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순천시 문화와 문화 행정을 돌아보기 위해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는 30여 년 순천시에서 공무원으로 일했던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지난달 25일)과 지역에서 문화 기반 활동을 하고 있는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지난달 6일)를 각각 초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

"예술의전당 같은 시설에 집착하지 말고 콘텐츠 강화해야"

"문화재단, 활성화 돼 순천시 문화정책 컨트롤타워 역할해야"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 ⓒ순천광장신문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 ⓒ순천광장신문

■ 전 문화관광국장으로서 시 문화정책에 관해 어떻게 평가하나?

당면 현안 업무가 80~90%로, 현안 업무에 치중돼 시에 맞는 특색 있는 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인사가 너무 잦다. 문화예술과, 관광과, 문화예술회관 등 문화관광예술분야에서 순환근무를 하거나 과감히 전문가를 영입해 몇 년 동안 근무하는 등 전문직화 할 수 있는 인사정책도 필요하다. 예산을 편성하고 피드백이 돼야 하는데 국장이든 과장이든 그럴 시간적 여유가 없다.

■ 지역정서와 공동체성을 갖는 축제는 생활문화의 꽃이라고 생각된다.

순천시는 규모가 큰 축제 몇 개와 읍·면·동 단위 소규모 지역축제가 있다. 축제 의 규모가 크고 예산이 많이 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관 주도, 민 주도 각각 장단점이 있다. 관이 주도하는 축제는 투명성이 확실하다. 민이 주도하는 축제는 시민이 합심해 축제를 이끌어 예산 대비 훌륭한 성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시들해지면 보조금 문제가 발생한다. 관이 예산을 집행하고 민이 아이디어를 내는 등 민관이 협력해 나가는 체제가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 내년 문화재단 예산이 20억 원 증액될 예정이다. 문화재단의 성격에 합당한 역할과 사업내용은?

현재와 같은 문화재단만으로는 출범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건의한 적 있다. 문화예술과 업무가 방대하고, 문화재단이 전문성도 있으니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걸 기대했다. 그 역할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예술회관, 문학관, 박물관 등도 그럴 뿐 아니라 도시재생과에서 시행한 부읍성도 전문성이 필요하다. 단순히 시설 관리가 아닌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됐으면 하는 기대는 있다. 다른 지역은 문화재단이 문화예술회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 행정과 문화 경영을 하는 사람이 운영하면서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는 게 맞다. 현재는 문화예술과 업무를 나눠 갖는 정도라 바람에 는 못 미친다.

■ 시 문화정책으로 혜택을 받는 사람 이 존재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 자체가 적다. 그래도 문화재단이 출범하면서 문화 혜택 으로부터 소외되는 사례가 줄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내년 예산을 편성 후, 의회에 승인을 받아 개인이나 단체에게 집행하는 구조였다. 목소리 큰 사람이 예산을 많이 가져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내년도 문화예술인 지원 사업 예 산으로 일정 금액을 편성해서 문화재단에 출연하면 재단에서 공모를 통해 선 정한다. 많이 투명해지고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그 도시의 경제규모라고 본다. 순천은 더 열악하다. 여수나 광양은 기업이 메세나(Mecenat, 기업이 문화예술활동에 자금이나 시설을 지원하는 활동) 운동을 하지만, 순천은 기업의 역할을 시에서 할 수 밖에 없다. 예산을 대폭 증액할 필요가 있다.

■ 시 문화 관련 행사에 장벽이 너무 높다는 말이 있다.

두 가지 시각에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장벽이 높다는 말은 내 수준이 낮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공무원들이 지역 문화예술 리스트를 파악해 적재적소에 분할해서 발주하면 된다. 순천문화예술회관 관장 시절, 오페라, 창작뮤지컬, 발레 등 여러 가지 작품을 제작하고 공연했다. 장기 근무하면서 자꾸 발전시킨 결과다. 가장 처음 제작 공연했던 오페라 춘희는 지역의 음악인, 무용협회 회원, 시립극단과 시립합창단 등 지역예술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성공적으로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렇듯 지역예술인이 한 곳에 모여 힘을 모으면 승산이 있다. 문화재단이 전면에 나서서 이 역할을 해야 한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왼쪽)가 지난달 25일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을 초청해 순천시 문화와 문화행정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왼쪽)가 지난달 25일 문용휴 전 순천시 문화관광국장을 초청해 순천시 문화와 문화행정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 한중일 평화공원 같은 설익은 사업이 눈에 띈다.

당시 성급하게 동상을 세우지 말자고 반대했지만, 국장으로서 사인을 하지 않 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임시장때에 역사 평화공원을 만들자고 중국과 협의 가 됐다. 세부계획이 없는데 등자룡 동상이 먼저 와 버렸다. 동상 세울 부지를 물색해야 하는데 부지 협의가 상당기간 지연돼 관련 단체를 비롯해 동상을 방 치하고 있다는 민원이 상당했고, 성급하게 추진된 부분이 있다. 아무리 급해도 시민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일은 진행해선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아울러 평화공원 사업의 취지는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단순히 평화공원 문제뿐 아니라 왜성 복원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 것인지를 포함해서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

■ 생활문화를 진흥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책은?

지금까지는 전업 예술인 위주로 지원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전업예술인뿐 아니라 시민의 문화 활동도 지원할 필요성이 크다. 생활문화를 지원하는 것도 전업예술인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수요조사를 통해 연습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파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색소폰, 꽹과리 등 악기를 배우고 싶어도 연습할 공간이 없는 경우가 있다. 각 동사무소나 문화재단에서 흡음시설이 있는 연습공간을 운영, 대관하고 있지만 부족하다. 수를 늘려야 한다. 또, 아마추어가 생활 예술, 문화를 향유하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배우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발표할 기회를 줘야 한다. 시에서 예산을 들여 동아리 신청을 하면 대관료를 감액하거나 무료로 하는 등 인센티브를 주면 활성화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청소년 오케스트라 해체한 이유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2013년에 만들어졌다.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성인 오케스트라가 먼저 만들어져야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육성이 가능하다.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예산이 초기에는 연간 1억 원 남짓이었으나 5억 원 내외로 늘어났다. 서울, 부산 등 전국의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1억 내지 2억 원 예산이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5억 원이 많냐고 항변할 수도 있지만 그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특히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다. 대표적인 게 지휘자와 강사 문제다. 지휘자 1명, 지휘자가 추천해서 온 강사가 12명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객지 사람이었다. 강사가 주말마다 1박 2일 일정으로 단원을 지도하는데, 강사료가 한 달에 120만 원이었다. 이 정도 예산이면 성인 챔버 오케스트라를 운영할 수 있는 예산이다.

■ 차기 시장에게 하고 싶은 조언은?

첫 번째로, 시설에 집착하지 말고 콘텐츠를 강화했으면 한다. 전임 시장이 공약사항으로 예술의전당을 짓겠다고 했다. 유럽의 여러 문화공간과 비교했을 때, 순천문화예술회관은 훌륭한 문화공간이지만, 활용이 잘되지 않고 있다. 유럽 문화시설은 1800년도에 지어서 노후화 돼 있다. 그래도 좋은 공연을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모두 시설 타령만 한다. 새로운 문화예술 건물을 지으려면, 1,000억 원이 들어간다. 20~30억 원만 문화예술회관에 투자하면, 좋은 공연과 전시를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문화재단이 활성화 돼 순천시 문화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으 면 한다. 인재를 영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각종 시설 운영 등을 도맡아, 시민이 믿고 따를 수 있는 문화재단이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관련 부서 공무원의 장기 근속을 통해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

"공무원, 순천에서 문화사업 파악할 수 있을 문화 소양 있어야"

"과정 중심 평가로 중장기 발전, 관심 있는 시민 참여 계기 마련돼야"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 ⓒ순천광장신문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 ⓒ순천광장신문

■ 5년 전에 책방 ‘심다’를 시작했다. 책방을 연 계기나 배경은?

2016년에 책방 ‘심다’를 열었다. 책방을 열기 전에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예술 분야 사진 강사로 활동했다.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순천에서 살며, 집에서 주로 사진과 관련한 일을 했다. 그런데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생활과 일이 구분이 없어졌다. 집과 작업 공간을 나누기 위해 2015년에 작업실을 만들었다. 하지만 작업실 공간을 우리만 쓰는 게 아까워, 다른 사람과 재미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전국에 작은 서점이 생기기 시작할 때였다. 사진 전시뿐 아니라 책과 접목시킬 생각에 서점을 시작했다.

■ ‘심다’에서 기획하고 실행한 프로 그램은?

순천에는 ‘있으면 좋겠다’는 프로그램이 많이 없었다.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기초문화강좌뿐이었다. 그래서 책방에서 청년들이 원하는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하고자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우쿨렐레 수업, 책 만들기, 북 바인딩 수업, 그림 그리기, 북 콘서트, 저자와의 만남 등을 기획해 진행했다. 수제 맥주도 만들고,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배우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했다. 홍보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SNS를 통해서 했다.

■ 독립출판도 하나?

2010년 전후로 사람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경계가 모호해졌는데 당시만 해도 개인이 책을 만드는 건 쉽게 접할 수 없었다. 독립출판은 사람들과 같이 배우고 만들고 싶어서 시작했다. 2016년에 순천에서 처음으로 독립출판을 소개했을 땐 많이 생소해 했다. ‘이런 것도 책인가?’ 하며 의아해 하기도 했다. 독립출판을 알리기 위해 2018년부터 독립출판 씨앗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40~50권 정도 출판물을 냈다. 책방에 있는 책 가운데는 독립출판물도 많다. 이제는 ‘1인 1책 쓰기’ 도서관 정책도 생겼다. 전 세대를 아울러 자신의 책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 참여하고 출판을 문의하는 사람도 많다.

■ 책방에 북 콘서트도 여나?

취미로 우쿨렐레를 연주하는데, 혼자 하기보다 다른 사람과 하면 재밌으니 책방에서 사람을 모아 시작했다. 그러다가 노래하는 모임도 생겼다. 어쩌다 밴드가 되었고, 몇 명의 공연이 있었다. 북 콘서트도 한다. 다만 내가 이끄는 그룹이 하는 건 아니다. 책과 관련한 뮤지션들과 함께 진행한다. 가수 요조 씨, 이내 씨, 권나무 씨 등 오기도 했다.

■ 경제적으로 어려울 땐?

재정적으로 어렵다. 아이가 태어난 해에는 정기적으로 출근을 하는 회사를 다니기도 했다. 현재 출판사를 같이 하며, 독립출판 문의 등이 들어오면 제작, 판매,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낸다. 순천은 서점을 운영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도서관 등에 책을 납품할 때도 순천에 있는 서점이 돌아가면서 납품할 수 있도록 순번을 정해주기도 한다. 그런데 페이퍼 컴퍼니가 생겨 시에서 서점인증제를 시작했다. 서점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기준을 정해, 거기서 인증된 약 20곳의 서점만 납품을 할 수 있다.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왼쪽)가 지난달 6일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를 초청해 순천시 문화와 문화행정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정경호 순천언론협동조합 상임이사(왼쪽)가 지난달 6일 홍승용 책방 '심다' 대표를 초청해 순천시 문화와 문화행정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순천광장신문

■ 문화도시로서 위상을 갖추려면?

순천시가 잘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보태자면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자체에서 문화 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지원과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런데 결과론적으로만 본다. 성과 중심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도 필요하다. 많은 문화행사들이 행정의 요구사항이나 규정사항을 반영하다 보면 다양성의 존중보다는 행정적 편의나 형식에 더 치우치게 된다. 순천에는 정원 문화나 놀이 문화, 리사이클링 문화 등 다양한 문화가 있다. 이런 다양한 문화가 골고루 생존할 수 있게, 의도하는 그대로 문화 다양성을 가지고 지속하고 자생할 수 있는 데 정책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 청년이 문화 향유 폭을 넓히려면?

다양한 문화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존중받지 못하면 즐길 수 있는 문화의 폭이 좁아진다. 현재 인기 있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아쉽다. 친구들에게 순천은 기회의 땅이라고 말하는데 농담으로 서울에서 유행했던 걸 2년만 뒀다 순천에 풀면 성공할 수 있다고 할 만큼 다양성이 부족하다. 요즘 문화는 빠르게 변한다. 순천 청년들이 '내 주변에는 왜 이런 문화가 없냐'고 생각할 만큼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 문화 마피아가 있다는 말이 있다. 어떻게 바꿔야 하나?

시에서 용역사업으로 문화사업이 나왔을 때 거기에 달리는 조항이 있다. 5천만 원 사업을 진행했던 업체, 1억 원 이상 사업을 진행했던 업체 등이다. 신생업체는 할 수 없다. 진입 자체를 막아놓고 있다. 사업을 진행할 컨소시엄 형태 등을 만들어 풀어나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아쉽다. 정원사업 등 큰 사업은 서울 기업들이 입찰로 다 딴다. 지역 업체 비율 몇 대 몇과 같이 조건을 달아주면 지역에 있는 업체들을 찾을 것이다.

■ 리빙 라이브러리(Living labrary)를 해볼 의향은?

긍정적이다. 책은 종이나 문자를 기반으로 한다. 시대가 바뀌며 책의 물성 자체도 바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동영상 등으로 전환되고 있다.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부분이고, 도전도 필요한 시점이다. 적절한 지원과 관심, 결과가 아닌 과정을 중시한다면 해나갈 수 있다.

■ 차기 시장에 문화적 역량 측면에서 바라는 것은?

공무원의 문화 소양이 필요하다. 스터디그룹 등을 만들어 현재까지의 문화사업이 순천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소양을 높이면 좋겠다. 지원금 받아서 지원금 쓰고 끝나는 사업인지,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는 사업인지 파악해야 한다. 과정을 중심으로 평가하여 중장기 발전과 문화에 관심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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