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부재가 불러온 투쟁

지난 18일 남정동체육공원어린이체육관신축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가 남제동 행정복지센터를 항의 방문했다.

남정동체육공원어린이체육관신축반대투쟁위원회가 남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남정동체육공원어린이체육관신축반대투쟁위원회가 남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항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남정동 주민들이 결성한 반투위는 이날 오후 남제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남제동장이 관변단체를 동원하고 일부 주민들과 접촉하여 여론을 호도하고 주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한다’라는 내용의 항의문을 낭독했다. 이후 행정복지센터에서 반투위와 김태옥 남제동장, 정수진 총무팀장의 면담이 진행됐으나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황선호 반투위 위원장은 “남제동 주민 286명이 반대 서명하여 시에 제출했고 주민 공청회를 요청하여 답변을 기다리는 시점에 바르게살기위원회와 주민자치회에서 찬성 현수막을 걸었다. 두 단체는 관변단체로서 시에서 예산을 지원받기 때문에 현수막 게시 관련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잘못된 (체육관 설립 위치) 정보를 알려 여론을 왜곡하고 주민 분열을 조장하는 배후 세력이 동장님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라며,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고 시청에 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동장은 “두 단체가 건 현수막은 각 단체의 의지다. 내가 왜 사주를 하나”라고 답하며, “(반투위) 주민들은 당초 어린이 체육관 설립 위치를 체육공원 주변 게이트볼장 뒤편으로 알고 있었다. 왜 이런 소문이 났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남정동공원에 걸린 두 현수막. 반투위는 현수막을 걸 당시 어린이체육관이 아니라 청소년체육관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순천광장신문
남정동공원에 걸린 두 현수막. 반투위는 현수막을 걸 당시 어린이체육관이 아니라 청소년체육관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순천광장신문

이기숙 남정현대아파트 관리소장은 “주민 민원을 해결하려 노력해야 할 행정복지센터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무임책하다. 책임 면피에만 급급하다”라고 비판했다.

반투위가 반대하는 '미세먼지어린이안심플레이그라운드조성사업'은 지난 2020년 국토교통부 공모로 선정된 도시재생 인정사업이다. 어린이들이 미세먼지 걱정 없이 뛰어놀 수 있는 전용 공간을 조성하여 제일대, 청암대 등 주변 교육시설과 연계하고, 유동인구 집객 시설을 조성하여 지역 활성화 도모, 영유아를 위한 체육 프로그램과 주민공동체 육성 프로그램을 연계해 세대 융합 공간으로 이용하려는 계획이다. 소요 예산은 55억 원(국비 33억 원, 시비 22억 원)이다.

미세먼지어린이안심플레이그라운드조성사업 위치도 (출처=순천시2022주요업무실행계획)
미세먼지어린이안심플레이그라운드조성사업 위치도 (출처=순천시2022주요업무실행계획)
어린이전용체육관 설립 예정 잔디밭 ⓒ순천광장신문
어린이전용체육관 설립 예정지인 남정동공원 잔디밭 ⓒ순천광장신문

반투위는 지난 10일 순천 시청에 시장 면담과 주민 공청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남정동공원 어린이체육관 신축 반대 탄원서와 반대 주민 286명 서명 날인 연명부를 함께 제출했다. 탄원서에는 ▲남정동공원은 인근 주민 특히 노년층의 휴식과 위안의 장소 ▲체육관 신축 시 공원 기능 침해 ▲경관 파괴 ▲주차 공간 부족 교통 혼잡 등 주민 피해 가중 등 부당성을 제기하고, 체육관 신축 부지를 다른 곳으로 옮겨 주기를 탄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 11일에는 남정현대아파트 경로당에 반투위, 시청, 남제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가 모여 대담회를 가졌다.

한 반투위 위원은 “남제동 인구 30.63%가 65세 이상이다. 순천시 전체 3~7세 어린이 중 남제동에 사는 어린이는 1.283%에 불과하다. 남제동에 어린이체육관 설립은 선택적 복지에도 어긋날뿐더러 주변에 도로, 주차장 등도 여의치않아 보편적 복지에도 맞지 않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다른 위원은 “노인들 산책로를 없애버리려고 한다”라고 하소연했다.

남제동 주민자지회에서 건 현수막 (제공=제보자)
남제동 주민자지회에서 건 현수막 (제공=제보자)

류인상 남제동 주민자치회장은 “사업 선정 전 설명회 때 공원 뒷집 세 채를 매입해서 체육관을 짓는다고 들었다”라고 말해 정확한 설립 위치를 몰랐음을 확인했다. “반투위 현수막을 보고 주민 전체가 반대하는 것은 아님을 알리기 위해 바르게살기위원회와 함께 환영 현수막을 걸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투위가 동사무소에 항의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사무소에 부담 주기는 싫어서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했다”라고 전하며 “반대하는 주민과 곧 같이 이야기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봉희 남제동 바르게살기위원장은 “전 동장님 재임 시절 답사를 해가면서 계획한 사업이다. 우리 동에 국비 33억 원짜리 사업이 이뤄지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고 말하며 “정확한 설립 위치는 잘 모르고,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도 아직 듣지 못했다. 수일 내로 대화를 해 볼 의향”이라고 밝혔다.

사업 주관과인 도시재생과 담당 주무관은 “2020년 12월에 선정된 사업이다. 사업 신청 당시부터 지금까지 체육관 설립 자리가 변경된 적은 없다. 어디에서 와전됐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공모 신청 전 통장과 주민자치위원 대상으로 주민 설명회를 4회 실시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토지보상매입에 3억 원이 소요됐고, 현재 설계 공모안까지 나온 상태”라고 진행 상황을 알렸다. 또한 “이 사업을 전혀 모르시는 주민이 많아서 주민 설명회를 할 계획이다. 국고보조금이 내려온 상태여서 사업계획상의 위치를 변경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어렵고, 대다수 주민이 반대한다면 사업을 취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 한 분이 남정동공원에서 지팡이를 짚고 산책을 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주민 한 분이 남정동공원에서 지팡이를 짚고 산책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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