재생과는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이제사 이해 당사자인 주민 대상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설득하려 하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듯 보였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 처음부터 오늘처럼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주민 의견을 청취하고 반영하는 행정을 펼쳤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한동안 순천시의 입장만 전달하는 설명회를 듣고 있던 주민들은 일방적인 설명회 대신 토론회를 주장하였다. 왜 반대하는지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한 것이다. 다시 설명회장은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과 의견이 충돌했다. 뒷자리에 앉은 주민은 순천시가 주민들을 대립시키고 분열하게 한다고 분개하였다. 

체육관 건립 반대 주민들은 시의 일방적인 설명회 대신 반대 이유와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했다. 다시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 주민이 충돌했다.
체육관 건립 반대 주민들은 시의 일방적인 설명회 대신 반대 이유와 의견을 전달하고 싶어했다. 다시 일부 찬성하는 사람들과 반대 주민이 충돌했다.

그동안 순천시는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참여를 강점으로 내세웠는데 남정동은 예외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재생 인정사업인 미세먼지안심 어린이실내체육관은 국비 33억에 시비 22억을 보태서 도시재생사업 지역에 세워져야 한다. 순천시는 장천, 저전, 매곡, 향동을 비롯하여 남제동 일부가 사업지구로 선정되었기에 입지 선정에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처음부터 이용 대상이 많은 지역선정은 할 수조차 없었다. 마침 이곳에 순천시 소유 토지인 남정공원이 있었다. 어린이체육관이 미취학 영유아가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접근성과 이용 편의는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던 것이다. 시설을 이용할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자체 차량을 이용하기에 이에 따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설명회장을 나와서 체육관이 들어설 공원을 둘러보았다.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산책이나 걷기 등 운동을 하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숲을 깎아 만든 지역에 들어선 아파트 광고에 숲세권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였다. 지독히 이율배반적이지만, 도시숲은 우리 삶에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하기에 남산 아래 남정공원은 규모는 작아도 많은 사람들이 애정을 보일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어린이체육관 건립 예정 부지인 남정공원 잔디밭
어린이체육관 건립 예정 부지인 남정공원 잔디밭

미세먼지 없는 어린이실내체육관도 좋지만, 공원 역시 미래세대를 위한 소중한 자산임과 동시에 주민의 삶의 질 차원에서도 중요한 시설이라는 인식을 행정이 먼저 해야 했었다. 남정동 주민들의 체육관 건립 반대는 우리 동네에는 안 된다는 님비현상이 아니고 반대만을 위한 반대도 아니다. 이유 있는 주장이다.

순천시는 주민들 의견을 새겨들어야 한다. 그래야 도시재생사업이 사업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본디 목적에 맞게 성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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