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일까 벽일까? 

순천시 도시재생사업의 시작은 골목길 천막 토론과 주민공모사업 관련분야 전문가 초청 토론 등에 주민참여가 핵심이었다. 이러한 사례는 전국적인 표준 모델로 알려졌었다. 이러한 주민참여를 기반으로 정부 공모사업에 선제 대응하여 사업이 선정된 성과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남정동 남정공원에 들어설 “미세먼지 안심 어린이 실내체육관”은, 지난 4일 휴가 중인 노관규 시장이 거론할 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지금까지 순천시 도시재생사업 추진 과정과 사뭇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사업 추진과정에서 실질적인 주민 참여가 부족하였고, 충분한 설명이 없었으며, 주민 동의를 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어린이안심플레이그라운드조성사업 위치도 (출처=순천시2022주요업무실행계획)
미세먼지 안심 어린이 실내체육관 조성 사업 위치도

‘미세먼지 안심 어린이 실내체육관’은 연면적 1,475㎡이며 1층은 410㎡, 2층 1,065㎡의 필로티 구조물이다. 단순히 면적으로만 따지면 현 남정공원과 시가 추가로 구입한 토지를 포함한 면적 전체(280번지 외 10필지)의 8,608㎡의 약 12%를 차지하지만, 주차장과 기존 게이트볼장을 제외하면 실제 공원은 절반 이상 축소된 형태로 현재 남정공원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주민들은 예상하고 반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노관규 순천시장이 지난 4일 휴가 중에 올린 SNS 게시물이 논란이다. 

해당 게시물은 "이번에 새로 당선된 시의원들도 편이 갈려 찬반에 가담하는 등 해묵은 갈등이 다시 시작되었다는 휴가 중 보고"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이 게시물에 따르면, 전임 시장 당시 시민들 갈등이 있었으나 원만하게 봉합되었는데 한두 사람이 민원을 제기함에 따라 절차를 승인하고 동의했던 의원들이 갑자기 반대편에 가세하여 난감하다고 실무자들이 보고하였다는 것이다. 

위 내용이 사실이라면 순천시 도시재생 담당 실무자는 거짓 보고를 하였거나, 상황 판단을 잘못하였을 거라고 여겨진다. 최소한 주민 의견을 청취하거나 공감하는 능력은 없어 보인다.

순천시 도시재생과는 지난 2일 남정동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였으며 참석한 주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을 목격하였기 때문이다. 처음 체육관 건립에 동의하였던 주민들은 건립 위치가 정수장이나 바로 그 아래라고 통장이 설명하여 동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잘못된 위치를 고지하였다면 충분히 동의를 철회할 만하다.

한편, 그날 설명회에 참석한 정병회 순천시의회 의장은 시작 전 인사말을 통해 선거기간 동안 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날마다 만났으며 많은 주민이 체육관 건립을 반대하였다고 하였다. 설마 주민들이 담당 공무원에게는 찬성한다 하고 시의원 후보에게는 반대한다 하였을까?

도시재생과는 지난 2일 남정동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였으며, 참석한 주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을 목격했다.
도시재생과는 지난 2일 남정동 주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였으며, 참석한 주민들 대다수가 반대하는 입장을 목격했다.

순천시장은 시의원 누가 찬성하고 반대하는지 따지거나, “정원박람회를 하면 순천 망한다고 말도 안 된 논리로 시민을 편가르기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다”는 세력을 떠올리기보다 휴가가 끝나면 주민을 직접 만나 민심을 청취하기를 권한다. 시장 스스로 “지난 십여 년 야인 생활을 하면서 시민들이 얼마나 냉정하게 정치인을 바라보고 있고 얼마나 무섭게 회초리를 드시는지 뼈저리게 체험한 사람이다”라고 휴가 중 SNS에 고백까지 하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남정공원은 노관규 시장이 재임하던(2009년) 당시 적잖은 예산이 투입되어 조성된 주민공동이용시설이다. 커뮤니티공간 역할까지 하며 주민 이용도와 만족도가 높다. 33억 국비 받아오고 22억 시비 보태서 주민들의 공원을 망치지 않았으면 하는 시민들도 있다는 사실을 현장에서 확인해주면 좋겠다.

그래도 행정이 옳다면, 주민 우려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 노관규 시장의 시정 수행 능력으로 평가받을 것이다. 지지자들의 '좋아요'에 만족하지 말고 벽을 느끼는 시민들을 만나야 한다.

저작권자 © 순천광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