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오전 사무실에 남정동공원에 어린이체육관이 들어선다는 제보 전화가 왔다. 관련 기사를 쓴 지 한 달 열흘만이다. 전화 건 이는 이 사업을 최근에야 알았고, A4 5장이 넘는 글로 시청에 민원을 넣었단다. 그 글에는 남정동공원의 소중함이 구구절절 적혀 있었다. 5월 취재했던 반투위 어르신들 말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정현대아파트 소장님께 어떻게 된 일인지 여쭸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시가 주민 설명회와 반투위 면담을 여러 차례 진행하면서 더 이상 반대명분이 없어진 반투위가 해체하게 됐다는 거다. 투쟁에서 얻은 것은 어린이체육관 뒤쪽을 주민이 원하는 모습으로 꾸며주겠다는 시청의 답을 들은 것이라 하셨다.  “그래도 체육관이 안 들어섰으면 좋겠는 거죠?”라고 여쭈니 “안 들어오면 좋지만”이라시면서 하시는 이야기가, “다수 주민이 반대하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냐니까 (도시재생과) 과장님이 ‘취소할 수 있다. 국비를 반납하면 된다’ 딱 그러시더라고. 반투위가 (시가) 국비를 반납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갖고 있어요. 또 우리나라 최초 어린이체육관, 우리나라 첫 번째더라고요”. 어안이 벙벙해졌다.

‘국비 33억’ ‘국내 최초’를 반대하는 일은 정말 몰염치한가? 왜 주민들은 그렇게 생각했을까?

도시재생과에 전화를 걸어 “대한민국 생태수도” “도시가 아닌 정원” 순천에서 공원을 없애고 체육관을 짓는 당위성을 물었다. ‘어린이들이 미세먼지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전용 공간’이라는 대답에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는 고려했는지, 아이들을 건물에 가둬서 미세먼지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발상이 얼마나 근시안적인 생각인지 따졌다. 대체 왜 어린이 인구가 적고 교통이 불편한 남정동에, 주민이 애용하는 공원에 어린이체육관을 지어야 하는가? 정수장이 있을 만큼 깨끗한 남정동에 세대 융합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는 답변이 내게 납득될 리 없다.

“원도심 활성화 사업이기 때문에 원도심 내에서만 할 수 있다. 토지 매입이 끝난 상황에서만 사업 공모가 가능했고, 가성비를 따져 시 소유지에 사업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라는 현실적 답변을 들으니 차라리 차분해졌다.

해당 사업은 민원으로 인해 현재 실시설계가 중지된 상태다. 도시재생과는 “올해 착공할 계획이 아니므로 반대 주민을 설득하고 의견을 조율하려 노력 중이다. 도시재생 사업은 주민과 소통하면서 도시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사람 민원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많은 도시재생사업이 지역의 주거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했다. 주민공방, 벽화, 전망대 등 천편일률적이고 효용 없는 시설물들만 늘어났다. 만약 어린이체육관이 건립되면 주민이 ‘도시재생’을 체감할 수 있을까?

남정동공원에 어린이체육관이 건립되면 주민이 ‘도시재생’을 체감할 수 있을까? ⓒ순천광장신문
남정동공원에 어린이체육관이 건립되면 주민이 ‘도시재생’을 체감할 수 있을까? ⓒ순천광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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