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획대담 여덟 번째로 사단법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최정원 이사장, 건축공학 박사인 우승완 박사와 순천의 도시계획에 대해서 대담을 나누었다.

본지는 지난달 26일 순천YMCA에서 최정원 사단법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과 우승완 건축공학 박사를 초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순천광장신문
본지는 지난달 26일 순천YMCA에서 최정원 사단법인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과 우승완 건축공학 박사를 초대해 대담을 진행했다. ⓒ순천광장신문

■ 살기 좋은 도시를 계획하기 위해서는 먼저 도시 본질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도농 복합도시인 순천시의 도시계획이 체계적으로 추진된다고 보시는지?

우승완 순천시가 꾸준하게 다양한 각도에서 도시 정책을 해 온 건 사실인데 종합계획이 필요하다.
최정원 순천의 도시 기본 계획은 현재 2030이다. 2030 도시 기본 계획은 도시의 외연적 확산을 방지하고 압축도시를 지향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우승완  2030 도시계획은 압축 도시를 기본 정책으로, 보존 축을 설정하고 성장한계선 내에서 토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시했다. 그래서 도시 관리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외연으로 무분별 확장을 방지하려는 정책 기조가 있었다. 도시 내부 환상 공원 보존축이라고 해서 봉화산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이 동천이다. 그런데 서면 IC 나갈 때까지 봉화산을 둘러싸고 동천 양쪽으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 지금 우리가 압축도시의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지 않나? 앞으로 다음 도시계획을 세울 때,  전문가와 주민이 각각  어떻게 의견을 내고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을지?

우승완  최근 한 10여 년 사이에 주민 참여 제도가 많이 정착됐다. 특히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서 주민 참여가 많이 활성화됐다. 물론 주민 참여도 문제점이 없는 건 아니다. 그래도 제도를 방관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지금 주민 참여 제도 자체는 서로 이용을 하는 측면이 있다. 기득권을 좀더 누리기 위해서 주민 참여 제도를 이용하는 사람도 있고, 행정도 사업 성과를 내기 위해서 주민 참여를 이용하는 부분이 있다. 과도기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보고, 좀더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최정원  모든 행정은 도시계획 기본 아래 이루어지는 것이 많다. 근데 도시계획의 기본은 인구, 다시 말하면 사람 정치다. 인구 기준으로 도시의 성장 틀을 잡아가는 건데, 전문가 영역인 개발영역, 보존영역은 일반인이 참여하기 힘들다. 주민 참여의 형식이 바로 위원회 제도인데 이 위원회 안에 전문가와 시민단체, 주민 등이 어울려서 25명의 심의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가운데 7명이 도시개발 심의위원으로 압축해서 논의하는 구조다.
한편 현장 조사가 용역으로 이루어져 담당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순천시장의 정책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로 위원회 추천 제도를 좀 변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의 추천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친행정 인사 위주로 구성되면 심의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 순천도 지금 도심 공간을 압축적으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너무 무분별하게 개발을 한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자연녹지도 많이 훼손되었다.

최정원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순천광장신문
최정원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 이사장 ⓒ순천광장신문

순천은 도시 테마가 정해져 있다. 생태 환경, 교육, 주거 환경이다. 역대 시장들이 다소 소홀했던 부분이 문화예술을 포함한 역사 공간들이다. 예향의 도시에 어울리는 문화예술 콘텐츠가 부족하다. 
보존영역과 개발영역으로 구분하면 생태나 교육, 문화예술 분야는 가능하면 보존영역이고 주거 환경 공간은 개발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경관 제한과 층수 제한을 하다 보니 규제가 너무 심하다. 도시 계획상의 용적률이 200%이지만 18층 이하로 제한되고 있다.
이런 규제 때문에 지금 순천의 상업 지구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도시 계획의 기본은 근린 생활 구역과 상업 지구의 조화다. 상업지 중심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주거공간이 마련되어야한다. 즉 ‘도시의 외연 확장을 방지하고 압축도시를 지향한다’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도시가 세분화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
우승완  도시가 외연적으로 무분별하게 커지면 도시 관리 비용도 당연히 많이 들 수밖에 없다. 대안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 30년도 계획인구 34만 3천명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데 효율적인 인구증가 정책은 무엇일까?

최정원  공가 주택 문제와 관련해서 순천시에 좋은 정책이 있다. 가구당 2천 5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빈집 리모델링 사업이다. 시골 빈집도 리모델링해서 농촌체험시설이나 민박으로 이용하거나, 귀농귀촌 정착민들에게 임대하는 등으로 활용하면 좋을 듯 싶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순천은 주거공간으로서 선호되는 도시로 이런 복지 차원의 접근은 긍정적이다.
우승완  또 하나 인구 유입 요인이 교육이다. 과거에는 순천 자체의 도시의 중심성이 있었다. 소위 전남 동부 6군의 중심으로 그 하나가 교육이었다. 그러나 광양도 꾸준하게 교육에 투자를 해왔고 여수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수한 고교생들이 순천 지역으로 빠져나오지 않도록 꾸준하게 관리해오면서 이미 판세가 바뀌었다고 본다. 인구가 늘어날 수 있는 요인 하나가 없어진 셈이다.
■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도시 정책에 최근 새로운 경향이 있다는데?

우승완 대부분의 도시 정책들이 도시 규 모나 인구를 기준으로 하는 것은 인구 가 숫자로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 다. 주택보급률도 단순 공급 세대 수로 따질 게 아니라 생활패턴이나 추세가 반영되어야 된다.

우승완 건축공학 박사 ⓒ순천광장신문
우승완 건축공학 박사 ⓒ순천광장신문

최정원  인구를 인위적으로 유입하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가만히 놔둬도 와서 살고자 하는 쪽으로 만들면 된다. 순천은 그 점에서 다른 지자체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 아파트 분양 추세를 보면 순천 외부에 거주하는 사람의 비율이 한 30% 된다. 순천 아파트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와 순천의 교육 인프라에 대한 기대치 때문이다.
또 순천은 소비가 상당히 활성화된 도시다. 여수나 광양이 생산 도시라면 순천은 좋은 주거지로 유일하게 경기를 타지 않는 지역으로 유명했다. 순천의 상업지 7, 8개가 지금 활성화 되어 있지 않은 상태지만 다른 지역보다는 소비 구조가 잘 되어 있다. 교통인프라가 잘 갖춰진 것도 한몫한다.
최근 일부 건설업자들의 배를 불리는 쪽으로 진행되는 도시개발이 문제다. 일부에서 순천이 지금 포화 상태가 아니냐 하지만 당분간은 신축 아파트가 들어오면 다른 지역보다는 선호도가 훨씬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주택 정책이 세대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행되면서 공급에만 집중되고 있다. 지어놓기만 하면 팔리니까 무분별하게 인허가에만 신경 쓴다. 주변 마을이나 기존 문화, 교통에 신경을 안 쓰는 거다.
우승완  순천이 급격하게 변함으로 인해 기존의 기준이 적절한지 보완이 필요한지는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최정원  순천을 선호하는 이유가 바로 생태다. 순천은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다음은 광역 병원이다. 전남권에서 응급을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광주에만 집중되어있다. 순천에서는 1시간이면 광주에 가는데 다른 지역은 시간이 지체돼서 골든타임을 놓치기도 한다.
생태를 자연생태로만 보는 게 아니고 사람의 생태로 봐야 한다. 30% 이상 외지 사람이 순천을 주거 공간으로 선호하는 이유는 어떤 하나가 쇠퇴하면 다른 하나가 생겨나서 강점이 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조금만 정비를 하면 선호도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면 인구는 자동으로 들어올 것이다.
지금은 공급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5년에서 10년은 의무적으로 임대아파트로 지어라’ 이런 것도 좋다. 5년에서 10년 정도는 임대로 돌렸다가 서민들이 분양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순천시도 재개발·재건축을 생각할 시점이 왔다. 25년, 30년이 넘은 아파트가 많다. 과거 C지구나 A지구도 재개발 대상이다. 연향뜰이나 오천지구처럼 공영개발로 진행해야 한다.

우승완  특히 북부시장 쪽에서 동천 사이(A지구)와 순천고등학교 건너편 대로변(C지구)은 블록 자체가 소규모여서 개발하거나 조정을 위해 소규모 주택 정비 사업 등과 같은 제도들을 적극 활용하면 괜찮을 것이다.
최정원 그 경우는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빈집을 사들여서 공원도 만들고 도로도 넓히고 소방도로도 넓히니까. 예부터 순천은 교육과 문화의 도시로, 자연 부락으로 봤을 때 학교들의 배치구조가 굉장히 잘 돼 있었다. 그런데 아파트가 생기면서 예전 구조가 깨지고 기존 학교들의 기능이 전혀 다르게 변화했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 ⓒ순천광장신문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 ⓒ순천광장신문

■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일몰제를 시행함으로써 공원 지역으로 지정된 녹지가 대부분 해제되어서 개발로 인한 녹지 공간이 축소될 전망이다. 해제된 녹지 공간을 관리할 방안은?

 

우승완  해제된 녹지 공간은 법적인 문제가 있어서, 근본적으로는 이 법이 시행이 되면서 그때부터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최정원 일몰제가 풀리기 전에 내부 지침을 만들어서 개발 지침을 공표를 했다면 난립되는 부분이 없었을 것이다. 순천시가 앞장서서 거기에 예산 투입해서 공원 겸 주차장을 만들었다. 그게 바로 죽도봉 밑이다. 그래놓고 무슨 녹지 공간이 없다고 하는지.
■ 순천의 교통체계에 대해서 말씀해 달라. 
최정원 순천시는 신호등 연동 체계가 굉장히 잘 되어 있다. 보완하자면 화물 차고지를 확보해서 대로변이나 아파트 주변에 화물차를 주차하지 않게 해야 한다. 이것이 교통 체증에 상당한 영향을 주고 있다. 오천지구 가면 양쪽 차선을 주차 차량이 잡아먹고 있어서 소방차는 못 간다. 이런 시민의식의 문제지, 주차장과 교통난은 어느 지자체보다도 순천시가 원활한 편이고 잘 되어 있는 편이다.
■ 기후변화에 따른 집중 호우에 대한 대비책도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최정원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던 부분이다. 순천은 도심 침수를 예방하는 큰 틀이 2개다. 하나가 우수저류시설, 하나가 배수펌프장이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서 잘 돼 있는 편이다. 순천만과 해룡에는 배수펌프장이 있다. 다만 별량면 원창뜰 앞에 저류시설이 추가되어야 한다. 현재 제방이나 비 피해로 인한 것들은 대체로 잘 돼 있는 편이다.
우승완  동천도 저류지가 있어서 크게 문제는 없지만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에 하천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물론 동천 정비와 환경보호가 상충되는 부분도 있다.
동천 하상 정비 사업이 그런 경우다. 하상 정비를 하지 않으면 하천이 강물을 가둘 수 있는 체적 자체가 줄어든다. 예전에는 직강 공사를 안 해서 강이 구불구불해서 하천이 강물을 많이 담을 수가 있었다. 지금은 직강 공사를 다 해서 물이 한꺼번에 오면 집중 되면서 그걸 가지고 있을 체적이 부족하다.
그래서 저류지도 만들고 한다. 자연환경 보호도 중요하지만, 자연환경 보호와 안전의 우선 순위에 관해 하천 관리 관계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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